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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고, 뜯고 ...
▲ 비비고, 뜯고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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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히히히히."
"우진아, 웃지만 말고 말을 해 말을."

녀석이 돼지갈비에 비빈 밥을 입속 가득히 넣고 계속 웃기만 한다. 내가 말을 하라고 하자 웃음을 머금고는 한다는 말.

"할머니 진짜 맛있어."
"그렇게 맛있어?"
"응, 제일 맛있어."

6일 어린이집으로 손자를  데리러 갔다.

"우진아, 오늘 할머니가 갈비해 놨으니깐 집에 가서 샤워하고 옷 갈아 입고 갈비 먹으러 할머니 집으로 와."
"야호! 진짜야?"
"그럼."

그날 저녁 7시쯤 손자가 왔다.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갈비에 비벼 달란다. 싱크대에서 비비고 있는데 입을 벌린다. 한 숟가락 먹더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 번진다.

"우진아, 할머니가 약속 늦게 지켜서 미안해."
"할머니, 맛있었어. 괜찮아."

20일 전 쯤 손자에게 돼지갈비를 해준다고 해놓고는 늦어진 이유가 있었다. 손자가 무엇을 먹다가 할머니가 해준 갈비가 먹고 싶다고 했다. 추석에 먹은 갈비가 너무 맛있다고 하면서. 그래서 난 "그래, 그럼 할머니가 다음 주에 갈비해 줄게"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약속을 한 다음 주에 녀석은 친할머니댁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 가족모임이 있었기에 그곳에서 갈비를 먹었으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 가서 계속 잠이 들어 끝날 무렵에 일어나 제대로 먹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해준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 후 우리가족모임이 있어 그곳에서도 소고기를 먹게 되었다. 하지만 손자는 그것도 안 된다고 한다.

주말마다 일이 생겼고 그것으로 되었으려니 했지만 매번 손자는 아니라고 한다. 한번 한 약속은 약속이었다.  제엄마 아빠가 보다 못해 지난 주 중에  음식점에 가서 돼지갈비를 사주었다고 한다. 그것을 먹으면서도 "이 맛이 아니야. 할머니가 해준 갈비가 먹고 싶어"하더란다. 그 말을 나중에서야 딸이 전해주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친구 딸아이가 결혼식이 있어 또 그대로 넘어가고 말았다. 하여, 일요일 저녁에는 손자가 좋아하는 설렁탕을 사주면서 돌아오는 화요일(6일)에는 할머니가 돼지 갈비를 꼭 해준다고 약속을 해서 달래주었다. 5일 그림공부가 끝나자마자 시장에 가서 돼지갈비를 사왔다. 양념을 속까지 푹 배게 하기 위해 미리 준비를 했다.

돼지갈비의 변천 돼지갈비를 물에 담가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두루치기를 하고, 양념을 해서 찜을 한다
▲ 돼지갈비의 변천 돼지갈비를 물에 담가핏물을 빼고, 끓는 물에 두루치기를 하고, 양념을 해서 찜을 한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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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 생강, 양파를 믹서에 간다 행여 씹힐까봐 믹서에 곱게 갈았다
▲ 마늘, 생강, 양파를 믹서에 간다 행여 씹힐까봐 믹서에 곱게 갈았다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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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돼지갈비를 1시간 정도 물에 담가 핏물을 뺐다. 중간중간에 물에 씻어 물도 갈아주었다. 아이가 먹는 것이라 끓는 물에 두루치기를 해서 기름기도 더 빼주었다. 마늘, 생강,양파도 입에 씹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믹서에 곱게 갈아주었다.

곱게 갈아놓은 마늘, 생강, 양파에 간장, 참기름, 후추, 깨소금, 청주,파 을 넣고 골고루 섞어 주었다. 오랫동안 양념에 재어 놓은 돼지갈비가 속까지 양념이 배었을 것이다. 어린이집으로 손자를 데리러 가기 1시간 전에 갈비찜을 불에 올려놓았다. 푹 익어 먹기 좋으라고. 아이를 데리고 온 후 다시 약한 불에 돼지갈비를 올려놓았다.

후물후물해진 것이 갈비가 쏘옥 벗겨질 정도로 익었다. 녀석이 어느새 한그릇 뚝딱 먹더니 한그릇 더 달란다. 요즘 자라려고 하는지 무엇이든지 잘 먹는다. 난 딸아이한테 양념 재놓은 갈비를 줄테니깐 내일 해먹이라고 했다. 딸아이는 "안돼, 엄마. 엄마가 해줘야지 우진이가 딴소리 해"라고 한다. 그러면서 "우진아, 엄마가 할머니한테 갈비 맛있게 하는 거 배워서 해줄게"라고 한다. 여태까지의 일을 보면 그럴 것도 같았다.

밥을 맛있게 먹고 난 녀석이 기분이 좋았는지 "할머니 내 배 좀 만져봐"라고 한다. 빵빵해진 배를 만져 보면서 아이들하고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을 새삼 알았다.

"우진아! 내일도 갈비 먹고 싶으면 와."
"그 다음날도?"
"그럼, 그 다음날도 와도 돼. 할머니가 아주 많이 해놨어."

녀석은 엘리베이터를 타면서 "할머니, 나 한번 안아줘"라고 한다. 난 녀석을 꼬옥 안아주었다. 녀석은 신이 나서 제 집으로 돌아간다.


태그:#돼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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