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적신 스펀지처럼 '추욱' 늘어져 꿈틀꿈틀 방바닥만 기어 다니던, '화염지옥' 같은 옥탑의 여름이 지났다. 그동안 연재에 대해서는 말도 마시라. 지금 내가 숨쉬고 있는 것이 대견해 금일봉 하사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니까. '연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등의 사과를 기대하셨는가. 내가 죽겠는데 뭔 연재를!(버럭! 에어컨 하나라도 달아주던가!) 대세가 '호통'이다보니 훗….
'화염지옥' 같은 여름 보내고 나니, 살이 쪘다... 흑!꼬냥이는 여름이 되면 많게는 5kg에서 적어도 3kg는 빠지는 체질이다. 땀도 잘 흘리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여름만 되면 신기할 정도로 살이 빠져버린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다시 포동포동 집꼬냥이처럼 살이 오르는 '여름 고갈 겨울 비축 체질'인 것이다.
그렇기에 겨울에 살이 좀 과하게 오르더라도 여름이면 빠지려니 생각하고 다이어트 따위는 신경을 안 쓰고 살았다. 또한, 나만의 체중 관리 요법을 갖고 있었기에 안 되겠다 싶으면 실행하면 되니까. 흰죽에 생선이나 채소를 반찬으로 든든히 먹고 밤에 야식 대신 물을 마시는 아주 간단한 방법만 실행하면 2~3kg는 우습게 빠진다.
또 가장 중요한 건, 아닌 말로 내가 살이 쪄서 병에 걸려 목숨이 할딱거리는 지경도 아닌데 왜 주변에서 살이 쪘느니 마느니, 빼라느니 어쩌고 하는 것인가. 댁들 몸이나 신경 쓰소! 이거란 말이지. 난 내가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은 이상 먹고 싶은 것은 먹으면서 하루 얼마나 먹었나 초조해 하며 계산하는 시간에 책이나 한 권 더 읽겠다는 그런 말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좀 경우가 달랐다.
1kg도 안 빠졌다.(두둥!)
혼자만의 결론으로는 역시 나이가 드니 몸도 예전 같지 않다는 것. 꼬냥이 이제 서른 즈음이 되어 스물아홉에 백내장을 얻고 눈은 노안이 되었으며 아름다운 두 눈가의 주름은 어느덧 오작교처럼 시원하게 뻗어 갈피를 못 잡게 되었다. 요즘엔 이가 시려 사과도 한 번에 '콱' 못 물고 아침잠도 없어져, 새벽만 되면 번쩍 눈이 뜨이면서 온 관절 마디마디가 시리고 결리고 공사장 흙 퍼 담은 포크레인처럼 뻣뻣하다. 에이고... 이름 없이 몸만 늙어 3년이나 굶주리며 걸어온 험한 프리랜서 길에 남은 건 쇠한 몸뿐이로구나. 콜록, 콜록.
이렇듯 몸의 생체리듬이 저하되어 있으니 뭔들 원활히 돌아가랴.
살도 빼고 건강도 되찾기 위한 방법이 절실했다. 바로 운동!
뭔 원푸드 다이어트니 '한 달에 10kg가 빠졌어요'하는 건 믿을 게 못 된다. 꼬냥이의 장점 중 하나가 바로 '꼼수' 안 부리고 미련을 잘 떤다는 것. 먹은 만큼 운동하고 땀 흘리면 안 빠질 살이 어디 있는가. 헬스도 좋다지만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하는 꼬냥이에겐 그 또한 낭비일 뿐. 하루에 한두 시간씩 운동 하면 지가 안 빠지고 배기랴.
요즘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갖게 되어 새벽 0시에 잠들고 6시면 일어나는 바른 생활 여아 꼬냥이. 언제 또 바뀔지는 몰라도 일단 이러한 생활 방식은 다이어트에 가장 좋음엔 틀림 없다.
생활 속의 다이어트, 줄넘기와 산책가장 먼저 시도한 것은 줄넘기. 이처럼 간단하고 효과가 큰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넓고 넓은 옥상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휙휙 줄넘기를 돌려댔다. 물론 오랜만에 시도하는 탓에 3번 뛰고 발에 걸리고 5번하고 종아리 찰싹 맞고 온몸을 줄넘기로 채찍질 하였지만 3번도 30번 하면 90번이고 5번도 20번 하면 100번 아닌가(아… 이 대책 없는 느긋함).
그렇게 한 30분 채찍질했을까. 갑자기 옥상 문이 벌컥 열리더니 배추도사가 씩씩대며 올라온다.
