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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20일. 화요일. 올해 구강보건교육 마지막 시간이 끝났습니다. 올 한 해에도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유치원에서, 전시장에서….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이 2개월 안에 재교육을 받기 힘든 1회성 교육으로 끝나 언제나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구강보건교육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잇솔질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교육이 끝나서 돌아서는 순간에 잊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교육을 받은 보람이 없지요. 그래서 작년에는 한 지역의, 방과 후에 모이는 공부방교실 초등학교 저학년들에게 매월 1회씩 10회의 교육 기간을 예정했다가 8회의 교육을 실천했습니다. 효과요? 구강검진을 받으면서 했다면 기록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바른 잇솔질 방법으로 매회 치태를 물들이는 특수물감을 이용하여 거울을 보면서 닦아서 그런지, 1회 때보다 8회 때에는 잇몸출혈도 안 되고 반짝반짝 빛나는 치아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는 그 전 보다 더 활짝 웃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웃음은 볼 때마다 제게 힘을 줍니다.

 

올해는 그 아이들에게 4회의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건강이 작년보다 안 좋아 걱정을 했으나 도와주는 치과위생사선생님이 나타나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보다 훌쩍 큰 아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2학년 된 아이들은 작년과는 다른 진지함이 생겨 잇솔질의 즐거움을 느끼면서(제대로 닦고 난 후의 개운함과 상쾌함, 건강한 치아의 행복함) 교육을 받았습니다. 3학년이 된 아이들은 너무 많은 것을 배웠는지 좀 지루해 하기에 2회 교육으로 정리했습니다.

 

4회 교육 참가인원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1회 5월 15일 1학년 12명, 2학년 12명, 3학년 14명

2회 7월 10일 1학년 12명, 2학년 14명, 3학년 13명

3회 9월 18일 1학년 11명, 2학년 15명

4회 11월 20일 1학년 16명, 2학년 15명 (4회는 실습에 참가하지 않은 3학년 학생들까지 모두 해서 53명에게 마무리 선물을 전달했습니다.) 

 

4회를 제외하고는 언제나 치면착색액을 이용하여 직접 자신의 치아에 분홍색으로 물든 치태를 거울을 보며 잇솔질로 제거하였습니다. 슬라이드를 이용한 이론교육과 병행하면서 진행했지요. 마침 얼마 전에 대한구강보건협회에서 보건복지부와 함께 만들어 내 놓은 <치아건강보감 동영상>이 있어 준비해 갔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방법을 달리해서 자꾸 반복교육을 하면 더 재미있게 기억을 할 수 있지요.

 

시청각 실에서 불을 끄고 1, 2학년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동영상을 틀어주었습니다. 녀석들 그 순간은 집중을 엄청 잘 합니다. 껌껌하니 떠들지도 않고 모두들 화면에 집중을 합니다. 조선시대 치과의사가 등장하고 심청이가 나옵니다. 연기도 잘 하고 내용도 좋군요. 또 그 내용 속에서 나온 애니메이션이 평소에 교육 받았던 내용에서 나온 똑같은 그림인지라 친숙하기도 합니다.

 

5분이 안 된 시간 동안 모두들 아주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잇솔질 실습으로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치면착색액도 사용하지 않고 치약도 바르지 않고 그냥 잇솔로만 닦습니다.

 

“선생님. 왜 치약을 안 써요?”


치약을 묻히지 않고 그냥 잇솔로만 닦아 본 적이 없어서 궁금한 아이가 질문을 합니다. 여러분들도 치약 없이 그냥 이 닦아보신 적 있나요? 하루에 여러 번 이를 닦는 사람이라면 간식을 먹은 후라든가 간단하게 요기를 한 경우에 바로(식후 3분 안에) 잇솔로만 이를 닦아도 효과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따라서 윗니 아랫니 순서대로 잇몸과 치아구석구석, 입천장과 혓바닥까지 닦았습니다.

 

컵에다 침을 뱉으니, 무엇인가가 침과 섞여서 나옵니다. 어떤 녀석은 피도 섞여 나오는군요. 잇몸을 잘 닦아야, 잇몸 속에 고여 있는 세균 때문에 염증이 생겨 만들어진 피가 밖으로 나오는데 선생님을 따라서 아주 잘 닦았다는 증거지요. 치약도 안 썼는데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많이 잇솔에 묻어 나오고 입 안에서 나올까요? 코에 대고 잇솔의 냄새도 한 번 맡아보라고 합니다. 윽!! 냄새가 고약하군요. 모두들 얼굴을 찡그리며 한 마디씩 합니다.

