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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취소 판단 판결유예'

 

김경준의 송환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 측 김백준씨의 변호사가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이런 신청을 했다고 합니다. 법에 문외한인 사람이 보기에는 생경한 신청인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경준의 변호사 게일 이벤스도 "법정생활 20년 만에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표현했다고 합니다.

 

김경준의 귀국이 이명박 후보 측에 악재로 작용할 소지는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사실이 되면 이명박 후보는 '실소유주'로서 주가조작사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이 됩니다. 심텍 측의 이 후보에 대한 소송도 명분이 분명해지는 것입니다.

 

이명박 후보 본인의 주장대로 그가 '피해자'라 하더라도, 이 또한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아들뻘 되는 청년에게 속아 돈을 날린 사람이 무슨 경제지도자겠느냐"는 이야기를 반박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통합민주신당도 논평을 통해 이 부분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키워드는 '에리카 김' 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염문설'이 돌았고, "그 '염문설' 때문에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을 알게 돼 수백억원의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경준과 에리카 김을 동시에 증인으로 신청해놨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사실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문'으로만 퍼져도 이 후보에게 악재일 수 있습니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민감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후보로서는 김경준이 귀국하지 않는 것이, 아니 귀국하더라도 '대선 이후'에 일정이 이루어지길 바랄 것입니다.

 

김경준이 귀국해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사진만 찍혀도, 이명박 후보에게는 득이 될게 없습니다.  여기에 에리카 김까기 한국으로 오게 돼  둘이 국회 상임위에서 '증언'하는 모습이 연출된다면 상황이 아주 묘하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중앙>·<동아> 기자라도 국감 증인 신청해야

 

김백준씨가 '항소취소 판단 판결유예'를 신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이 후보가 BBK사건에 뭔가 단단히 엮여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대통합민주신당 뿐 아니라, 많은 누리꾼이 공통으로 보이는 반응이기도 합니다.

 

또한 2000년 10월 16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서는, 이 후보 본인의 입으로 "BBK를 창업한 바 있다"는 발언을 했었습니다. <동아일보>도 2000년 10월 15일 기사를 통해 이 후보 본인이 "김 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후보의 대선 출마를 짐작하기 어려웠을 2000년에, 이 후보의 대선 가도에 악영향을 미치기 위해 이런 기사를 썼을 리는 없을 것입니다. 이 기사들을 보면 이 후보가 어떻게든 BBK와 연관이 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일 김경준이 귀국하지 않는다면 2000년 10월 15~16일에 각각 이명박 후보와 BBK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중앙일보>의 정 아무개 기자와 당시 <동아일보>의 홍 아무개·김 아무개 기자를 국감의 증인으로 신청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당시 이 후보를 직접 인터뷰한 당사자로, 이 후보와 BBK의 관계를 어느 정도 증언해줄 수 있기 때입니디다.

 

만일 이들이 인터뷰 당시 이 후보의 BBK 연관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거나, '부인'한다면 최소한 이들은 그 당시에 '거짓 기사'를 썼다는 비판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BBK 주가조작사건'은 5000명이 넘는 피해자를 남겼고 그 피해자 중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 후보의 대선 가도와 상관없이, 반드시 의혹을 파헤쳐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국가가 풀어줘야 할 사건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나라당, '김경준'에 대한 입장 명확히 해야

 

한나라당도 '김경준'이라는 키워드가 나오면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11일에 출연한 <100분 토론>에서 "김경준씨가 빨리 귀국해 국내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면서 BBK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 후보의 미국 소송 대리인이라 봐도 무방할 김백준씨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항소취소 판단 판결유예'를 신청했으며, 통합신당이 김경준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한나라당은 육탄저지로 나서면서 '김대업식 허위폭로'를 주장해왔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그뿐 아니라 통합신당 측이 "이 후보 본인이 국감에 출석해 증언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한나라당은 다시 한번 "야당 후보 흠집내기용 정치공세"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의 이야기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대선을 앞두고 정당이 상대정당 후보의 약점을 더 크게 부각시키려 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나라당 역시 과거에 거의 똑같은 방식으로 집권여당에 '청문회'나 '국감'을 주장했던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5000명 이상의 피해자를 낸 주가조작사건으로서 반드시 의혹을 명쾌하게 해명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 후보는 누구보다 사건의 진실에 근접한 사람입니다.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김경준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면 반대로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가 아니든 이명박 후보는 이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합니다.

 

'BBK'가 이 후보에게 중요한 이유

 

이 후보에게 'BBK'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면모를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당위성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BBK의 실소유주'라면 그는 법적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입장이 되며, '피해자'라면 서울시장 재임 당시의 'AIG 의혹' 등과 더불어 생각해볼 때 '경제대통령'이라는 슬로건과 대국민 인식을 다시 한번 검토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00분 토론>에서 주장했던 "김경준씨가 빨리 귀국해 국내법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는 발언에 책임도 진다는 의미에서도 김경준의 송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억울하다면 빨리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 '억울함'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그 당시에 이 후보를 취재했던 <중앙일보>·<동아일보> 기자라도 적극적으로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의혹은 어떻게든 정면돌파해야 후보 본인의 정치적·법적·도덕적 당위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BBK#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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