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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이 떨어졌다. 1박 3일 남해안 일주다. 힘들다 핑계로 무박도 마다 하고, 추석 연휴 여행도 불참. 그새 잘렸구나 포기했는데 새로운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오랜만에 주어진 임무라 잠자코 꼬리 내리고 감행.

남해안 일주 1박 3일이라면, 서울에서 밤 10시 출발. 밤새 내려가 새벽부터 외도와 소매물도를 돌고, 다음날 보성 차밭과 담양 죽녹원을 들러 올라오는 여행. 나 죽었다 각오하고 3일을 버텨야 하는데, 우선 떠나는 날 밤이 문제다. 밤새 불침번을 서야 하는 상황.

여행 성수기 때면 기사들은 잠과의 전쟁이 벌어진다. 서너 시간 자고 나오는 게 보통. 그러니 밤새 잠 안 자고 달리는데 졸리운 건 불보듯 뻔한 일. 난 밤새 옆에서 말동무가 돼 주어야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휴대용 베개까지 동원해 잠을 자는 가이드도 있다지만, 난 자리를 뜨면 잠을 통 못 자는 체질이라, 나와 고객의 안전을 위해 배수진을 친다.

이번 단체는 초등학교 동창회 팀. 영등포 역사 앞에서 출발해 수원과 천안을 들러 가야 한다. 가는 길부터 복잡하면 기사한테 괜스레 미안해진다. 나야 두 손 놓고 앉아 있으면 저절로 가지만 그 복잡한 길을 헤쳐 가야하는 것은 기사몫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착하게 생긴 기사님, 3박 4일 하고 바로 이리로 달려 오셨단다. 보통 문제 아니다. 그래도 수원 찍고, 천안 찍고, 내처 달려서 무사히 통영에 닿았다. 아침으로 해장국을 먹고 거제도 와현 선착장으로 허위단심 달려갔다. 외도에는 열 번쯤 왔는데 한 번은 풍랑주의보 때문에 못 들어갔다.

비너스 가든 외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비너스 가든. 베르사이유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정원
비너스 가든외도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비너스 가든. 베르사이유를 축소해 놓은 것 같은 정원 ⓒ 이현숙

외도는 먼 바다에 속한다. 때문에 풍랑주의보가 제일 먼저 떨어지는 곳이다. 풍랑주의보야 내 능력과 아무 상관 없는 자연재해인데도 막상 못 들어가면 손님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느라 기사님 눈치 봐가며 거제도의 비경을 다 보여줘도 마음을 풀지 못 하고 뿌루퉁하다. 어떤 손님은 세 번 왔는데 세 번 다 못 들어갔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외도는 이창호라는 분이 낚시 하러 왔다가 우연히 들렀던 섬을 열대 식물원으로 개발한 곳. 척박하고 배도 잘 닿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한 번은 감귤농장으로 만들려다 실패했고, 한 번은 돼지 섬을 만들려다 실패. 결국 열대 정원으로 꾸며졌다.

해금강 해금강 앞바다에 떠 있는 낚싯배들...
해금강해금강 앞바다에 떠 있는 낚싯배들... ⓒ 이현숙

외도로 가는 선착장은 여러 곳이다. 장승포, 와현, 구조라, 학동, 해금강, 도장포에서 떠나며 해금강을 거쳐 외도에 1시간 남짓 내려주었다가 다시 그 유람선으로 선착장으로 돌아온다. 선착장이 많은데도 성수기에는 표가 매진되어 들어가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외도에 대한 평가는 대략 두 가지로 엇갈린다. 환상적이라는 것과 너무 인위적이어서 재미가 없다는 것으로. 그러나 나는 한 번 쯤은 가서 걸어보고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구나 느껴 보기를 권한다. 외국이 아니라면 좀체 보기 힘든 열대 정원이기 때문이다.

외도에 도착하면 우선 빨간지붕이 우리를 반긴다. 매표소(입장료 8000원)를 지나 오르막 길을 걸어 올라가면 아열대 식물원이 나온다. 동백숲, 선샤인, 야자수, 선인장 등의 아열대 식물들은 이국적인 멋을 한껏 선사해 준다.

아열대 식물원 아열대 식물원에서 산책하는 연인
아열대 식물원아열대 식물원에서 산책하는 연인 ⓒ 이현숙

아열대 식물원을 지나 왼쪽으로 돌면 비너스 가든이 나온다. 베르사이유를 축소해 놓은 듯한 이 정원은 위에서 바라보아야 형태가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비너스 정원 끝에는 예쁜 집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드라마 <겨울연가>의 마지막 장면을 찍은 집이다.

겨울 연가 촬영지 드라마 가을 연가 마지막 장면 촬영지
겨울 연가 촬영지드라마 가을 연가 마지막 장면 촬영지 ⓒ 이현숙

외도 가을꽃이 만발한 정원
외도가을꽃이 만발한 정원 ⓒ 이현숙

외도 열대정원
외도열대정원 ⓒ 이현숙

다시 산책길을 따라 걷다보면 자연스럽게 간단한 스낵과 차를 파는 전망대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쉬고 싶으면 앉아 쉬면서 차도 마시고 멀리 해금강도 바라본다. 그러나 내처 걷고 싶으면 산책길 표시를 따라 걸으면 다음 코스가 나온다.

바위섬 외도 옆으로 보이는 바위 절벽
바위섬외도 옆으로 보이는 바위 절벽 ⓒ 이현숙

조각공원 장난꾸러기 아이들을 조각한 정원
조각공원장난꾸러기 아이들을 조각한 정원 ⓒ 이현숙

다음 코스는 조각공원. 그리고 바다를 바라보면서 내리막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비탈길을 오르면 편백나무 방풍림을 테피스트리로 잘 짜놓은 '천국의 계단'이 나온다. 천국의 계단을 내려가면 산책길은 끝나고 처음 올라온 길과 합쳐지면서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가을 정원 가을꽃이 만발한 외도...
가을 정원가을꽃이 만발한 외도... ⓒ 이현숙

천국의 계단 편백나무 방풍림을 테피스트리로 잘 짜놓은 천국의 계단
천국의 계단편백나무 방풍림을 테피스트리로 잘 짜놓은 천국의 계단 ⓒ 이현숙

그런데 이곳에서는 자유가 없다. 꼭 해금강을 거쳐 오는 유람선을 타야 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유람선을 타야 한다. 때문에 숙박시설도, 식당도 아예 없다. 그래서 공원이 아름답게 유지되기는 하지만 관람객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여유를 갖고 산책을 하고 싶지만 그럴 시간 없기 때문이다.

외도라는 이 섬에도 전설이 있다고 한다. 대마도 가까이에 있던 외도(남자섬)가 구조라 앞에 있는 (여자섬)을 향해 떠오는 것을 보고 놀란 아주머니가 '섬이 떠온다'고 소리치자 섬이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오전 7시 30분에 승선해 10시에 다시 와현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유람선에서 내릴 때 몇 시까지 승선하라고 방송은 하지만 혹시라도 우리 손님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어쩌나 늘 걱정을 하게 되는데 낙오자는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덧붙이는 글 | 외도에는 10월 13일 방문했습니다.



#외도#섬#천국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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