 

그것이 바로 뮤탄스의 똥이라고 하니 새롭게 알았다는 표정들입니다. 내친김에 치실까지 해 봅니다. 치실이 너무 짧으면 사용하기가 힘이 드니 30cm에서 50cm 정도로 끊어서 줍니다. 저를 따라서 모두들 양 손가락에 제대로 감아봅니다. 처음 치실실습을 할 때는 윗니 앞니가 제일 좋은데 빠진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치실가지고 난립니다. 한 손가락은 입 안에 넣어놓고 다른 손의 손가락은 입 밖으로 꺼내놓은 상태라야 치아사이로 실이 들어가는데 치아사이에 입술과 평행하게 실을 걸쳐놓고 장난입니다.

 

에그. 1, 2학년이 치실실습하기에는 손도 작고, 이도 작고, 무립니다. 그래서 ‘치아 사이는 잇솔로 닦을 수 없으니 치실이라는 특수실로 이를 닦는다’라는 것을 아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하고 교육을 끝냈습니다.

 

마무리 하는 시간. 저는 1, 2, 3학년 53명의 아이들 이름을 한 명 한 명 쓰면서 작은 책갈피꽂이를 만들어 왔습니다. 같이 교육에 참여한 김미경 치과위생사가 대한구강보건협회에서 지원해준 어린이용 치약을 선물로 같이 주었습니다. 교육을 끝내는 것이 아쉬워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 주고 얼굴 보면서 직접 제가 전해 주었습니다.

 

‘해냄주니어’에서 <어린이 인생교과서>를 출판했는데 초등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면서도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많이 있어 구절들을 뽑았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감 중에 가장 영양가가 높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감은 '자신감'입니다. -책에서
내 마음에 청진기를 대어 보세요. 내가 지금 마음의 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책에서
학교에서 내어주는 숙제를 열심히 하듯이 삶이 내게 내어 준 숙제를 열심히 하는 여러분이 되세요. -책에서

 

아이들은 제게 편지를 써서 주었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말들이 적힌 편지가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제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편지도 있습니다. 교육을 더 잘 해서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에 허전해 진 제 마음을 달래줍니다. 집으로 돌아와 한 장 한 장 읽어보면서 그 아이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2007년 충치 예방 교육 후 정 민숙 치과위생사선생님께 쓰는 편지’

 

정민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00이예요. 그리고 그동안 치아를 대해서 가르쳐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덕분에 치아가 깨끗해 질 수 있었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선생님은 꿈이 치과선생님이였어요? 그런데 저는 꿈이 확예요. 아,참! 그리고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선생님 칫솔하고 치약도 주시니 감사합니다. 또 우리 치아에 썩은 게 많은 줄 몰랐어요. 이재부터 양치 잘 하고 이빨 썩지 않게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00초등학교 2학년 000입니다. 저는 이가 많이 썩었습니다. 다시 이가 깨끗해 지는 방법을 알려 주세요. 또 와서 이가 깨끗해지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뮤탄스 똥이 가득할걸요.

 

안녕하세요. 저는 000이예요. 이빨을 바주셨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좋은 분이어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선생님이 좋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이빨을 치료해주셨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선생님을 사랑합니다.(이 글을 이해하려고 몇 번을 되풀이해서 읽었습니다. 교육시간에 제게 가장 많이 야단을 맞았거든요. 하지만 이 아이를 생각하며 마지막 시간에 얼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했으나 만나지 못해서 슬펐습니다. 대신에 선생님께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지요.)

 

...선생님 다음에 내가 커서 치과의사가 되어 선생님 이를 건강하게 해 드리께요. 선생님 저의 이를 튼튼하게 해 주셔서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치과위생사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치과 선생님 일년 동안 우리 이빨에 충치가 없게 해 쥐서 고맙습니다. 치과선생님 뮤탄스 병이 나한테 오지 말게 해 주세요. 그리고 양치를 개끗하게 해서 뮤탄스 병균이 스치기도 데지 않게 할께요.

 

정민숙선생님 안녕하세요 저이 칫솔질 바르게 가리켜 주셔어 감사합니다. 우리 바르게 가리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해어 보답할깨 없나요, 아주 감사합니다. (편지를 쓰라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종이를 앞에 두고 끙끙거리며 적었을 이 아이가 생각나 한참을 웃었습니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 구강보건교육사업단으로 장소를 불문하고 구강보건교육을 다녔습니다. 이제 내 년을 위해서 잠시 겨울잠을 잘 시기입니다. 뮤탄스 세균이 아이들에게 다가가지 말고 모두들 건강한 치아를 가지기를 바라면서...


#치과위생사#구강보건교육#치아건강보감#대한구강보건협회#뮤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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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 구강건강교육 하는 치과위생사. 이웃들 이야기와 아이들 학교 교육, 책, 영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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