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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고장 도보순례 대행진에 나선 학생들이 돌산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내 고장 도보순례 대행진에 나선 학생들이 돌산 바닷가 도로를 따라 걷고 있다 ⓒ 함정연

 

10월 26일부터 27일까지 여수 돌산 일대에서는 여수문수중학교(교장:최희범) 학생 25명과 무선중학교(교장:김영수) 학생 15명 및  양교 지도교사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돌산대교를 출발해 향일암에서 1박하고 다시 되돌아오는 ‘내 고장 순례 대행진’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를 기획한 문수중학교 이영신 교사는 “자신감을 잃은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사제가 동행하는 내 고장 알기 도보 순례사업을 통해 사제 간의 돈독한 정을 나누고,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스스로 극복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가능성을 발견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2007 교육복지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참가한 학생들은 국토도보순례에 관심이 있고 신체가 건강한 학생 중에서 선정했다. 교육복지란 지역간, 학교간 점점 심화되고 있는 교육 불평등을 바로잡기 위한 시범 사업의 하나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지역의 청소년에게 교육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 사업이다.

 

이와 같은 사업의 배경에는 계층간 소득 격차의 심화, 가정의 기능 약화, 급격한 도시화 등이 초래한 사회통합 문제에 학교와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첫날 아침 오전 8시 돌산대교 주차장에서 간단한 출정식을 마친 학생들은 6인 1조로 나눠 교사와 동행했다. 학생들은 장군도, 돌산대교, 무술목, 수산종합관, 방죽포 해수욕장을 거쳐 1998년 12월 17일 돌산읍 임포지역에 침투하다 국군과 교전 끝에 침몰한 북한 잠수정을 둘러보기도 했다.

 

 향일암 바로 밑 야경
향일암 바로 밑 야경 ⓒ 오문수

 

향일암 인근 모텔에서 1박한 학생들은 이튿날 오전 6시 기상하여 금오산을 넘어 평사리를 도는 돌산 일주 코스를 돌았다. 순례와 더불어 우리 들꽃 이야기 사진 촬영, 환경캠페인, 노래 부르기, 가을별자리 이야기 등이 있어 이번 행사의 의의를 더 했다.

 

사업을 주관한 문수중 문화복지부장 김경배 교사는 올 8월 첫 사업으로 여름방학 중에 ‘여름 신바람학교’를 운영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못 느낀 학생들에게 뭔가 다른 것을 경험시켜 학교생활에 재미를 느끼도록 하자는 의미에서 드럼, 기타, 요가, 밸리댄스, 미술, 체육, 일본어, 중국어, 논술반을 운영하여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개학 후에는 정규수업이 끝나면 학원 갈 처지도 안 돼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했다. 이들에게 석식을 제공하고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의 4개 과목 교사들이 보충지도를 했다.

 

학생들에게서 변화가 일어났다. 선생님과 멀리하기만 하고 학교생활에 심드렁하던 아이들이 교사들에게 찾아오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표정이 달라지고, 복도에서 만나면 손바닥을 마주치며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했다.


밝게 웃으며 “초등학교 교사가 꿈이지만 경찰대에 진학하고 싶다”는 K군(2학년)은 “저는 즐겁게 살아요. 환상 속에 살고 싶어요. 하지만 아빠가 안 계셔 도배 일을 하시는 엄마를 보면 죄송해요”하고 말한다.  K군은 올 여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역시 2학년인 H군은 책을 좋아해 담임인 이 교사의 말로는 독서왕이다. 국어교사가 꿈인 그는 부모가 이혼해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게 가장 힘들단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자 “학원가는 것보다 선생님들과 같이 공부하는 게 더 편해요”하고 말했다.

 

교사들의 애로사항을 묻는 질문에 김 부장은 “담임이라 바쁜데 또 이런 프로그램까지 해주는 선생님들에게 고맙고, 가정이 있는 교사들이 노는 토요일에도 학생들을 위해 봉사해 주는 것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한다.

 

 지도교사들로 왼쪽부터 김경배, 이영신, 사회복지사 이남헌
지도교사들로 왼쪽부터 김경배, 이영신, 사회복지사 이남헌 ⓒ 오문수

 

학교생활에 힘들어 하는 학생을 “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봐!”라며 60km의 도보행진에 데리고 왔다는 이 교사. “아이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주고, 불행을 대물림해주지 말며, 교육에서 똑바로 성장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는 이영신 교사의 다부진 말에서 교육희망을 본다. 

덧붙이는 글 | SBS와 남해안신문 및 뉴스365에도 송고합니다


#도보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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