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시민방송 RTV 개국5주년 기념식에 갔다가, 벗님과 함께 교보문고에 들렀습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딱히 사 읽고 싶은 책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벗님과 만나면 이렇게 책을 보러 갑니다. 서점은 평일 저녁시간대라 그런지 한산했습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책을 엿보는 것도 그 나름 재미있지만,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여유로운 책읽기를 하는 것은 제겐 더욱 즐거운 일입니다. 아무튼 주제별로 진열해 놓은 오만가지 책들을 둘러보다가, 외국소설 코너에서 반가운 친구와 마주했습니다. 장 자끄 상뻬! <좀머씨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에게 매료된 지 9년이란 시간동안 접한 그의 글과 그림은 언제나 살아가면서 잊혀지는 많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해주었습니다. 그 중 지난 여름에 읽었던 책 <속 깊은 이성친구> 옆에, 보지 못한 책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제목도 맘에 쏙 드는 <얼굴 빨개지는 아이>였습니다. '상뻬가 어떤 글과 그림을 담아냈을까?'하고 책을 넘겨보다, 그만 서서 책을 다 읽어버렸습니다. 줄거리는 대충 이렇습니다. 화가 나거나 부끄럽거나 하지 않아도 아무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져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던 외톨이 까이유와 감기에 걸리지도 않아도 재채기를 해대는 아이 르네가 만나, 그 둘만의 특별함에 서로 친구가 되고 우정을 쌓아가다 르네가 갑자기 이사를 가게 되는 바람에 20여년 동안 잊고 살다 장년이 되어 다시 해후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상투적인 우정 이야기라기 보다, 콤플렉스가 아닌 서로의 특징과 특별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이해하고 끔직이 좋아하는 친구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수많은 군중속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전혀 잊혀지지 않는다'라는 믿음까지 아기자기한 삽화에 담아 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고 나니, 어렸을 적 친구들이 생각나더군요. 르네와 까이유처럼 허물없이 지내던 친구들. 민용이, 지룡이, 용안이 그리고 태욱이, 성운이, 성민이... 다들 잘 살고 있지? * 얼굴 빨개지는 아이(원제 : Marcellin Caillou) / 장 자끄 상뻬 저, 김호영 역 / 열린책들 출간 / 1999-05-30 /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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