"아니, 뭐하는겨! 집 무너뜨리려고 작정했는감!"
"운동이요!"요즘 꼬냥이도 배추도사에게 마냥 만만하게 당하지는 않는다. 살만큼 살았는데 쫓아낼 거야, 어쩔 거야. 할 말은 하고 산다 이거지.
"왜 운동을 옥상에서 혀! 아래층에 울려서 집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솔직히 아래층이 울리지 않을까 걱정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다짜고짜 소리부터 버럭 지르니 꼬냥이도 바짝 약이 오른 것.
"집을 나이롱으로 만들었어요? 줄넘기 좀 돌린다고 집이 왜 무너져요!"요즘 잦아진 꼬냥이의 말대꾸에 가뜩이나 혈압 오른 배추도사, 약발이 안 먹히니 속이 타는지 무조건 안 된다며 길길이 뛰고 난리다.
"아무튼, 안돼! 무조건 안돼! 집 무너져! 아래층에서 심장이 벌렁거려 죽는 줄 알았어!"췟! 저 고집, 저 억지, 저 무대뽀, 저 심술!
"그러면 옥상은 왜 만든 거야, 췟!"다 들리기 신공으로 꿍얼거리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갔다. 뒤에서 들리는 배추도사의 호통.
"저! 저거! 요즘 왜 저려! 어디서 말대꾸여! 응?"처음에 하라는 대로 다하고 온갖 억지도 꿋꿋하게 참던 꼬냥이의 반란이 배추도사는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얼마 전엔 하다하다 한 달에 한 번 친구들 놀러 오는 것까지 트집 잡아 수도세 3인분을 내라는 말까지 나왔다. 냈느냐고? 예전의 꼬냥이가 아니라니까. 3시간 놀다간 친구들이 샤워를 해, 빨래를 해. 억지도 억지 나름이지.
아무튼, 그냥 풀이 죽어 그만두는 것과 한마디라도 하고 그만두는 것은 다른 법. 할 말은 다 했으니 그냥 그만하기로 했다. 운동이야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배추도사 약 오른 건 스스로 푸셔야겠지. 훗!
결국, 나의 운동 계획은 복삼브라더스와의 산책으로 변경되었고 일주일 동안 매일 한 시간 산책을 실행한 결과 우습게 2kg가 빠졌다. 더불어 퉁퉁하던 복댕이도 조금 라인이 잡혔고 비실비실하던 삼식이도 생기가 돌게 되었다. 녀석들과 산책을 하니 혼자 할 때보다 운동량이 두 배는 되는 듯하니 좋지 아니한가!
비록 배추도사라는 난관을 만나긴 했지만 나의 심플 다이어트는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다. 몸이 좀 적응되면 전문적인 운동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헬스? 댄스? 요가? 노노~ 바로 복싱!
캬… 멋지다.
바람을 가르는 빠른 팔, 쉭쉭~ 이 소리는 절대 입에서 나는 소리가 아닙니다. 후훗.
덧붙이는 글 | 옥탑방 연재를 쓰기 시작했을 때의 처음 의도는 20대의 청춘이 서울이라는 커다란 네모 상자 안에 들어와 신도 강림치 않으시는 옥탑방에 살면서 겪게 되는 작은 에피소드, 그리고 절대권력이랄 수 있는 집주인이라는 존재에 대한 세입자들의 시선, 별의별 인간들이 공존해 살아가는 이 작은 빌라라는 세상 속 이야기들이었다. 처음에는 순탄하게 즐겁게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물론 보는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른다).
하지만 회가 거듭해가면서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망설이는 나를 발견했다. 연재를 쭈욱 이어오면서 (과연 너는 '쭈욱' 이어 왔는가? 핫핫~)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걸 느꼈기 때문. 내 눈이 보고 머리가 생각하여 손가락으로 내뱉어지는 활자들이라고 해서 내 뜻대로 움직여주진 않는 것인지 자기들끼리 생명력을 갖고 멋대로 술주정을 부리는 모양 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아... 더이상 손대긴 무리라는 생각과 창피해서 어디 못 내놓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하면서 그냥 이쯤에서 대충 마무리하고 잠수 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렇기에 외면하고 지냈던 연재. 그런데 한동안 손 놓고 몇달이 흐르니 다시 시작 해야할 것 같다는 마음이 숑숑숑~ 들기 시작했다.
이유는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 썼다는 것, 아니 어쩌면 정작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시즌 2'를 시작하기로 했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