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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강민이랑 강민이 다섯 살때 어린이집 재롱잔치 마치고
▲ 아빠랑 강민이랑 강민이 다섯 살때 어린이집 재롱잔치 마치고
ⓒ 홍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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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아!

아빠는 오늘 병원에 갔다 왔다. 평소에도 위가 좀 안 좋았는데, 요즘 들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쓰려서 병원에 가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왔다. 의사선생님 말씀이 큰 병은 아니고 위염이 좀 심하다고 하더구나. 많이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충격은 다른 데서 왔다. 위 내시경 검사에 앞서 청력 검사, 시력 검사, 심전도 검사를 했다. 그리고 키와 체중을 쟀다. 아들아, 아빠는 정말 충격이었다. 오늘 아빠의 몸무게는 옷을 입은 상태에서 40.3킬로그램이었다.

평소에는 43킬로그램을 유지했었는데, 요 몇 주간 아빠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바람에 그만 2.7킬로그램이 빠졌더구나. 아빠한테 무슨 더 빠질 살이 있다고 그새 2.7킬로그램이나 빠졌단 말이냐! 사라져버린 나의 2.7킬로그램의 살들, 아깝고 그립구나. 한 달 전만 해도 나이 43세에 몸무게 43킬로그램으로 서로 짝이 맞고 보기도 좋았는데. 43세 : 40.3킬로그램은 균형도 안 맞고 모양새도 별로지?

아들아,

아빠 오늘 자존심 많이 상했다. 병원직원들이 측은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서 정말 싫었다. 간호사 누나들이 아빠를 마치 친구 대하듯이 하는 거야. 내가 나이가 곱절은 많을 텐데. 특히 의사선생님의 말씀은 마음에 심하게 걸리더구나.

"저체중이네요. 밀면 넘어지게 생겼어…."

나이도 나보다 어려보이던데, 반말로 밀면 넘어가게 생겼다는 거야. 그때 아빠 정말 넘어가는 줄 알았다.

아들아!

아빠는 오늘부터 예전 상태로의 회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로 했다. 저녁 먹고 너와의 공부가 끝나면 학교 운동장으로 나가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43킬로그램을 회복해야겠다.

그리고 아들아, 너에게도 한 가지 당부하마.

너도 일곱 살에 16킬로그램이면 절대로 많은 체중이 아니거든! 너도 앞으로 체중관리에 신경 좀 써라. 너 오늘부터 태권도 학원에 다시 나가기로 했지? 태권도 열심히 배워서 제발 좀 튼튼해져라. 아빠 닮지 말고. 너는 절대로 나이 40대에 40킬로그램대의 몸무게를 가져서는 안 된다. 알았지? 공부는 좀 못해도 좋으니 몸은 제발 튼튼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아들아,

한 가지 꼭 부탁하는데, 이번에는 태권도 학원 끝까지 다녀줬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겨우 이틀 다니고 다리 관절 부어서 태권도 학원에 못 가는 일 생기면 아빠 정말 삐질 거다. 아빠 한 번 삐지면 쉽게 안 풀리는 거 알지?

아빠 닮아 약골인 아들아,

일단은 아빠가 미안하다. 너에게 약한 체격을 물려줘서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어쩌겠냐? 아빠나 너나 타고난 체격이 그런 것을. 불평해 봐야 소용없고 이제부터 우리 열심히 운동하자. 그래서 건강한 몸이 되어서 남들에게 보여주자. 아빠와 내가 이렇게 튼튼해졌다고.

아들아!

우리는 할 수 있다! 화이팅!


#몸무게 늘리기#아들#아빠#저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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