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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人事가 萬事)라는 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명언이다. 그럼에도 인재를 제대로 발탁해서 성과를 낸 사례가 많지는 않다. 인재를 분별하는 지인(知人) 또는 감인(鑑人) 능력이 부족함을 탓하는 대신 '쓸만한 인재가 없다'고 변명한다. 그만큼 용인술이 어렵다는 의미이다.


쓸만한 인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을 갖춘 자가 없다고 하는 편이 옳겠다. 당나라 때의 유명한 문호(文豪) 한퇴지는 이를 "천리마는 언제나 있지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은 늘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로 설파했다. 이처럼 '인간의 능력과 재능을 얼마나 잘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가'하는 문제야말로 성공과 실패를 가늠하는 열쇠이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맹상군은 식객을 3천명이나 거느리고 인재를 발굴해서 쓰는 것으로 유명한 정치지도자였다. 맹상군은 큰 인재와 작은 인재를 잘 구별해서 발탁하여 성공했다. 맹상군의 계명구도(鷄鳴狗盜, 하찮은 재주를 가진 사람도 쓸모가 있다)라는 고사성어로 볼 때 '큰' 인재만이 인재는 아니다.


(맹상군은 진(秦)나라에 갔다가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도둑질 잘하는 식객이 여우털옷을 훔쳐 왕의 애첩에게 뇌물로 바친 덕분에 풀려났다. 또 추격병에 쫓기며 성문에 이르렀는데, 새벽이라 성문이 열리기 전이었으나, 식객 한사람이 닭울음소리를 잘 내어 아침을 알림으로써 성문을 열게 하였다. 그로써 무사히 진나라에서 탈출하였다.)


문제는 각자의 재능을 식별하여 적절하게 잘 쓸 수 있는지 여부이다. 즉 감인(鑑人) 능력과 용인술인 것이다. 김영사에서 시리즈로 발간한 <지전(智典)>은 중국의 전 역사를 통틀어 감인 능력과 용인술의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재등용의 대표적인 성공과 실패의 비교 사례로 등장하는 인물이 제갈량과 청나라 말기의 증국번이다.


제갈량은 유비가 삼고초려를 하면서 모셔야할 만큼 뛰어난 전략가였지만 그의 인재등용에는 치명적인 문제점도 있었다는 것이다. 제갈량의 유언에 의해 참수를 당한 장수 위연은 "제갈량의 휘하에서는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고 말할 정도이다.


읍착마속(泣斬馬謖)이라는 고사성어를 낳은 마속 참수사건은 단 한번의 실수조차 포용하지 못하는 제갈량의 성급한 처사를 드러내었다. 또한 제갈량이 후계자로 삼은 강유도 장수의 자질면에서 위연을 따르지 못하고 지모면에서는 마속에 미치지 못함이 드러났다. 


반면 증국번의 생애는 인재에 의해 살아간 일생이었다. 그는 인재 등용에 탁월한 안목을 갖추고 있었으며, 특히 사람들에게 각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서 그들이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했다. 


청나라말기 이이제이(以夷制夷)로 열강들을 견제시키는 등의 탁월한 외교력과 통치력을 발휘한 이홍장과 태평천국의 난을 평정하는데 큰 기여를 한 좌종당은 증국번이 발탁한 인재이다. 이에 증국번은 제갈량보다 오히려 인재활용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재에 욕심이 나서 인재를 무조건 발탁한다고 일이 다 잘되는 것은 아니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경우이다. 능력이 출중해서 등용은 했으나 하찮은 곳에 사용한다는 뜻이다. 이는 인재의 낭비에 속하며, 인재에 대한 욕심은 앞서되 감인능력과 용인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경우이다.


반대로 '소 잡는데 닭 잡는 칼을 사용'하면 이는 인재의 낭비를 넘어 위험한 사태를 낳는다. 가볍게는 스스로에게 화를 초래하고 심하게는 나라와 국민에게 피해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그 좋은 사례가 국민이 선거를 통해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는 인재를 발탁하는 경우이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나라의 가장 중요한 인재, 즉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국민이 직접 뽑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역할이야말로 '소 잡는 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이 선택한 인재라는 사람들이 소 잡는 칼이 아니라 닭 잡는 칼 정도밖에 안되면 큰 일인 것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은 이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지전 세트 - 전4권

렁청진 엮음, 장연 옮김, 김영사(2004)


#지전#용인술#제갈량#증국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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