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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인터넷에 보면 '요리 강좌'가 넘친다. 요리를 못하는 나를 위해서 이런 정보들은 정말 고맙다. 하지만 나는 딱 한 가지 불만인 것이 있다! 이런 정보들에서 보여지는 음식들은 그야말로 화려하고 먹기 좋아 보인다. 또한 그대로만 하면 다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하다 보면 어디 그렇던가. 그래서 나는 '언젠가 성공할 중모의 요리 강좌'를 쓰고자 결심했다. 본래 남을 본받는 것도 중요하나 ‘타산지석’도 분명히 필요한 법이다. 남이 잘못한 것을 보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터. 역사를 배우는 것도 그 때문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언젠가 성공할' 실패 투성이의 요리 강좌를 이곳에 풀어놓고자 한다! 그리고 그 요리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를 주제넘게 한 마디 정도 덧붙여보고자 한다. <기자 주>

 

“아, 뭐 해 먹을까?”

 

어려서부터 어머니께서 해주신 밥을 고마운 줄도 모르고 덥석덥석 받아먹었던 남성들이라면 다 큰 어른이 되어서도 쌀 있고 재료가 있는데도 밥 한 끼 해 먹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다. 어머니 품을 떠나도 아내가 해주는 밥만 쭉 먹어온 남자라면 그 정도는 더할 터. 오죽하면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있겠는가.

 

"아내가 여행을 가면 하루 이틀은 좋아 죽는데, 삼일이 되면 제대로 된 밥 먹고 싶어서 아내가 언제 오나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고 한다."

 

물론 대한민국의 남성 모두가 이러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아직 30대에 접어들지 않은 나도 어머니께서 암으로 투병하시기 전에는 부엌에 남자가 ‘왜 들어가?’ 라고 생각했었으니 의외로 밥 한 끼 제대로 못 챙겨 먹는 남자가 많을 것이라는 거다.

 

그래, 길게 돌려 얘기할 것 없다. 혼자 싫은 소리 듣기 싫어서 세상의 다른 남자들을 끌어들였지만 앞서 얘기한 유형의 대표적인 남자가 바로 나다! 어머니께서 투병하신 이후로 본의 아니게 밥을 차려 먹을 정도는 되었지만, 홀로 나와 살다 보니 여전히 밥 챙겨 먹는 게 꽤 귀찮아 제대로 요리를 해서 먹지는 않는다. 게다가 한 끼 제대로 요리해 먹자니 드는 식비도 만만치 않아 무려 일주일을 넘게 오로지 라면으로만 식사를 해결해 왔었다.

 

라면과 함께 한 일주일 아니 어쩌면 그 이상!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한 끼에 라면을 5봉지씩 먹는 아저씨를 본 적이 있어 ‘그래도 괜찮겠지’ 싶었다. 그런데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속이 다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속이 거북한 것이 토하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과일 비빔밥 영양을 위해 어이 없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의외로 맛은 괜찮았음.
과일 비빔밥영양을 위해 어이 없는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의외로 맛은 괜찮았음. ⓒ 양중모

 

라면을 먹는 와중에도 주말만큼은 특별한 날이라고 생각해 이것저것 만들어 먹었기에 냉장고에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마침 라면도 다 먹었으니 좋은 기회다 싶었다.

 

그리고 바로 그 요리의 결정판을 오늘 완성했다! 요리 하나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남성을 위해, 그리고 요리는 할 줄 아나 귀차니즘에 젖어 오로지 라면으로 연명하고 있는 남성들을 위해 이 요리의 최종 모습을 공개하고자 한다.

 

말은 거창하지만 간단히 말해 ‘볶음밥’이라고 할 수 있고 ‘비빔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보다 평범하다고? 김치 넣고, 고추장 넣고, 햄 넣고, 야채 넣고 뭐 이러고 볶으면 볶음밥이고, 이것 저것 섞으면 비빔밥인데 그것이 뭐 그리 특별하냐고 물으시다면? 그래도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이번에 시도한 중모표 볶음밥 겸 비빔밥은 그야말로 투철한 실험 정신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요리계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요리 초보가 호기심 충족을 위해 시도해 본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실험의 시작은 사실 매우 단순했다. 라면을 끊고 밥을 먹기로 결심했으나 딱히 먹을 만한 반찬이 없었다. 그러다 냉장고에 있는 고추장과 주방에 있는 참기름, 간장 등이 눈에 띄어 비벼 먹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보다 나은 맛을 위해 볶아 먹기 시작했고, 볶아 먹다 보니 허전하여 계란을 넣기 시작하는 등 점점 첨가되는 것들이 늘어난 것이다.

