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학 밖을 향해 가겠다."

 

짧고도 간명했다. 독자들의 심장이 아닌 머리에 화인(火印)을 새기는 것을 특장으로 하는 김훈(59) 소설의 문장처럼.

 

내년에 갑년을 맞는 김훈이 회갑 선물을 미리 받았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관하는 2007년 대산문학상 소설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 수장작은 이미 수십 만 독자들과 만나 그들에게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을 제공한 소설 <남한산성>.

 

올해 대산문학상 심사를 맡은 김인환, 박완서, 임철우, 황광수 등은 "문화화된 역사를 살아 있는 생생한 살과 피의 형상으로 복원해내는 능력이 놀라웠고, 극적 구조의 탁월함과 단순명쾌한 문체의 매력이 돋보인다"라는 상찬을 <남한산성>과 김훈에게 보냈다.

 

소설부문에서 <남한산성>과 끝까지 경합한 작품은 신경숙의 <리진>과 편혜영의 <사육장 쪽으로>. 수상작 선정을 놓고 논란이 분분했으나, 결국 "작가 자신의 여타 소설에 비해서도 훨씬 알찬 문학성까지 확보해낸 작품"이라 평가받은 김훈에 밀렸다.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훈은 시인 이문재의 표현처럼 "자신의 온몸으로 원고지 위 연필을 밀어 가는" 21세기 드문 창작 스타일을 고집하는 작가다. 고려대를 다니다 그만뒀으며, <한국일보> 재직 시에는 박래부와 함께 '악명 높은' 완벽주의자의 문장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기자임에도 문인 대접을 받았다.

 

최근엔 상복이 터져 몇 년 새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번엔 파격적으로 상금을 5천 만원으로 인상한 대산문학상의 수상자가 됐다. 그간 써온 작품은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등. 산문에도 재주를 보여 <밥벌이의 지겨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 등의 잡문집도 독자들의 환호 속에 많은 수량이 팔려나갔다.

 

6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훈은 그 특유의 냉소로 후배 문학기자들을 기죽이며 기자간담회장의 분위기를 주도했다. 알다시피 김훈은 소설가가 되기 전 기자생활을 27년간이나 했다.

 

이날은 김훈 외에도 각 장르별 대산문학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다. 시 부문 수상자는 '잘 생긴' 시인 남진우. 수상작은 <새벽 세 시의 사자 한 마리>. 남씨는 "내 시는 쉽지 않다. 그러나, 앞으로도 나는 내 길을 가겠다"라는 지극히 시인다운 수상소감을 남겼다.

 

희곡 부분에선 배삼식의 <열하일기 만보>가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고, 평론 부문은 소장비평가 김영찬이 상을 받았다. 번역 부문은 황석영의 <한씨 연대기>를 독역한 강승희와 오동식, 토르스텐 차이악이 공동 수상했다.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다.


#김훈#대산문학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신라 여자> <아름다운 서약 풍류도와 화랑> <천년왕국 신라 서라벌의 보물들>등의 저자. 경북매일 특집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