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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책을 읽는다는 건 자유로워지는 것, 오롯이 ‘나’로 살아가는 것, 둘레를 돌아보며 모든 삶을 존중하게 되는 것, 그래서 사람답게 산다는 걸 뜻했다. 느티나무 8년, 우리가 책을 나누는 일은 꿈을 나누는 일이었다.” 

 

대전광역시 보육시설연합회 주최로 열린 2007년 부모교육이 11월 27일(화) 보육정보센터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아이들 삶과 책 그리고 도서관’이란 주제로 강연을 맡은 이는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는 박영숙 관장이다.

 

오후 2시에 열리기로 한 강연은 고속도로 사정과 대통령 후보들의 유세준비로 대전역 주변이 혼잡해지면서 약 한 시간 정도 늦게 시작되었다. 엄마를 따라온 아이들은 동화구연과 책 읽어주기 등으로 센터에서 준비한 공간에서 놀았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들은 영화 <해피피트>와 교육방송의 <동기-실패를 이기는 힘>을 시청했다.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연 지 올해로 8년째, 박영숙 관장은 "아이들을 통해 한 세대를 확인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누렸다"고 말한다. 박 관장이 앉아 있는 엄마들에게 물었다.
 

박영숙은 누구?

 

 

박영숙은 2000년 2월 경기도 용인에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을 열었다. 어린이도서관이란는 말이 낯선 때라 아이들과 책 읽기가 어우러져 도서관이 되기까지 애써야 할 일들이 많았다.

 

2003년 10월 느티나무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과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도서관이 더 많아지고 제대로 운영되도록 힘을 쏟고 있다. <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알마)의 저자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다’ 뜬금없으시죠? 아이들도 그럴지 몰라요.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요. 책을 읽고 사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고 사는 사람이죠. 아이들에게 책을 왜 읽으라고 하세요?”

 

“감성이 풍부해지라고, 재밌어서, 지식을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왜?’ 라고 묻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마치 밥을 먹을 때 당연히 숟가락 젓가락을 습관처럼 집어드는 것같이요.”

 

그는 내 삶에서 책은 어떤 의미인지 거꾸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책 읽기의 즐거움에는 ‘비법’이 있어요. 책 읽는 사람이 즐거워 보일 때 옆에 사람은 전염되지요. 오늘 돌아가시면 집이건 서점이건 한 권의 책을 빼들고 읽어보세요. 우리는 살아가면서 잠깐, 아주 짧게라도 나와 내 주변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이것을 ‘성찰’이라고 하겠지요.”

 

책을 보다가 어두워지는데 책 읽기에 빠져 전기스위치를 누르러 가기도 아깝다는 걸 경험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은 박 관장은, 책을 생각할 때면 ‘꿈’과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는 또 아이들 책읽기를 걱정하기 전에 책읽기가 일상으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느티나무 어린이도서관은 그동안 지하에 있다가 일주일 전 지상으로 이사했다. ‘집들이’(개관식은 8년 전에 했으니 ‘집들이’로 표현했다) 때 국회의원도 오고 많은 손님이 왔지만 그중에 도서관을 오래 다녔던 19살 아이를 보면서 박 관장은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남자아이는 지금 치킨배달을 하며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글을 쓰고 있다. 학교는 제대로 다니지 않았다. 그러나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자기가 쓴 글을 박 관장에게 메일로 보낸다는 것이다. 박 관장은 아이의 글을 나중에 책으로 낼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게 기적 아니에요? 얼마든지 그런 기적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에는 책과 사람이 있잖아요. 책을 보고 있으면 소곤소곤 얘기가 들리고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기도 해요.”

 


가르치는 게 넘쳐나는 세상, 스스로 배운다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는, 요즘 청소년들의 가장 심각한 난치병은 무기력이고 이것은 성적이 떨어지는 것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일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꿈을 바랄 때 내 꿈을 들여다봤으면 해요. 아이들은 도서관에 올 때 저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상한 책을 꿰매는 엄마들(자원활동하는 분들)을 봅니다. 아이들은 그냥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돼요. 도서관은 ‘멘토’(상대방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가 꿈과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도전을 주는 조언자, 정신적인 지주)로 채워진 곳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도서관은 누구든지 문턱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르치지 않아서 ‘더 큰 배움터’가 되는 도서관. 어른들이 편하고 너그러우면 아이들은 120% 행복해진다고 한다. 낙천적이고 꿈을 꾸는 어른에게 아이들은 큰 기운을 얻으며 자란다.

 

 

박영숙 관장은 준비해온 그림책 <내 이름은 자가주>를 엄마들에게 읽어주면서 중간에 “우리 집에는 누가 사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에 다소 마른 듯한 박영숙 관장은 시간에 못 맞춰 왔는데 긴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 책으로 무엇인가를 더 가르치려는 엄마들의 욕심을 스스로 돌아보게 한 그의 이야기가 ‘꿈’과 ‘자유’를 떠올리게 한다.


태그:#독서, #삶,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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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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