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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BS <지식채널 e>의 타이틀 장면. 방송시각은 평일에는 11시 30분, 저녁 10시 40분, 밤 11시 40분에 각각 방송되고 주말에는 저녁 8시 40분에 방송된다.
 EBS <지식채널 e>의 타이틀 장면. 방송시각은 평일에는 11시 30분, 저녁 10시 40분, 밤 11시 40분에 각각 방송되고 주말에는 저녁 8시 4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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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것 없던 어느 날 저녁. 당신이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후, TV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까만 바탕에 하얀 글씨로 알파벳 'e(이)'자가 크게 새겨진 화면을 직면하게 된다면, 그 자리 그대로 5분만 머물러 주길 바란다. 그 속에서 짧지만 유용한 5분간의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TV다큐멘터리의 파격적 변신

EBS <지식채널 e>는 장르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 힘든 프로그램이다. 얼핏 보기에는 시사∙교양프로그램인 듯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방송시간은 5분 내외로 상당히 짧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다루는 주제의 스펙트럼은 너무나도 방대해서 형이상학적, 철학적 사색을 비롯하여 형이하학적 자연과학에까지 이른다. 한 마디로 주제의 형식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

편성시간은 또 어떠한가. 주말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각각 다른 주제를 다룬 3편이 방송되며, 그 3편의 <지식채널 e>는 시간을 바꿔가며 평일에 계속 재방된다. 가뜩이나 짧은 방송시간인데 방영시간 자체도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끼여 있다. 결국 시청자는 마음먹고 방영시각과 보고 싶은 주제를 심도 있게 체크하지 않는 이상, 그날 시청은 그냥 포기하고 인터넷 VOD로 감상하는 것이 속 편할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채널 e>가 보여주는 소위 치고 빠지는 이런 파격적인 편성과 무형식의 주제선정 방법은 어쩌면 요즘 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속도의 시대에 있어 시청자들에게 가장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지식을 전해주는 다큐멘터리의 첨단을 보여주는지도 모르겠다.

'지식'이란 개념의 재정의 

 EBS <지식채널 e>가 다루는 주제는 그야말로 방대하다.
 EBS <지식채널 e>가 다루는 주제는 그야말로 방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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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e>는 우리가 사전적 의미로서 알고 있는 지식의 정의를 거부한다. <지식채널 e>가 보여주는 지식은 교과서에 적혀있는 형식화된 정보의 암송이 아닌, '가치'에 따른 문제의식이다.

제작진들이 생각하는 '가치'가 포괄된, 전 방위적 주제를 시청자들에게 그냥 내 던짐으로써, 시청자 각자의 가치관에 따른 주관적 지식을 이끌어내는 특이한 방식을 취한다.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식채널 e>에는 정작 지식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주제만이 존재한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주제에 따른 지식의 완성은 결국 보는 사람 각자의 몫이기 때문에 <지식채널 e>가 제공하는 지식은 우리가 알고 있는 주류적인 그것과는 거리가 있는, 즉 완성되지 않은 비완성의 지식으로 그 개념을 프로그램 안에서 재정의한다.

주류적 지식을 거부한다!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가 장애인 복지사업 외에 자본주의 타파를 위해 사회운동을 했던 일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참 언론인이 아닌 타블로이드의 얼굴로 기억하는 조셉 퓰리처(Joseph Pulitzer)의 이면을 알고 있는가. 뉴스 미디어 조직 내에서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선택되는 과정을 뜻하는 게이트 키핑에 의한 언론조작을 당신은 알고 있는가. 스스로 밑바닥 인생을 택하고 신념을 위해 총을 들었던 소설가 조지 오웰(Eric Arthur Blair)의 투쟁을 아는가.

이 생소한 모든 것들은 <지식채널 e>가 다루었던 주제의 일부분이다. 이처럼 <지식채널 e>는 그동안 우리가 어쩌면 당연하게 '그렇다'라고 알고 있는, 혹은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의 이면을 제시한다. 이러한 것들은 언론이나 학교에서 굳이 묻지 않는 한 이야기해주지 않는 지식인 동시에, 반대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식의 이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매우 다양한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시청률과 영향력을 자랑하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주제로 채택되지 못한다는 점을 인지한다면, 여기서 <지식채널 e>의 가치는 발현된다.

아울러 그들은 휴머니즘적 시선에서 우리가 쉬이 놓칠 수 있는 우리 주위의 지식을 말한다. 우리나라 대학생 44%가 내 아버지가 있었으면 했던 것이 '재력'이라는 슬픈 사실과 대학생 56%가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 '사랑합니다'라는 것은, 알고는 있지만 사실은 몰랐던 우리들의 지식이다. 

이처럼 5분 정도의 짧은 방송시간과 마치 공익광고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편성을 자랑하는 <지식채널 e>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지식의 이면을 상기시키고, 알면 도움이 되는 주류적 지식 대신에 모르면 안되는 비주류적 지식을 시청자들에게 말한다.

다양한 지엽적 주제, 그러나 결론은 부재

 EBS <지식채널 e>를 만드는 사람들. 시청자들은 때론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BS <지식채널 e>를 만드는 사람들. 시청자들은 때론 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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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상에 모든 것을 담으려는 과한 욕심의 시선 때문일까. <지식채널 e>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짧고 굵게 말하는 대신, 시청자의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말하는 지식을 시청자는 TV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혹 결론이 필요한 이야기와 주제의 경우에도 그 자체가 부재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더군다나 <지식채널 e>가 말하는 지식은 기존의 몰가치적 지식의 개념이 아닌 가치가 내포된 지식이어서 시청자의 가치관과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지식채널 e>와 시청자가 서로 완성해야 할 주제와 결론은 더욱 명백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활발한 커뮤니티의 창구가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존재한다.

그들이 전해주는 짧은 쪽지

 EBS <지식채널 e>의 업그레이드 판인 EBS <지식 프라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출연해 지식을 전해준다. 사진은 왼쪽부터 저널분야 전관석, 경제분야 최정규, 심리분야 하지현.
 EBS <지식채널 e>의 업그레이드 판인 EBS <지식 프라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접 출연해 지식을 전해준다. 사진은 왼쪽부터 저널분야 전관석, 경제분야 최정규, 심리분야 하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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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때로는 강력하게 때로는 은밀하게 내가 알아야 할 지식을 쪽지에 적어 나에게 접어 보낸다. 그 짧은 글이 쓰인 쪽지를 펼 때마다 느끼게 되는 묘한 두근거림은 어떤 순간에는 몰랐던 것을 알게 된 커다란 기쁨으로, 어떤 순간에는 알아야 할 것을 애써 외면했던 내 자신의 자책으로 끝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EBS <지식채널 e>가 한번 훑어간 그 빈자리는 언제나 그렇게 먹먹한가 보다.

당신도 언젠가 한 번쯤 시간을 맞춰 <지식채널 e>에 한번 채널을 맞춰 보는 건 어떨까. 그 쪽지에 무엇이 적혀있을지 나처럼 두근거리며 궁금하다면 말이다.

덧붙이는 글 | 티뷰기자단 기사입니다.



#EBS#지식채널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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