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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가 "미일 양국이 군사적 우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MD 구축에 나서고 있다" "러시아는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유럽에 이어 동북아에서도 MD를 둘러싼 미일동맹 대(對) 중러협력체제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3월 도쿄 북부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최신형인 PAC-3를 최초로 배치한 일본은 2010년까지 항공자위대 16곳에 PAC-3를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이지스함 4척에 2011년까지 스탠다드 미사일-3(SM-3)를 탑재한다는 계획 하에 올해 12월 하와이 인근 수역에서 첫 시험 발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PAC-3는 주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상대방의 미사일을 하강 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 SM-3는 이지스함에 탑재되는 요격미사일로 상대방의 미사일이 대기권 안팎에 다다른 비행 중간 단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이 PAC-3에 이어 SM-3를 배치한다는 것은 지상과 해상, 그리고 종말 단계와 중간 단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중 요격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지상과 해상에서 미사일 요격 능력 갖춰

 

이에 앞서 미국은 작년에 오키나와 미군 기지에 PAC-3를 배치한 데 이어, 10월 초순에는 일본 북부 아오모리에 있는 미사와 미군기지에 미사일 추적 기지를 건설했다. 합동전술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이 기지는 상대방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추적해 그 정보를 주일미군과 일본자위대에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MD 시스템 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합동훈련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두 나라는 지난 7월 PAC-3 공동훈련을 벌인 데 이어, 11월에도 합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은 러시아와 일부 유럽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와 체코에 MD 시스템 배치를 강행하기로 했다.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동유럽 MD는 이란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득했지만, 러시아는 동유럽 MD 배치를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지난 9월 28일 실시한 지상배치중간단계요격체제(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GMD)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GMD는 미국 본토나 동맹국으로 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실험 성공으로 GMD의 기술적인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는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지만, 민주당 주도의 의회와 상당수 안보 전문가들은 GMD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미국] '부시 임기 끝나기 전에 MD 구축해야'

 

잘 알려진 것처럼,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위협을 MD 구축의 최대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그런데, 두 나라는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어느 때보다 밝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나라가 북핵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 최대한 MD 구축을 해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역설적으로 미일 양국이 동북아 평화의 최대 위협이라고 일컬어왔던 북핵 문제는 MD와 동전의 앞뒤 관계를 이뤄왔다. 이는 북핵 문제 해결 전망이 밝아질수록 MD 구축 명분이 약화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일 양국은 MD 구축에 사활을 걸어왔던 부시 행정부의 임기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MD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미국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대폭 축소될 것이고, 공화당이 승리하더라도 부시 행정부만큼 추진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핵 해결과 부시의 임기 종료는 MD의 최대 위협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는 MD를 통해 군사패권주의를 강화하려는 미일 양국의 전략가들에게 북핵이 해결되고 부시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MD 구축을 최대한 서두르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미일동맹의 MD 구축 가속화가 야기할 동북아의 불안정이다. 우선 북핵 문제에 미칠 영향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핵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일 양국이 MD 구축을 서두르는 것은 이들 국가의 의도에 대한 북한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게 될 것이다.

 

[중국·러시아] '미일동맹 MD는 우리에겐 위협'

 

 

미일동맹의 MD를 군사패권주의 강화 시도로 해석해온 중국과 러시아의 대응도 주목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미일동맹의 MD에 반대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미일동맹의 MD에 공개적인 반대를 천명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일동맹이 계속 MD를 추구한다면, 중국과의 군사협력관계를 강화하고 동북아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것으로 맞불을 놓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일동맹의 MD를 21세기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온 중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은 MD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가 외교적 갈등을 야기하고 '중국위협론'의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외교적인 대응은 자제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위성파괴실험 실시에서도 알 수 있듯이, 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 강화에 몰두해왔다.

 

그동안 북핵 문제는 동북아에서 MD를 둘러싼 강대국 사이의 갈등을 억제해온 역할을 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일동맹의 MD가 북한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겨냥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미일동맹이 MD의 명분으로 내세운 북핵 문제 때문에 강력히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미일동맹이 북핵 문제 해결 진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면서 미일동맹 대(對) 중러협력관계 사이의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중러 양국은 미국 주도의 한미·미일동맹 재편과 미국-일본-호주 3각 동맹체제의 출현 조짐에 경계심을 나타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일동맹의 MD 가속화는 이미 불붙은 동북아 군비경쟁에 기름을 붓고, 미일동맹 대(對) 중러협력관계 사이의 전략적 경쟁에 불을 당기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의 진전과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조성되고 있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흐름이 동북아 신냉전의 출현 조짐과 충돌하면서 대단히 복잡한 상황이 도래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 미국이 탐내는 요충지... 우리의 선택은?

 

MD가 주변 4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래 전부터 미국은 한국을 MD의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왔다.

 

2003년부터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미국의 동맹국들 가운데 가장 먼저 배치한 데 이어, 일본에 앞서 합동전술지상기지도 한국에 먼저 배치했다. 또한 PAC-3보다 요격 범위가 넓은 전역미사일고고도방어체제(THAAD)와 적의 미사일을 이륙단계에 요격하는 항공기탑재레이저(ABL) 배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MD가 또 다시 동북아 국제질서의 중심 무대에 복귀하면서 향후 한국의 선택도 관심사가 되고 있다. DJ-노무현 정부는 외교적인 파장과 남북관계를 고려해, 공식적으로 MD에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MD 시스템을 배치하는 것은 양해했다.

 

그런데 워싱턴에서는 한국 대선에서 보수파가 승리하면, 이러한 모호성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흐름과 동북아 신냉전 출현의 조짐을 안고 출범할 차기 정부의 선택이 주목되는 까닭이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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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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