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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분야 공약 발표식을 갖고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여의도 당사에서 교육분야 공약 발표식을 갖고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있다. ⓒ 남소연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9일 '사교육비 절반 5대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학생과 학교를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대학에 학생선발 전권을 주는 사업에 3천억을 투자하면 30조의 사교육비를 15조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투자로 치자면 그야말로 환상의 수익률인 셈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이번에 발표한 공약이 경제 분야가 아닌 교육 분야라는 점이다. 부모의 경제적 차이가 아이들 교육기회 차별로 이어지는 현실과 '학벌중심의 사회구조'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는 이 후보의 공약은 교육을 경제의 하위개념으로 전락시켜 공교육 정상화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란 걱정이 앞선다.

①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 - 명문고 늘려서 사교육비를 줄인다?

이 후보의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 따르면 현재 전국적으로 100여개 남짓 되는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 등 이른바 명문교의 숫자를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로 늘리고 ▲전문계(실업계)고 50개를 마이스터교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천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다. 이중에 250개를 이른바 명문고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자율형사립고는 현행 자립형사립고에서 재단전입금 비율 20%를 하향조정하여 설립을 쉽게 한 형태이고 기숙형 공립고는 농어촌과 중소도시의 시군구별로 1개 이상씩 기숙사를 갖춘 공립고등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이 공약이 현실화 된다면 전체 고등학교의 1/7정도가 학생선발이나 교과과정운영의 독자성을 확보하게 됨으로 현행 평준화 제도는 사실상 와해될 것이다. 또한 현행 자립형사립고의 수업료가 연간 1천만 원을 웃도는 현실에서 재단전입금 비율이 하향된 자율형 사립고의 경우에는 2천만 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제도는 결국 대학 진학경쟁을 위한 사교육 수요가 줄어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명문고진학을 위한 입시교육이 초등학교까지로 확대될 것이며 특수 계층간에 보다 특화된 사교육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②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 고등학교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대화가능?

이 후보는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를 통해서 영어 사교육비를 반으로 줄이고 누구든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어로 대화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공약을 제시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영어 전용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고등학교에서도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약은 현실성도 떨어질뿐더러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대학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영어전용 수업을 어떻게 고등학교에 적용하겠다는 것인지? 영어교사 3천명 연수 강화방안 만으로는 그 현실성이 떨어진다.

또한 싱가포르나 두바이처럼 학교에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특구를 지정하겠다는 주장은 마치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영어공용화론을 주장하는 듯하기도 하다.

현재 영어 사교육 열풍이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원인은 필요이상으로 영어를 요구하는 기업체 등의 전형내용과 특목고의 영어전형 강화, 초등학교의 영어과목  도입 등이 20만 명 이상의 해외 유학생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목동에 있는 특목고 입시 전문 학원 건물 모습.
서울 목동에 있는 특목고 입시 전문 학원 건물 모습. ⓒ 윤근혁

③ 3단계 대입자율화 - 대입자율화? 3불정책의 무력화!

이 후보는 '3단계 대입자율화'가 이루어지면 입시부담이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사교육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3단계에 걸쳐 ▲대학이 학생부나 수능을 자유롭게 반영 하고 ▲수능 과목을 대폭 줄이며 ▲대학입시를 완전히 대학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지난 수십 년간 줄 곳 지속해온 3불정책(본고사금지, 고교등급제금지, 기여입학제금지)의 전면해체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특히 '고고다양화 300정책'과 맞물리면 고교평준화해체, 자율형사립학고와 특목고 출신의 상위권대학 진학 독점 현상이 심화되어 대학은 상위권대학과 하위권대학으로 양분되고 고등학교는 1등 학교와 꼴등학교로 가르게 되고 결국에는 기여입학제 도입 등으로 계층간의 교육격차가 심해질 것에 대한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④ 기초학력미달 학생 제로 플랜 - 명분은 진단평가, 사실은 학교간 경쟁 유도

'기초학력 미달 학생 제로 플랜'은 미국의 '기초학력 부진아 없애기(No Child Left Behind, NCLB) 정책을 빌려온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은 학교가 책임지고 학습부진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모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력진단평가(학생의 학력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측정하는 평가, 현재는 표본을 추출하여 실시하고 있음)를 실시하고,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며 시험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국의 모든 학교와 학생의 서열화된 점수와 등수가 공개된다. 그러나 지역과 계층별 격차해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공개되는 점수는 결국 고교평준화를 와해시키고 학교 간 경쟁을 유발하게 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점수 미공개를 원칙하에 표본추출 방법으로 일부 학교에서만 실시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도 학교평균을 올리기 위해 하위권 학생을 결석시키거나 시험지를 유출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⑤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 교원 연구년제, 국가교육과정위원회 긍정적

이 후보는 '맞춤형 학교지원 시스템 공약'으로 교원평가 시스템 도입, 5-10년 주기의 교원연구년제도 도입, 국가교육과정 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원평가의 경우 현재 전교조는 물론 교총까지 가세하여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들의 반응에 관심이 가고 있으며, 연구년제 도입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겠다. 다만 재원조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국가교육과정 위원회 또한 주5일제 수업의 전면화와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과정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총평] 그걸 아시는 분이 왜 이런 공약을

이 후보의 교육공약은 전체적으로 교육과 경제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교육을 경쟁과 효율성에 근거해 성과를 측정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후보는 "젊은 시절 가난한 형편 때문에 누구보다 교육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데 참 궁금하다. 그걸 아시는 분이 왜 이런 공약을….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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