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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 시공사

1996년 6월 13일 이집트 '기제 피라미드' 앞에 섰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과연 지금의 인간이 4000년 전의 인간보다 더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20세기 최첨단 과학문명, 최고의 건축기술을 가졌다고 자랑하지만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들에 비하여 우리 시대 사람들이 그들보다 낫다고 자랑할 수 있을까?'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기제 피라미드'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다. 한 변이 230미터, 넓이가 5만평방미터다. 사용된 돌 개수는 260만개 총중량은 700만톤에 이른다. 이런 규모는 현대 건축물에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 화려한 이면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순간, 인간이 만든 위대한 문화를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완악하게 파괴했는지 알게 되는 순간, 분노할 수밖에 없다. 시공사에서 시리즈로 내놓은 시공디스커버리총서 002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는 인간탐욕을 고발하고 있다.

 

이 책은 서양문명이 이집트 문명을 파괴한 역사가 매우 오래되었음을 밝힌다. 391년 로마황제 테오도시우스 1세는 로마 제국 안에 있는 이교도 신전을 모두 폐쇄하라 명령했고, 그 결과 이집트 상형문자는 사라지게 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B.C 47년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침공 때 불타버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장서 70만권이 있었다. 그 중에는 파라오 시대를 기록한 <이집트 역사> 30권도 포함되었다. 이집트 역사를 집대성한 문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복사본이 남아 있었는데 테오도시우스 1세의 신전 폐쇄 명령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전을 교회로 개축하는 콥트파 수도사들, 로마와 비잔틴 황제들은 오벨리스크, 스핑크스를 제국 수도의 장식품으로 만들었고, 페르시아 왕들은 고대 이집트 신전에서 빼내온 조상(彫像)들을 페르세폴리스로 실어날랐다. 아랍어로 쓴 도굴 안내서인 <감춰진 진주와 고귀한 신비에 관한 책, 발견된 보물과 숨겨진 보물 위치에 대한 안내서>까지 나왔다. 1900년 카이로 박물관 이집트 관리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전쟁이나 세월의 흐름보다 더 강력히 고대의 유물을 파괴해버렸다."(본문 59쪽)

 

왜 인간은 이런 탐욕을 통하여 파괴했을까? 이유는 단 하나. 현대 문명이 그들보다 더 나은 문화라는 교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가 우수하기 때문에 고대 이집트가 형성했던 문화와 문명을 파괴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이집트라는 거대한 문명 앞에 현재의 사람들은 과학과 문화에서 그들보다 뛰어나다는 교만을 버려야 한다.

 

지금의 인간은 그들이 파괴해버린 문명과 문화재 보호라는 미명하에 루브르, 대영제국박물관에 약탈한 것을 보관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이라 자랑하지만 그들의 문명과 문화재는 찾아볼 수 없고, 제국주의 시대, 제국의 이름, 군대로 파괴하여 약탈한 유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는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운 서구문명을 그대로 보여준다. 오벨리시크, 스핑크스, 석관, 거대한 조상을 약탈했던 벨조니의 <이집트와 누비아 여행>을 통하여 약탈과정을 살펴보자

 

"선박 화물업자와 협상하여 1,800프랑에 배 한 척을 빌리기로 했다. 준비작업을 하는 동안에 벨조니는 여신 세크메트를 상징하는 사자 두상 18점, 세티 2세가 무릎을 꿇은 형상 조각 한 점, 다수의 스핑크스를 카르나크에서 발굴해 흉상과 함께 배에 실었다."(본문 75쪽)

 

이렇게 이집트 유물은 약탈되었고, 서구인들은 약탈 유물을 자신들의 문명인듯 자랑하고 있다. 잊혀진 이집트는 이집트 사람 탓에 잊혀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유물들이 그저 제자리에 있기를 원했다. 

 

하지만 제국주의는 피라미드, 상형 문자,룩소르 신전, 로제타 석을 우월성을 내세워 도둑질하여 자기들 나라에 고이 모셔놓았을 뿐이다. 룩소르를 발견한 '가스통 마스페로'는 룩소르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탈취한 이문이다. 룩소르는 그저 제자리에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룩소르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이집트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겉으로는 이집트 문명을 찬양하는,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처럼 읽히지만 왠지 심연에서는 그들을 향한 분노를 발한다. 내 서재에는 '로제타 석'을 판본하여 만든 짝퉁 로제타 석이 걸려 있다. 내 방에 걸려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약탈이 만들어낸 짝퉁이라는 것이 마음에 분노를 일으킨다.

 

 우리에게도 빼앗긴 문화재가 많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를 쓴 저자의 나라는 프랑스이다. 그 프랑스에 있는 <직지심경> 아직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집트만 잊힌 것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도 잊혔다. 잊혀진 문명이 각자 처음 자리 잡았던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진짜 문명과 문화 사회임을 알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장 베르쿠테 지음 ㅣ 송숙자 옮김 ㅣ 허승일 감수 ㅣ 시공사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장 베르쿠테 지음, 시공사(1995)


#이집트#문명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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