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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지방의회의 본회의장
한 지방의회의 본회의장 ⓒ 자료사진

 

측근 심의위원 앉히기-> 백지에 인상폭 쓰기 -> 인상폭 잠정결정(25.5%) -> 주민설문조사 연기-> 설문문항 고치기-> 인상폭 확대(30.4%)

 

충남 당진군 의정비심사위원회가 의정활동비를 30.4% 인상하기까지 과정을 도식화한 것이다. 이는 당초 잠정인상 폭 25.5%보다 4.9% 늘어난 것으로 당진군 의원들은 내년부터 연 363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당진군에 국한된 사례가 아니다. 전국 대부분 지방의회가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의정비를 인상했거나 인상절차를 밟고 있다.   

 

의정비 최종 확정까지 벌인 의원들의 활동은 왕성하다 못해 헌신적(?)이다. 때문에 그 간 보여준 초라한 의정활동 실적이 의아해진다.

 

당진군의회 의정비심사위원은 모두 10명. 이는 다시 군수 추천인 5명과 군의회 의장 추천 5명으로 나뉜다. 보다 큰 폭의 의정비 인상을 원하는 군의회에서 사실상 대리인에 불과한 측근을 위촉하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군의회 의장이 추천한 단체중 행정동우회와 이.통장협의회를 포함시킨 것은 거슬린다. 행정동우회는 퇴직 행정공무원 모임이고, 이통장협의회는 준 행정조직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구성된 심의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처음부터 30∼40%의 인상폭을 주장했다. 그럴 수도 없지만 만약 당진군 공무원노조가 30%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면 군의원들이 눈에 쌍심지를 켰을 게다.

 

심의위원들은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백지에 각자 인상폭을 써 낸 후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잠정인상폭을 결정했다. 이렇게 나온 안이 25.5%다.

 

의정비 올리듯 의정활동을 했다면...

 

당초 당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제시한 인상폭은 4.8% 였다. 지방공무원의 지난 3년 동안 평균 보수인상률은 2.4%고 같은 기간 지역 물가상승률도 엇비슷하다.

 

시민단체는 "군의회가 처리한 조례안 64건 중 순수 의원발의는 단 2건이고 민의를 수렴하는 공청회도 단 한차례 뿐이었다"며 "4.8% 인상으로 인한 총액 2918만원도 결코 적지 않다"고 맞섰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과도한 의정비 인상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장재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주민대상 서면 설문조사를 거치기로 했다. 하지만 당초 지난 15일부터 받기로 한 설문조사는 돌연 중단됐다. 배포된 설문지도 긴급 회수됐다. 심의위원회가 확정한 설문 문항을 군의회 측이 문제삼은 때문이다.

 

행자부 지침에는 의정비 심의를 위한 의견수렴시 여론조사기관에 맡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부득이한 경우에도 설문대상을 무작위 추출하도록 했다. 객관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당진군은 여론조사 기관 대신 각 읍장과 면장 책임하에 읍면 사무소에서 설문을 벌였다.

 

게다가 군의회 측 의견을 반영해 재작성한 설문 문항은 유도설문에 가깝다. 예를 들면 '천안시가 3555만원(27.1% 인상), 계룡시가 3252만원(22.6%인상)으로 잠정결정했으며, 우리 군은 작년대비 25.4%가 늘어난 월 291만원으로 잠정결정했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도성 설문, 결과는 '의정활동 잘했다'?

 

20%대 인상 폭이 당연하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 의정비 수준을 묻는 문항에서도 최소 선택 범위가 3000만원이다. 의정활동을 평가하는 문항에는 '매우 잘한다'는 있는데 '매우 못한다'는 선택 항목이 빠졌다.

 

설문조사결과는 곧바로 의정비 인상에 반영됐다.

 

당진군 의정비심사위원회는 30일 "설문조사결과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평가가 많고 3500만원 이상 인상을 원하는 주민이 많았다"며 " 당초 잠정 인상폭보다 많은 30.4%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진참여연대 관계자는 "의정활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벌인 설문조사가 오히려 인상폭을 더 늘리는데 악용됐다"며 "하라는 의정활동은 게을리하고 의정비는 기를 쓰고 올리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지방의원은 유급제 도입이후에도 겸직금지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곳곳에서 의원직을 '부업'삼아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는다. 온갖 비난에도 '사익'앞에 태연자약하니 그 이름 명예로운 지방의원이다.   

 

참고로 이날 당진군 의정비 심사결정 회의에서  30%가 넘는 인상안에 찬성표결한 위원은은 당진군개발위원회, 교육삼락회, 이통장협의회, 지역사회연구소, 행정동우회 관계자 들이다.


#지방의원#의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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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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