 

결국 비빈 밥에 과일까지 넣어 먹기 시작하면서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각종 조미료와 양념을 다 넣으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좋은 약들을 설명하는 것을 들어보면 온갖 좋은 약재가 다 들어가 있으니 밥에도 이런저런 조미료와 양념을 넣으면 최고의 맛이 나지 않을까?

 

그런 궁금증 끝에 결국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시도를 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른바 ‘중모표 볶은 비빔밥’을 만들어 세상에 소개하고 말겠다는 일념에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커다란 두려움을 애써 몰아내고 주방에 있던 것들을 모조리 꺼내보았다. 그리고 ‘중모표 볶은 비빔밥’에 들어갈 후보군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열 가지, 그 이상의 재료 주방과 냉장고에 있는 것을 모두 넣는 모험을 감행했다.
열 가지, 그 이상의 재료주방과 냉장고에 있는 것을 모두 넣는 모험을 감행했다. ⓒ 양중모

 

중모표 볶은 비빔밥에 들어갈 후보들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후보 식용유. 프라이팬에 두를 것이 필요했다. 두 번째 후보 참기름. 참기름을 넣어야 밥이 맛있다는 생각이 들어 역시 넣기로 했다. 이전에도 넣어본 적이 있어 부담감도 없었다. 세 번째 후보 조림 간장. 간장? 간장은 짜잖아. 뺄까? 아니야. 간장이 있어야 짭조름하지. 그래 넣자. 그래서 결국 간장도 넣기로 했다.

 

네 번째 후보 버섯. 음식이란 모름지기 씹히는 맛이 있어야 하는 법! 역시 넣기로 했다. 다섯 번째 후보 달걀. 이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넣어야만 했다. 여섯 번째 후보 구운 소금. 소금? 간장도 넣을 것인데 소금까지 넣는다면 너무 짜지 않을까? 아니야. 난 짠 거 좋아하니까 넣어보자. 그래서 소금도 후보에서 탈락하지 않았다.

 

일곱 번째 후보 깻잎. 평상시에 깻잎만도 먹는 나이기에 당연히 포함시켜야 할 음식이었지만 이미 양념이 되어 짠 맛 나는 깻잎이라 고민이 되었다. 간장과 소금에 짠 맛 나는 깻잎까지. 게다가 덤으로 그 양념 깻잎 국물까지 넣는다라. 서서히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허나,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래 넣자!

 

만들고 있는 중 과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이 나올까?
만들고 있는 중과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이 나올까? ⓒ 양중모

 

여덟 번째 후보 까나리 액젓. 까나리 액젓? 이게 대체 뭐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넣어 보기로 했다. 혹시 음식 만화에서 나오는 그 전설의 향료처럼 무언가 역할을 해줄지 또 누가 아는가? 아홉 번째 후보 케첩. 단 것을 좋아하니 이것은 무조건 넣어야 했다.

 

열 번째 후보 순후추. 후추는 원래 음식 할 때 뿌리는 것이니 넣어야 했다. 정말 그런가? 열한 번째 후보 다시다. 다시다는 국이나 찌개 끓일 때 넣는 것을 많이 보았으나 이 역시 마법의 향료가 되어줄지 모른다는 생각에 넣기로 했다.

 

열두 번째 후보 삼겹살 갈은 것. ‘삼겹살도 갈아 먹냐?’고 되묻는다면 나 역시 할 말이 없다. 그저 중국 마트에 그렇게 써져 있는 것을 사 왔을 뿐이니까. 요리하기 직전 인터넷 뉴스에서 적색 육류가 암을 유발한다는 정보를 접해서 찜찜한 기분이 있었으나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로 했다. 고기 없이 어찌 밥을 먹는다 말인가!

