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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강연을 마친 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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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성장 중심론자'라는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건설맨' 출신인 본인의 확고부동한 소신이고, 이 후보가 몸담은 정당의 철학이 그렇다니 여기에선 '성장 중심론' 자체를 시비걸지는 않겠다.

하지만 최근 제기된 건강보험료(건보료) 탈루 의혹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냐하면 사회보험은 한국에서 복지정책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건보료문제는 대통령의 '자질'과도 연결된다. 

게다가 이 후보 측의 해명이 허점투성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들이 '논란' 정도로만 취급한 것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이 후보가 1993∼1996년까지 약 4년간 산재보험료(2007년 7월 27일자), 2001~2003년까지 3년간 고용보험료·산재보험료(2007년 10월 24일자)를 납부하지 않아 강제 추징당한 것은 그가 사회보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공공성'을 가진 사회보험에 대한 이 후보의 인식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기자는 건보료 탈루 의혹 역시 그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사안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 후보측은 설득력 없는 논리를 들이대며 '탈루 의혹'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산재보험료 등도 수년간 미납... 사회보험 인식 너무 부족해

최근 강기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제기한 건보료 탈루 의혹의 핵심은 이 후보가 2001년 7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40개월간의 보험료를 탈루했다는 것. 그의 주장을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이 후보는 대명주빌딩을 관리하는 부동산 임대업체의 대표다. 이 업체는 2001년 1월부터 상시근로자를 고용했다. 그런데 2001년 7월부터 모든 사업장은 건강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후보는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2001년부터 7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당연히 내야 할 건보료를 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받아야 할 보험혜택까지 박탈했다."

이렇게 명백한 의혹 제기에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10월 이전에는 미가입 사업장이기 때문에 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었다"는 설득력없는 반박을 내놓았다. 일단 전 의원의 반박을 들어보자.

"2004년 당시 건강보험 제도에 따르면, 사업장 자격취득일로부터 보험료 납부 의무가 발생했다. 따라서 5인 미만 사업장의 직장(건강보험) 전환 의무가 2001년 7월부터 적용되었더라도 2004년 10월 대명주빌딩이 직장(건강보험) 자격을 취득하기 전까지의 미가입기간에 대해서는 보험료 납부 의무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대명주빌딩 사업장은 2004년 10월까지 직장건강보험(직장건보) 자격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건보료를 내고 싶어도 낼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명박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대명주빌딩(서울 서초구 서초동 1717-1번지). 그는 이곳을 관리하는 부동산 임대업체 대표로 있으면서 40개월간의 건보료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대명주빌딩(서울 서초구 서초동 1717-1번지). 그는 이곳을 관리하는 부동산 임대업체 대표로 있으면서 40개월간의 건보료를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윤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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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은 그야말로 '주장'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지난 2000년 12월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업자는 직장건보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개정되었다. 이 개정안은 2001년 7월부터 적용되었다. 또 직장건보 가입 대상자는 14일 이내에 자진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2001년 6월 개정된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하지만 '부동산임대 이명박'(대명주빌딩 관리업체)의 대표였던 이 후보는 2001년 7월부터 직장건보에 가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4년 10월까지 가입하지 않았다. 의무가입을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을 어긴 셈이다.

강기정 의원은 "전재희 의원은 직장건보 가입자의 자격을 신고시점인 2004년 10월로 착각하고 있다"며 이렇게 재반박했다.

"대명주빌딩 사업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 직장가입 대상자로 의무화된 시점인 2001년 7월에 직장건보 가입자 자격을 취득했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는 국민건강보험법 68조에 따라 보험료 납부의무가 발생했다. 보험료 납부시점은 국민건강보험법 62조 2항에 따라 2001년 7월부터다."

영세사업자 적용 규정을 왜 수백억 자산가에게 적용하나?

더욱 황당한 사실은 전재희 의원이 법보다 하위규정인 건강보험공단의 '업무처리요령'에 근거해 이 후보의 건보료 탈루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업무처리요령에는 '적용대상 사업장이 된 날로부터 14일 경과 후 신고하는 경우 사업장 적용통보서가 공단에 접수된 날을 사업장 적용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14일 이내에 신고하는 게 원칙인데, 14일을 넘어 신고하는 경우 공단에 신고한 날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는 상위법인 국민건강보험법과 배치된다. 공단 측도 업무처리요령이 상위법과 충돌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이 왜 생겼는지를 헤아려야 한다. 그런데 이 후보측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전재희 의원이 근거로 내세운 업무처리요령의 규정은 영세사업장을 배려하기 위한 공단의 고육지책이었다. 영세사업장의 경우 최초 적용일부터 소급적용해 보험료를 부과할 경우 사업장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을 헤아린 조치다.

그러니까 수백억원대의 자산을 가진 이 후보의 사업장에는 적용될 수 없는 규정이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굳이 그 규정을 끄집어내 이 후보의 '건보료 탈루 의혹'에 면죄부를 주려고 애쓰는 것은 안쓰럽기만 하다.

강기정 의원도 "영세업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단의 업무지침을 법보다 우선해서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며 "전재희 의원처럼 보험료를 납부하고 싶어도 납부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주장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납부하지 않은 건보료는 그 소멸시효(3년)가 지났다. 40개월간의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더라도 '건보료 탈루'가 거의 확실한 이상,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 후보가 40개월간의 건보료를 이제라도 납부해서 '찜찜했던 과거사'를 털고 가면 어떨까?  

 강기정 의원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을 지적하고 있다.
 강기정 의원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건강보험료 탈루 의혹을 지적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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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건보료 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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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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