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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권씨가 십자수를 놓고 있다.
 김재권씨가 십자수를 놓고 있다.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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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한 색실로 새하얀 천에 그림을 그려가는 십자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기에 여인네들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중노동(?)이다. 그런데 9년여 동안 군 생활에서 다져진 몸매를 가진 남자가 십자수를 놓는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익산시 성당면에 위치한 성당테마마을에서 만난 김재권씨(38)는 십자수를 놓게 된 이유에 대해 "우연한 계기로 십자수 가게를 지나고 있었는데 호기심에 한번 했던 것이 이제는 십자수와 결혼(?)해 버린 남자가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십자수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아직도 호기심과 놀라움이 가득하다. 김재권씨가 방송출연으로 인해 알려지면서 해외 교포들까지 십자수 기술을 전수받겠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었고 작품을 사겠다는 주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가 처음 십자수를 만나게 된 것은 지난 2000년 겨울이다. 산을 좋아했던 그는 백두산에서 지리산을 이어 밟는 백두대간 종주를 하다 무릎을 다치고 만다. 산을 오를 수 없던 상황에서 우연한 계기로 십자수와 만나 사랑에 빠졌는데 산에 오르는 것 같은 감정이 생겼다고 한다.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12시간씩 걸리는데 쉬지 않고 일주일 정도 작업하면 작품 하나가 완성되죠. 수를 놓는 과정은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지만 완성 후 느끼는 기쁨은 마치 산 정상에 올랐을 때와 같습니다"

 마치 오드리 햅번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마치 오드리 햅번이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 오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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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여점의 작품을 방안에 펼쳐놓기 시작하는데 마치 그림을 보는 듯 너무나 섬세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특히 좋아한다는 '오드리 헵번'의 작품은 마치 사진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가 '오드리 헵번'을 좋아한다는 것을 방송을 통해 본 한 독지가가 도안을 보내줘 만든 작품인데 아마도 이 세상에서 유일한 십자수 작품이 아닐까 한다면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는 일단 도안을 대강 암기하는 것은 기본으로 하고 실은 한 줄만 사용해 섬세함을 더했고 도안에 없는 배경까지 수를 놓아 입체감을 더한다. 작품의 크기가 큰 만큼 천 관리도 중요한데 커튼을 만드는 곳에서 기다란 봉으로 천을 둘둘 마는 것을 보고 응용했다.

이는 손으로 어그러쥐며 수를 놓는 일을 피해 작품에 때가 타지 않고 구겨지지 않게 관리하는 것으로 그만의 센스를 보여주고 있다. 이쯤 되고 보니 그에게 십자수는 취미를 뛰어넘어 예술 활동을 한다 해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정기적인 십자수 동호회 참여는 물론 작품전시회와 초등학교 방과 후 활동시간에 십자수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십자수를 소개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앞으로 전국을 돌며 아름다운 풍경을 십자수로 담아내려는 계획도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삶을 건강하고 정직하게 꾸려 나가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흐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작은 소망이고 그 눈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십자수로 담아내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며 정성과 사랑을 담아 수를 놓는 부지런한 손놀림을 쉬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익산시민뉴스, 서울방송 유포터에도 송고했습니다.



#십자수#성당면#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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