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날이다. 먹장구름이 드리운 하늘, 세상은 어둠에 잠긴다. 이따금씩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속으로 곧 사라지곤 한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해질 무렵이 다 되어서야 섬달천으로 달려갔다. 섬달천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고 있다. 섬달천의 다리도 어둠에 잠긴다. 섬달천 마을을 지나 포구로 갔다. 포구에 연락선이 들어온다. 낚시가방을 둘러맨 사람들이 한 무더기 내린다. 타는 손님은 4명뿐이다.
물이 들고 있다. 섬달천의 바다는 너울너울 넘실댄다. 잿빛 가득한 섬달천의 해질 무렵, 바다는 더없이 고요하다. 강태공의 낚시에는 앞의 섬이라도 걸려든 걸까. 갑자기 팽팽한 긴장감이 돈다. 꽃게 한 마리가 따라 나온다. 한참을 기다려도 좀처럼 고기는 걸려들지 않는다. 강태공은 낚시채비를 챙겨 떠난다. 멀리 아스라이 보이던 고흥의 팔영산은 어둠속으로 이미 모습을 감췄다. 주변의 산자락에도 어둠에 드리우고 있다. 잿빛 하늘에 갈매기 한 마리가 여유롭게 날아간다. 가을바람이 쓸쓸한 가슴을 헤집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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