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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가 문화재청에 신청한 '문화재 구역 조정 변경안'.
부산시가 문화재청에 신청한 '문화재 구역 조정 변경안'. ⓒ 부산시

 

철새들이 머무를 수 있는 낙동강 하구 구역은 또 줄어들어야 하나? 환경단체는 부산시가 바라는 대로 할 경우 실제는 현재보다 50% 정도 줄어든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녹색연합과 습지와새들의친구, 환경운동연합, 대천천살리기네트워크 등 30여개 부산지역 시민·환경·사회단체는 10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해제 추진’을 규탄했다.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낙동강 하구 일대 문화재보호구역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지난 달 21일 아침 부산 롯데호텔에서 동북아미래포럼 주최로 강연을 하기도 했는데, 이 때 환경단체 회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해제를 놓고 자치단체․경제계와 환경단체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시 “새 성장동력 이끄는 지역으로 변화해야”

 

부산 강서구 일대인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천연기념물 제179호)가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때는 1966년 7월이었다. 철새도래지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는 광릉·진천·진도에 이어 네 번째로 지정되었다.

 

부산시는 지난 9월 28일 문화재청에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 해제안’을 신청했다. 부산시는 “40년이 경과하는 동안 지속적인 도시 확장으로 주변 환경이 많이 변해 왔으나 문화재 지정 이후 문화재구역에 대한 적정한 검토와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신청 배경을 설명.

 

부산시는 “현상변경 문제는 지역주민·환경단체·부산시·중앙정부 간 불필요한 분쟁의 사유가 되고 있으며, 잦은 현상변경 허가 등은 문화재의 손쉬운 훼손 이미지를 부각시켜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낙동강 하구의 종합적인 관리를 위한 토지이용체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고, 부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 수 있는 산업지역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해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산시는 철새도래지 주변 토지의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주장. 1978년 명지·대저지구와 1989년 가록·녹산·천가지역 등이 주거․집단취락지 등으로 변했다는 것.

 

이곳은 철새도래지의 기능이 약화되었다고 부산시는 설명. 지난 4년간 권역별 현황을 살펴보았더니, 서낙동강과 하구둑 상부의 낙동강 본류지역은 연간 1만 마리 이하로 철새가 오고 있으나 낙동강 하구지역은 진우도를 제외하고는 연간 1마 마리 이상의 철새가 오고 있다는 것.

 

부산시는 “철새도래지에서 가장 많은 종수와 개체수가 도래하는 핵심지역은 하구둑 아래의 낙동강 하구지역이며, 맥도강과 평강천지역은 조류의 종수와 개체수에 있어 매우 적게 나타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시는 “현재 부산신항만 개발이 한창인 용원과 가덕도 북측은 철새도래지의 역할을 상실했으며, 맥도강과 평강천 역시 수질 악화와 주변지역의 개발, 공장 난립 등으로 인해 그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는 신청서에서 ▲신항만 건설 지역과 ▲평강천·맥도강을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고, ▲서낙동강은 기존의 습지보호구역과 경계를 일치시키고 담수부분은 해제, ▲가덕도 동편은 수심이 깊어 철새가 도래하지 않으며 어민들의 양식장이 많이 분포하고 있어 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해제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장림 쪽에서 바라본 명지주거단지 모습.
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는 낙동강 하구 철새도래지 해제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장림 쪽에서 바라본 명지주거단지 모습. ⓒ 습지와새들의친구

 

환경단체 “아예 전체를 파괴하려는 움직임”

 

부산지역 시민․환경․사회단체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부산시의 문화재보호구역 해제 추진 움직임은 세계적 자연유산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발상이며, 그동안 부산시가 이야기 해왔던 생태도시 조성이라는 것이 구호에 불과한 것임을 드러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 단체는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서 행한 각종 개발사업만 하더라도 국제적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실정인데, 이제는 아예 전체를 파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도 밝혔다.

 

“부산시가 해제를 추진하는 서낙동강, 맥도강, 평강천, 진우도 남단 등은 부산시의 개발구상과 맞물려 있는 지역으로 이 지역의 난개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난개발은 새들의 서식처를 파괴하고 낙동강 하구를 전면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이들 단체는 지적.

 

이들 단체는 “부산시는 문화재보호구역 해제를 주장할 명분이 없고, 낙동강 하구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부산시는 이곳에 무허가공장과 창고 등이 난립하여 철새도래지 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나, 이는 부산시의 무능과 관리부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들 단체는 “부산시의 개발사업으로 문화재보호구역의 상당 부분이 이미 해제되었고, 부산시는 추가개발을 위해 해제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부산시와 상공인들은 가덕도 동쪽 해안을 매립하여 신공항을 건설하고 녹산갯벌을 매립하여 공단 부지로 조성할 것을 계획·건의하고 있는데, 이는 문화재보호구역 해제 신청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문화재청도 비난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부산시가 신청한 개발사업에 거의 무조건적인 허가를 남발하였고, 문화재청장은 부산을 방문하여 개발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면서 “문화재심의위원회는 이들 개발사업에 면죄부를 발행하는 위원회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이들 단체는 지적했다.


#낙동강 하구#철새도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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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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