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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맛이 없거나 여러가지 반찬이 필요 없을 때, 햄소시지 찌개는 정말 환영받는 메뉴입니다.
입맛이 없거나 여러가지 반찬이 필요 없을 때, 햄소시지 찌개는 정말 환영받는 메뉴입니다. ⓒ 이효연

 

햄소시지 찌개입니다. 평소 끓여 먹던 김치찌개에 햄과 소시지를 넣어 끓여 봤습니다. 부대찌개라 하기엔 내용물이 좀 부족하고 달리 이름을 붙이자니 별 게 없어서 햄소시지 찌개라 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요리의 컨셉을 한 번에 명료하게 보여주는 좋은 이름이란 생각이 드네요.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부대찌개도 그렇고 이 간편 햄찌개도 그런 것이 어쩌면 서양 식재료인 햄, 소시지가 우리 김치와 그렇게 잘 어울리느냐 하는 것입니다. 느끼해서 평소에는 잘 쳐다보지도 않는 햄이 김치와, 그것도 신김치와 같이 어울리면 그토록 고소하고 맛있게 느껴지니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예요. 그렇다고 손 많이 가는 궁중요리처럼 무슨 밑간을 해서 재워두거나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그저 김치찌개에다가 햄과 소시지를 숭덩숭덩 잘라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귀찮고 입맛없는 날에 먹기에 정말 그만인 요리입니다. 술 마신 다음 날 칼칼하게 속도 풀고, 든든하게 배도 채우면서 해장하기에도 좋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어요. 이런 햄찌개를 먹을 때마다 뭔가 모르게 '잘 못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햄이나 소시지에 들어간 첨가제가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찌개를 끓이노라면 마치 가족 건강에 대한 배려와 주의가 전혀 없는 주부가 되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서 먹으면서도 찜찜한 구석이 남습니다.

 

어쩌다 한 번씩 먹는 것이야 뭐 어떻겠느냐 하지만 그 '어쩌다 한 번'도 잘 안 되어서 세 개들이 팩을 사다가 찬장에 모셔두고 한참 지나서 햄, 소시지 찌개를 끓였을 정도니까요. 시식행사할 때 한 입 먹어보고, 마침 시장했던 터라서 그 맛에 홀딱 반해 세 개들이 팩을 사 들고 왔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아 지금껏 그대로 두었습니다.

 

 먹기 꺼려지는 햄과 소시지를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먹기 꺼려지는 햄과 소시지를 좀 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이효연


요리책을 쓰기 전에는 '마음 편하게 맛있게 고마운 마음으로 먹으면 그게 보약이고 최고!'란 생각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한 까닭에 식당음식에 대한 거부감도 그다지 없었구요. 그래서 집에서도 순두부 찌개, 감자탕과 같은 식당 맛 물씬 나는 요리 만들 때면 깨알만큼 다시다도 넣고, 물엿도 쓰고 그랬는데 막상 책을 내고 난 후로는 그럴 수가 없더군요.

 

지나치게 건강을 생각해 까탈스럽게 사는 것이 오히려 정신 위생에 안 좋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또 한 편으로는 '요리책을 낸 사람이 생각없이 합성감미료 따위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손가락질 받을까 걱정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또 블로그에 소개하는 식재료를 선택할 때에도 수입산 특히나 중국산을 쓰면 '개념없는 사람'으로 보일까 망설이면서 장을 볼 때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었구요.


이러한 변화는 물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서 긍정적인 것임에는 틀림이 없겠지요? 또 주부로서 그리고 또 공개된 공간에서 요리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리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바람직한 자세임에는 분명할 거예요. 그런데 뭐랄까요? 제 마음에서는 '이거다' 하는 확신이 분명히 세워지지는 않습니다.


엊그제 햄찌개를 끓여 아이와 맛있게 나눠 먹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아이의 한마디에 더더욱 아리송해졌거든요?


"엄마, 맨날 햄이랑 소시지가 몸에 나빠서 먹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오늘은 왜 먹어요?"
"... . 자주 먹으면 안 좋고 어쩌다 한 번은 먹어도 돼"라는 대답을 엉겁결에 하긴 했지만 스스로도 참으로 궁색하다고 느껴지는 답변이었습니다. 기분 좋게 오래간만에 구수한 햄찌개 먹다가 콱 체하는 느낌이었다니까요?


저같은 경우 그냥 구워 먹는 햄, 소시지는 별로 매력이 없지만 김치찌개에 넣어 먹는 햄, 소시지는 참 좋아하거든요? 체기(滯氣)가 있다가도 얼큰한 김치찌개에 햄 썰어넣고 찌개 끓여 밥 말아 먹다 보면 소화 안 되는 것이 쑥 내려갈 정도니까요. 입맛이 없다가도, 오늘 점심 뭐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도 '부대찌개 먹으러 가자'는 말에 '앗싸'하고 따라 나서는 분들도 많으실 거예요.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요?


'어쩌다 가끔은 괜찮아' 쪽으로 밀고 나가면서 먹을 때마다 행복해 하며 정신건강을 지켜 나갈까요? 아니면 '아닌 것은 아닌 것'으로 결론 짓고 가끔씩 생각나더라도 꾹 참고 인내심으로 버티며 안 먹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을까요? 그토록 좋아하는 햄소시지 찌개 안 먹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여기까지 왔으니 요리법을 올리면서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자, 간단하게 만들어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햄 소시지 찌개를 만들어 봅니다. 일단 만들어서 먹을 때에는 다 잊고 열심히 먹는 것이 남는 것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 삶은 라면 사리를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취향에 따라 삶은 라면 사리를 넣어 먹어도 좋습니다. ⓒ 이효연


햄 소시지 김치찌개 


재료

 

통조림 햄  1/2개, 프랑크소시지 2-3줄, 김치 2컵, 양파 1/2개, 대파 1/2뿌리, 멸치국물 4컵, 고춧가루, 국간장, 다진마늘 각 1큰술, 김치국물 1/2컵, 고추장, 소금 각 1/2작은술, 송송 썬 풋고추 2큰술, 라면사리(취향에 따라)


1. 속을 대충 털어낸 김치와 양파, 대파는 한 입 크기로 썰어 둡니다.

 

. 통조림 햄이나 소시지를 미리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면 기름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통조림 햄이나 소시지를 미리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면 기름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 이효연

2. 햄과 소시지는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쳐 내 여분의 기름기를 제거하고 도톰하게 썰어둡니다.                                                                                                                


3. 냄비에 김치와 양파, 대파, 풋고추를 넣고 멸치국물을 부은 후 나머지 양념을 넣고 끓어오르면


4. 햄과 소시지를 넣어 한 소끔 더 끓인 후 불에서 내리세요. 취향에 따라 삶은 라면 사리를 넣어도 좋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요리를 읽어주는 여자 블로그  http://blog.empas.com/happymc/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햄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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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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