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서 5년 동안 사회활동을 못하다가 학원에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니까 참 행복해요. 사실 마냥 좋지는 않아요. 처음 만난 사람들은 서로 나이와 하는 일을 묻잖아요. 그럴 때 해줄 말이 없는 게 참 속상해요. 물어본 사람도 민망해 하고.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인지도 모르죠. 주변 친구들만 봐도 직장인이든, 대학원을 다니든, 주부이든, 자신과 남들에게 당당한 일이 있잖아요.
우울한 마음에 베이킹을 하기로 했어요. 요리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새로운 재료가 뭐 없을까 찾다 보니 매실 절임이 보이네요. 설탕에 절인 거라 반죽에 넣어도 질어질 염려가 없겠어요. 새콤달콤한 맛도 머핀에 잘 어울릴 듯하고요..
또 매실은 건강에 좋은 음식이에요. 피로 물질을 몸밖으로 배출시키는 유기산이 많아서 피로회복이 잘되고, 오래 먹으면 체력이 좋아져요. 또 알칼리성 식품이라 체질 개선에 큰 역할을 하죠. 해독 작용이 뛰어나서 음식, 물, 피 속에 있는 독도 없애줘요. 그뿐 아니라 강력한 살균, 살충 효과가 있어요. 몸에 있는 열을 내려주고, 염증치료에도 탁월하죠. 오래 먹으면 위, 피부, 간도 좋아져요.
매실의 효능은 이렇게 숨이 찰 만큼 많아요. 그래서 매년 5-6월에 매실 예약판매를 할 때면 절임을 담가서 많이 먹고 싶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마다 일이 생겨서 한 번도 해보지 못했어요. 사실 만드는 방법은 단순한데….
매실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완전히 말린 후에 꼭지를 따고 씨를 빼요. 그리고 큰 유리병에 매실 한층, 설탕 한층 차곡차곡 쌓고 밀봉하면 끝이에요. 간단하죠? 물론 삼투압 때문에 설탕이 아래로 가라앉으니까 중간에 몇 번 위아래로 저어줘야 해요.
간단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닦은 다음에 제대로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가 펴요. 꼭지 따고, 씨 빼는 일도 만만치 않아요. 단순하지만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힘든 일이에요.
그 후에는 서늘한 곳에 유리병을 최소 100일에서 6개월 정도 둬야 해요. 오래 묵히면 묵힐수록 맛이 부드럽고 은은해져요.
왜 꼭 이렇게 힘들게 먹어야 할까요? 생과일을 그냥 먹으면 안 되나? 자료를 찾아보니 안 된다고 하더군요. 풋매실의 씨에는 독이 있어서 절임이나 농축액, 식초 등으로 만든다고 하더군요. 가공을 하면 독도 없어지고 보존성도 높아지지만 약효도 더 좋아진다고 해요.
이 자료를 보는 순간 갑자기 머릿속이 뻥하고 뚫리는 듯 했어요.
'아! 지금 내 신세도 청매실과 비슷하구나. 지금 나는 모자라고 부족하면서 가슴속에는 조급함이라는 독만 품고 있구나. 매실을 설탕에 담그듯이 일정 시간동안 나를 내 목표를 향한 공부에 빠뜨려 놓으면 되겠구나. 매실이 설탕을 빨아들여서 받아들이고 성분을 변화시키듯이 나도 노력하면서 내 자신을 발전시키면 되겠구나. 그럼 어느 순간 나도 매실절임처럼 쓸모있고 훌륭한 사람이 될 거야.'
현재의 내게 좌절하지 말고, 이루지 못한 일에 아쉬워하지 말고, 자신에게 시간을 줘야 겠어요. 열심히 공부할 시간, 끝까지 노력할 시간을 말이죠.
지금은 뒤쳐져 있지만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죠. 부지런히 가다보면 언젠가는 내게도 남들에게도 당당한 사람이 될 거에요.
[재료]
제빵용 쌀가루 140g,생콩가루 20g,전분 10g,베이킹파우더 2작은술, 두유 190ml, 절인매실 60g, 포도씨유 3큰술, 매실절임액 2큰술, 꿀 1큰술, 식초 1작은술, 녹차가루 1/4 작은술, 소금 약간.
*매실 절임액은 절임을 건져내고 난 물을 말하는 거에요.
만드는 법(자세한 과정사진은
http://blog.naver.com/marientaiji/80044052836로 오세요)
1.매실절임을 잘게 잘라주세요.
2.쌀가루와 전분, 생콩가루와 베이킹 파우더와 소금을 한데 모아서 곱게 채쳐주세요.
3.두유와 포도씨유, 매실절임액, 꿀, 식초등을 한데 넣고 잘 섞어주세요.
4.쌀가루에 매실절임 자른걸 넣고 가볍게 한번 섞어주세요.
5. 쌀가루에 두유혼합물을 넣고 빠르게 섞어주세요.
6.기름을 바른 머핀 틀에 반죽을 넣어주세요.
7. 175도에서 20-22분 정도 구우면 완성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www.mediamob.co.kr/pinkmania, http://blog.naver.com/marientaij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