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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30중 추돌 사고 현장.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만호리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30중 추돌 사고 현장.
ⓒ 연합뉴스 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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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3일 서해대교에서 29대의 차량이 부딪쳐 57명의 사상자를 낸 연쇄추돌 참사가 있었다. 바로 서해대교 안개 참사다. 당시 사고 원인은 트럭운전사가 안개상황에서 부주의하고, 무리하게 운행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안개 속에서 과속으로 달렸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사고 후 1년이 지난 지금 서해대교의 안전문제는 개선되었을까?. 그리고 다른 고속도로의 안전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교통사고과학연구소 변동섭 소장을 만나 인터뷰해 보았다.

변 소장은 지난 98년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을 퇴사한 이후, 각종 교통사고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그는 올해 처음 국가고시에 의해 첫 합격자를 배출한 '교통사고감정사'들의 협회를 구성하기 위해 분주하다.

-일반도로를 포함하는 도로시설물에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그렇다 일례를 들어, 도로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충격흡수 시설물의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 보통 빈통은 5만원인데 도로의 충격흡수를 위한 통은 50만원 가량 한다. 전국에 수만개에 달하는 시설물이다.

그 성능이 최적화를 발하기 위해서는 시설물이 고정이 되어 있어야 하며, 충진재가 적정하게 채워져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시설물이 고정되어 있지 않는가 하면, 충진재로 사용되는 모래가 규정대로 채워져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제가 교통사고를 조사하러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해 본 결과에 의하면 제대로 충진제가 채워져 있는 통은 5%도 채 안되었다. 도로관리 주체가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이다. 빈통을 아무리 세워 놓아봤자 막상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변동섭 소장. 그가 지적하는 교통시설물 안전 문제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것이다.
 변동섭 소장. 그가 지적하는 교통시설물 안전 문제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것이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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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물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낙하물 사고의 경우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생긴 지난 70년대부터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평소에는 관심이 없고 사고가 나면 도로공사에 그 책임을 제기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자연낙하물, 돌멩이 등에 대해서는 도로공사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충돌파편, 오래된 낙하물들은 책임이 없다는 판례가 있다. 이런 낙하물 사고에 대해 도로공사는 캠페인 한번 안한다. 책임이 없다는 판례만 내세운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운전자와 도로관리청이 합심해 이를 막아내는 수밖에 없다. 운전자는 낙하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신고해야만 하고, 도로관리청은 이를 신고해 달라고 홍보를 해야만 한다.

신고가 들어오면 재빠르게 치우는 선순환 사이클이 형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낙하물에 대해 신고를 하면 공무원들은 난감해 한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다. 단지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차원으로 이해를 하려고 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태도다. 오히려 도로관리주체에서 이런 신고를 장려해야만 한다."

-도로사용의 주체로서 운전자들이 벌여나가야 하는 운동은 또 어떤 게 있는가.
"물이 고여 있는 곳을 차가 지나갈 때, 물이 튀어 차 유리창에 와 부딪히는 경험들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도로를 주행하다 이런 경험을 당하면, 그 빗물이 고여 물이 튀었던 지점을 도로관리청에 알려야만 한다.

도로관리청이 비가 갠 후에는 빗물이 다량으로 고이는 장소를 알기가 쉽지 않다. 그런 지점을 관리청에 신고해야 공사가 쉽다.

하지만 문제는 도로관리청에도 있다. 이 같은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다보면 도로관리청 주체들이 난감해 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교통시설물들의 문제에 대해 신고를 할 때 파일첨부 기능이 있으면 더욱 편하고 쉽게 신고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의 경우 파일첨부 기능이 애초에 있던 것이 없어져 작년 이 문제를 개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교통시설물 문제를 신고할 때 파일을 첨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건의 사항이었다.

하지만, 도로공사측은 처음에는 예산이 없어서 못하니 올해 하겠다고 약속을 하더라. 그래서 올해 5월쯤 그 생각이 다시 나서, 들어가 봤다. 개선이 안되어 있길래 다시 건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국정원의 보안지침 처리 방침 때문에 안된다"는 답변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국정원에 직접 민원을 제기해 확인했다.

국정원의 답변은,“지난 2004년 첨부파일을 통해 해커들이 침입할 우려가 있으니 필터링을 강화하라”는 업무협조를 부탁한적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로공사에서는 아예 파일첨부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지침이 되었다. 골치 아프니까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사정을 알고 나니 기가 막히더라. 그래서 5월초에 도로공사에 전화해 상위단체에 별도의 민원을 제기하겠다고 말하자, 5월 29일 사이트를 개선했다고 전화가 왔다. "선생님 우리 사이트 보셨느냐"며 자랑스럽다며 전화가 왔었다. 한국도로공사 사이트의 파일첨부 기능을 되살리는데 수 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그의 사무실은 교통사고 조사를 위한 각종 장비로 가득차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교통사고 조사를 위한 각종 장비로 가득차 있었다.
ⓒ 추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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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안개 참사이후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시설물 보완이 된것 같은가.
"전혀 아니다. 그런 정도의 사고가 일어났다면 다시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을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서해대교 안개참사 이후 딱 하나 바뀐 게 있다. 고휘도반사표지만 100미터 설치한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입구 부분에만 그렇게 설치를 해 놓았다.

건교부의 도로관리지침에 따르면, 안개가 심한 구역에서는 시정거리 표시장치를 설치하게끔 되어 있다. 즉 기준선 0. 50. 100미터를 표시하게 되어 있다. 운전을 하는 운전사가 자신의 차 앞 몇m가 보이는가를 한눈에 알아야만 한다.

이 같은 규정이 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서해대교구간에 설치가 안된 것이 문제다. 반드시 바로 시정되어야만 한다."

-교통사고 조사의 문제점은 어떤 게 있는가.
"3인 이상 사상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대형사고라 부르고, 5인 이상 사망사고는 초대형사고라 부른다. 대형사고는 연간 100여건 남짓, 초대형 사고는 연간 50건 남짓 발생한다.

문제는 이들 사건에서라도, 3~4인 정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위원회가 사고를 종합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복잡한 사건은 경찰서 교통사고조사반에서 주로 신참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일이 복잡하니까, 노련한 조사 경찰은 이런 큰 사고는 맡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경찰은 자신들은 사건 배당이 순번제로 돌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이런 기계적인 행정관행은 바뀌어야만 한다.

어떻게 대형사고일수록 신참 경찰이 이를 맡을 수 있는가. 가장 경험이 많은 조사 경찰이 담당해 처리해야만 한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제도적으로 보완되어야만 할 것이다."

-더 하실 말씀은.
"우리 주변에서 교통과 관련한 작은 부분에서부터 하나씩 고쳐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은가 한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는 시민운동이 절실한 것 같다."


#변동섭#교통사고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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