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단잠에 빠져 있는데 남편이 쿡쿡 찌르며 깨웠다. "여보, 저거 무슨 소리지?"
자는 잠결에도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아버지가 거실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응, 아부지 오줌 누러 나오시는갑다."
우리 부부는 바깥의 동정에 귀를 기울였다.
장인어른, 전립선 안 좋으신가봐 물소리가 들렸다. 수돗물을 크게 틀었을 때처럼 제법 큰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이어서 들리지 않고 뚝뚝 끊어져서 들렸다. "장인어른 전립선 있으신 거 같네. 소리가 끊어져 들리잖아."
사랑방 앞 수돗가 근처에서 들리는 그 소리는 점점 간격을 두며 들리더니 이내 잠잠해졌다.
"장인어른은 나오는 쪽이 문제가 있네. 잡숫는 거는 괜찮은데 내보내길 잘 못하시니 힘들지. 전립선 수술 시켜 드리자."
들어가는 쪽은 괜찮은데 나오는 쪽이 문제네 아버지는 변비기가 있어서 일부러 물을 많이 드신다. 그런데 전립선에도 문제가 생겨서 오줌까지 시원하게 못 누신다니, 남편 말대로 나오는 쪽이 문제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남편의 그 말에 냉큼 대답하지 않았다. 수술이라는 말이 지닌 중압감 때문에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수술을 한다면 돈도 많이 들 텐데, 그리고 병 수발을 해야 하는데 나는 아직 그런 거까지 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다. 아버지는 잠시 우리 집에 다니러 와 계신 것이지 전량 우리가 모시는 거는 아니란 게 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화장실에 안 가시고 밖에서 누시지? 주무시다가 밖에 나오면 추울 텐데." "그러게. 밖에다 오줌 누면 냄새 날 텐데." 나는 아버지의 전립선보다 오줌 냄새가 더 신경이 쓰였다. 바깥 동정에 귀를 기울이며 기다렸지만 밖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오줌을 다 눴으면 안으로 들어가실 텐데, 왜 안 들어가시는 걸까. "여보, 아부지 아이다. 아부지라면 지팡이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안 들렸잖아. 아부지 아이다." "그럼 무슨 소리지?" "갑비(삽살개)가 목말라서 물 먹는 소리였나봐. 개들은 물을 혀로 핥아먹잖아." "아, 그럼 됐네. 난 장인어른이 오줌 누시는 소린 줄 알았지."
처음에는 철벅이는 듯하던 그 물소리를 아버지가 오줌 누시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아버지가 아니라 삽살개 갑비가 물을 핥아 먹는 소리인 거 같았다. 그리 단정 짓고 우리는 다시 잠을 잤다.
아침이 되자 그 의문이 풀렸다. 간밤의 그 소리는 아버지도 아니었고 갑비도 아니었다. 수돗가에 있는 고무 양동이에는 물이 반 못 미쳐 담겨 있었는데 간밤에 쥐 한 마리가 그곳에 빠져 버렸다. 아마도 그 쥐는 지붕 끝의 물받이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밑에 떨어졌나 보다. 하필이면 그 곳에 양동이가 있었고 쥐는 양동이 안에 떨어져서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첨벙대었나 보다. 어젯밤에 우리가 들었던 그 물소리는 바로 쥐가 살려고 안간힘을 쓰던 소리였다. 물에서 헤엄치며 밖으로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던 쥐는 그러나 양동이를 빠져 나오지 못했고, 마침내 힘이 다 해서 물에 빠져 죽어 버렸다. 아버지가 주무시는 방에서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일어나신 모양이다. 좀 있다 아버지는 방 밖으로 나오셨다. 아버지는 지팡이를 짚고 마당으로 나가셨다. 그리고 한참을 계시다 들어 오셨다. 아마 소변을 보고 오셨을 것이다. 고향 집에 계실 때, 논을 한 바퀴 둘러보고 와서 아침밥을 드셨을 때처럼 그렇게 아버지는 들판을 바라보며 오줌을 누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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