 

열세 번째 후보 치즈. 토스트 만들 때 치즈로 철판을 문질러 주니 분명 넣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열네 번째 후보 드레싱 소스. 이것은 다른 것과 달리 정말 오래도록 고민을 하였다. 짜고 맵고 단 것은 참아도 느끼한 것은 못 참는 나이기에 느끼함을 유발할 수 있는 드레싱 소스는 무척 꺼려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왕 꺼낸 거 넣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 후보는 바로 밥! 이것은 이 재료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에 가장 먼저 프라이팬에 들어가기로 했다.

 

만드는 과정은 눈 뜨고 보기 힘들었으나 결과는?

 

재료들을 소개하다 보니 나부터 속이 메쓰꺼리는 것을 보면,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에게 어쩐지 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다. 허나 조금 더 기다려주시라. 아직 결과는 모르는 거 아니겠는가? 설마 저런 재료들을 정말로 다 넣고 밥을 볶았을까? 볶았다.

 

들어가는 녀석들이 하나 둘 늘어갈 때마다 나도 기쁨보다 걱정이 늘어갔다. 과연 이렇게 해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밥이 나올 수 있을 것인가? 뿌옇게 올라오는 연기를 물리치며 이리 뒤집고 저리 뒤집기를 반복 결국 ‘중모표 볶은 비빔밥’을 완성하였다.

 

여러 녀석들이 뒤엉켜 다들 화가 났는지 <오마이뉴스>에 올릴 사진 한 장을 찍을 때까지도 중모표 볶은 비빔밥에서는 허연 연기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그리고 드디어 시식의 순간. 그야말로 눈을 딱 감고 숟가락으로 한 입을 먹었다.

 

“으웩~!”

 

이라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셨다면 정말 미안하다.

 

“오~ 의외로 맛이 좋은데!”

 

내 반응은 바로이랬으니까. 거짓말 아니고 이런 잡다한 재료를 다 섞었는데도 의외로 맛이 좋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제 집에서 어머니 안 계시다고, 아내 없다고 밥을 굶거나 시켜 먹는 남편들에게 이 요리 비법을 당당히 공개할 수 있다. 요리 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좀 아리송하지만, 저 위에 나온 것 그대로 해보면 된다.

 

중모표 볶은 비빔밥 완성! 여러 재료가 다투느라 그랬는지 연기가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중모표 볶은 비빔밥 완성!여러 재료가 다투느라 그랬는지 연기가 사진을 찍는 도중에도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 양중모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긴 하다. 우리 집에 언젠가 놀러 왔던 친구가 내가 해 놓은 밥을 한 입 먹더니 “넌 생쌀 씹어 먹냐?”라고 말했던 적이 있는 점, 또 라면만 2주일 가까이 먹고서야 속이 뒤집혔다는 점 등을 고려해주기 바란다. 그만큼 내 입맛이 다른 사람과 좀 다른 면이 있다. 허나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시라.

 

당신의 ○○표 요리는 무엇인가요?

 

이것저것 섞어 먹다 보면 의외로 요리에 취미가 생겨 집안 일 도울 수도 있고, 또 엉망진창 요리를 만들다 보면 밥 해주시는 어머니나 요리 못한다고 구박했던 아내에게 미안한 감정도 가져 더 화목한 가정을 만들 기반을 만들 수도 있으니.

 

자 오늘 저녁 ‘중모표 볶은 비빔밥’이 아닌 ‘그대표 볶은 비빔밥’이 여러분 식탁에 올라가기를 기다리며 물러가겠다. 만약 아직 단 하나도 당신의 이름을 딴 요리가 없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중모의 언젠가 성공할 요리 강좌 3편 중모표 볶은 비빔밥이 준 교훈!

많은 것을 섞었다 하여 그것이 곧 훌륭한 요리는 아닐 것입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통합, 단일화 소리가 지겹도록 나오고 있는데 많은 것을 그저 섞은 것만이 아닌 서로 간의 조화를 이루어 진정한 맛이 나는 그런 화합의 작품을 기대합니다.


#볶은 비빔밥#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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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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