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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후보는 선동적인 연설스타일의 대표적인 정치인이었다. 높은 억양과 큰 목소리, 아래위로 거세게 팔을 흔드는 것이 보통이었다.

 

올해 대선의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정동영의 유세스타일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처음 대중유세를 벌인 27일 대전역 광장, 서울 명동입구, 서울역에서 그는 "여러분 사랑합니다"로 시작하는 대화체로 유세를 벌였다. 쇳소리가 아닌 낮은 목소리였다. 유세도  평화시장 옷장사 시절, 해병대 복무 중인 아들 이야기, 못배운 동생 이야기 등으로 시작했다. 대전역광장 유세에서는 가족들의 힘들었던 과거를 얘기하던 중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500명 정도가 모인 저녁 7시 명동유세와 뒤이은 서울역 유세에서는 "저는 귀족이 아니다", "여러분의 장남같은 가족이 되고 싶다", "공부는 썩 잘한 편 아니지만, 착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 좋은 대통령, 가족대통령이 되겠다",  "대통령이 되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출퇴근하면서, 같이 부대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귀족 이미지를 불식시키겠다는 것이다.

 

또 좋은 대통령과 나쁜 대통령, 좋은 경제와 나쁜 경제, 좋은 일자리와 나쁜 일자리 처럼 단순비교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의 장황하고 화려한 화법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이같은 변신은 최근 중소기업인들 행사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더 큰 박수가 나온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약점으로 지적돼 온 '귀족·앵커' 이미지 바꾸자

 

박영선, 최재천 의원 등 참모들은 선동적인 유세스타일이 1당의 대통령 후보라기 보다는, 야당의 투사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조언했다. '3분에 1회만' 목소리를 높이고, 대부분은 대화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판보다는 정 후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넣으라고 주문했다. 여전히 '냉정한' 앵커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미디어 선거가 확대되고, 유세장면이 위성을 통해 전국에 배치된 270여대 차량을 통해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선동적인 연설을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 스스로도 "제가 '연설'하면 남에게 빠지지 않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제 모습이 너무 사납게 보인다는 말이 많다, 이야기하듯이 하겠다"고 말한다.

 

신당도 정 후보가 등장하기 전부터 참석자들끼리 포옹을 주문하는 '프리허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세장에서 지지자나 시민을 무대로 불러내, 정 후보와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유세 중간 중간 참석자들끼리의 포옹도 유도했다.

 

유세는 뽕짝 개사곡으로 시작한다. 각각 장윤정씨의 '어부바'와 박현빈씨의 '빠라빠빠'를 개사한 '사랑해요, 정동영', '달려라 정동영'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2002년 노무현 후보시절 남아있던 '운동권 분위기'는 거의 없어졌다. 지지자와 청중은 낯설어 하는 모습이다. 

 

그의 유세스타일 변화가 표로 연결될 지는 미지수다. 이미지 변신만으로는 그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정동영#프리허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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