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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반포 팔레스호텔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반포 팔레스호텔의 한 식당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한나라당의 '칼'이 무뎌졌나?

 

'민생을 외면했다'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17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는 대선후보 '검증 국회'로 치닫고 있다. 일찌감치 '이명박 국감'을 선언하고 나선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의혹, DMC 특혜분양, 경부운하 문제 등을 집중 공격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이라며 한나라당도 정동영 통합신당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로 맞불을 놨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인 정두언 의원은 정 후보의 조폭자금 수수설에 이어 부친 친일 전력 의혹을 제기했다. 전자는 말 그대로 '설' 수준이고, 후자는 "정 후보의 부친이 일제하의 금융조합에 들어가 해방 때까지(1940-1945) 근무했다"는 것이 전부다.
 
정두언 의원은 또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 귀국에 정동영 후보의 한 측근이 개입됐다"며 귀국 배후설을 거론했다가, 정 후보측으로부터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법사위 국감에서는 정 후보 처남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됐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은 정 후보의 부친이 자식들의 출생신고를 늦게 한 점을 들어 "준법정신이 결여됐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대로 딱 떨어지기 보다는 애매한 '흠집내기' 수준이어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지지율 50%를 넘는 이 후보 쪽에서 20%도 안 되는 정 후보를 공격하면서 내놓은 게 겨우 이것이냐는 냉소와 역풍 조짐까지 보인다. 

 

정동영 후보측도 "기가 차다"는 반응이다. 김현미 대변인은 "오죽 문제 제기할 게 없으면 그런 구차한 문제를 제기하느냐"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건주의 발상으로 억지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심재철의 '삼풍 추억'... "정동영 앵커가 삼풍 사고 구조 방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홈페이지(http://www.cdy21.net)에 실려있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보도 동영상.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홈페이지(http://www.cdy21.net)에 실려있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보도 동영상. ⓒ www.cdy21.net

정동영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헛발질'이 극에 달한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 MBC 앵커로 재직하던 정 후보의 '보도 태도' 논란이었다.

 

심재철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문화관광위 국감에서 사전 보도자료를 통해 "정 후보가 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보도하면서 구조 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사고 현장을 보도하던 정 후보가 현장에서 "지금 생방송 중이에요"라며 구조대원들을 향해 손으로 비키라는 손짓을 했고, "구조반원들이 자리를 비켜달라고 하지만 생생한 정보를 전달해 드리기 위해 자리를 양보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것이 근거다. 이와 관련한 30초짜리 동영상도 공개했다.

 

심재철 부대표는 "정 후보는 당시 특종 보도에 대한 욕심과 인간의 존엄성 사이에서 특종 보도를 택한 것으로 이 때문에 논란이 있을 것 같다"며 방송위원장의 견해를 물었다.

 

국감 이전부터 "정동영 후보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던 심재철 부대표가 내놓은 것 치고는 약해보였다.

 

정동영의 '삼풍 추억'... "내가 얼마나 기여를 많이 했는데"

 

정 후보측은 즉각 반박했다. 최재천 대변인은 "11년 전 어느 네티즌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며 "혹시나 해서 방송사(MBC)에서 당시 방송분을 확인했다. 구조대원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배경으로 방송한 적은 있지만 대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심재철 부대표도 MBC기자 출신이고 정 후보에게는 후배다. 역시 MBC 기자출신인 박영선 통합신당 의원이 '분개'하며 한 마디 거들었다.

 

"90년대 초, 심재철 의원이 기자 시절 교통사고가 나 크게 다쳤을 때 모 병원에서 가망이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걸 정동영 후보가 급히 잘 아는 심장전문의를 수소문하고 신촌 세브란스로 이송시켜 목숨을 구했다. 선배이자 생명의 은인인데 어찌 그런 야박하고 비열한 네거티브를 펼 수 있나, 배은망덕한 짓이다."

 

김현미 대변인도 "기자시절 그 자리에 같이 있었던 심재철 의원이 그러한 음해를 하니 더욱 기가 막히다"면서 "정 후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던 심재철 의원이 정 후보 음해에 앞장서는 것을 보니 정치와 인간에 대한 회의마저 든다"고 비판했다.

 

정 후보는 최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구조를 방해했다고? 당시 내가 구조 활동에 얼마나 기여를 많이했는데..."라며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생생한 보도를 통해 미처 구조되지 못한 희생자를 찾아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긴급 재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참으로 한심했다"며 "뭘 어떻게 손을 대야 할 지, 매뉴얼도 없었고, 지휘 체계도 잡혀 있지 않아 구조대가 우왕좌왕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계방송 때문에 구조를 방해했느냐'는 질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 접근한 것은 맞지만, 잔해더미 안쪽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MBC 후배인 심재철 부대표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심재철 '부인의 추억'... "절친한 선배? 남편 낙선운동 하더니"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의 인터넷위원장을 맡고있는 심재철 의원.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의 인터넷위원장을 맡고있는 심재철 의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정작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은 심재철 부대표인 듯 하다. 심 부대표는 22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의 비정함에 치를 떨었다"고 토로했다.

 

심 부대표는 "당시 현장에서 정 후보는 '저 놈의 구조헬기 (소리) 때문에 중계방송을 못하겠다'고 했고, 현장에서 동료기자들이 목격을 했다"고 추가 '폭로'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그것에 대한 테이프는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심 부대표는 박영선 의원이 얘기한 '생명의 은인'이라는 표현에 대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부인 권은정씨가 박영선 의원에게 쓴 편지도 공개했다.

 

권씨는 '박영선 의원님, 대권에 눈멀어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심 의원의 둘째누나가 본인과 30년 지기 절친한 세브란스 심장전문의 정모 박사에게 전화해서 세브란스로 이송되었던 것"이라며 "그런데도 생명의 은인이라고? 대선후보의 행적을 거짓으로 미화해도 되느냐"고 따져물었다. 

 

권씨는 박영선 의원이 '선배'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절친한' 직장 선후배라구? 옛 직장의 선배로서 '절친'하다는 정동영 의원은 왜 후보 심재철 의원의 낙선운동을 했나? 2004년 총선 당시 정 의원이 심 의원의 지역구 안양 동안을의 핵심 지역인 호계시장을 돌며 '심재철 의원을 낙선시키고 자당 후보를 당선시켜달라'고 외치고 다니며 시장터를 누볐다."

 

권씨는 박 의원 역시 심 의원의 지역구에서 낙선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 선후배의 의리를 따지며 분개할 자격이 있냐"고 반문했다. 당시 박 의원을 보고 "정치의 비정함에 치를 떨었다"는 것이다. 심재철 의원도 "정 후보는 제 생명의 은인도 아니고 절친했던 관계는 전혀 아니다"며 "그냥 알았던 선후배 정도였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측 김현미 대변인은 "정모 박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고, 정동영 후보와는 전주고 선후배 사이"라며 "당시 정 후보가 야간 당직을 서고 있었고, 회사에 (심 의원에 대한) 연락이 와서 평소 알고 지내던 정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소개해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변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재철 의원)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며 "좋은 일 하고나서 억지로 '그게 맞다'고 주장하기도 좀 그렇다. 심 의원이 그냥 그렇게 말하도록 내버려두라"고 웃어 넘겼다.

 

대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에 치를 떠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심재철#정동영#삼풍백화점#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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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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