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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천 둔치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양산천 둔치 산책로를 걸었습니다. ⓒ 이명화

 

며칠 날씨가 추운가 싶더니 어제와 오늘(29일)은 많이 포근해졌습니다. 경남 양산을 흐르는 하천인 양산천 둔치 산책로를 오랜만에 걸어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산책로와 그 주변이 초록 풀빛으로 물들어 있었는데 여름이면 모기 등 해충의 서식지가 돼 11월부터 는 이곳에 잔디 광장을 조성하기로 했답니다.

 

 사람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습니다. ⓒ 이명화

 

맨 흙을 드러내고 있어 황량한 느낌마저 들고 주변 공사로 인해 소음이 들리지만 이렇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날이 쌀쌀해져서인지 사람들의 발걸음도 뜸하고 산책로를 걷노라니 볼에 와 닿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집니다. 길가에 선 가로등에서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와 들국화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에 잠시 앉아 봅니다.

 

 산책로 언덕에 들국화가 피어 있습니다.
산책로 언덕에 들국화가 피어 있습니다. ⓒ 이명화

 

도심 한가운데서도 이렇게 들꽃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요. 한적한 산과 들에서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피고 지는 야생화들을 산책로에서 만나니 고향 마을 들길을 따라 걷던 추억이 아스라이 떠오릅니다. 가을이 채 되기도 전, 한여름에 흐드러지게 피었던 코스모스들은 다 지고 뒤늦게 핀 철 늦은 코스모스만이 찬 바람을 맞고 있네요.

 

 늦여름부터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무성한 코스모스는 거의 지고 외롭게 남아 습니다.
늦여름부터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던 무성한 코스모스는 거의 지고 외롭게 남아 습니다. ⓒ 이명화

 

지난 여름은 참으로 뜨거웠습니다. 뜨거웠던 여름 한가운데를 지나 가을이 무르익는가 싶더니 이내 겨울로 치닫으며 기다려주지 않은 시간은 째깍 째깍… 빈틈없이 지나갑니다. 올해도 이제 한 달 남았습니다. 언제나 이맘때쯤이 되면 지나온 시간의 베틀에 날실과 씨실을 올올이 알차게 짜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입니다.

 

 색 바랜 잡초들이 산책로 주변에 무성합니다.
색 바랜 잡초들이 산책로 주변에 무성합니다. ⓒ 이명화

 

하지만 많고 많은 일과 사건 사고와 위험 앞에서 무사히 여기까지 왔습니다. 돌아보면 감사할 일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지금이 있다는 것… 그것은 기적입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서 결실이 없다고 너무 서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했던 일들의 성과가 지금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고 너무 조급해 하지 마세요.

 

오늘이 기적입니다. 이제는 겸허하게 두 손을 모으고 감사로 선물로 '오늘'을 받아요. 지나온 시간 속에서 감사를 찾아보아야겠습니다. 그러면 싸~아 하고 시려 오던 가슴 속에 뜨거운 그 무엇이 차오를 수 있을 테니까요.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떠 있고 양산천 위로는 다리가 보입니다. 산책로 가로등에서는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푸른 하늘에는 흰구름이 떠 있고 양산천 위로는 다리가 보입니다. 산책로 가로등에서는 추억의 팝송이 흘러나옵니다. ⓒ 이명화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이 뜸하게 보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강을 옆에 끼고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산책로를 지나 신도시 공원 안쪽으로 걷노라니 한쪽 구석 넓은 나무 평상에 이불을 덮고 산발한 머리를 이불 속에 묻고 자고 있는,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이 보입니다. 한쪽에 나란히 신발을 벗어놓은 채….

 

점점 더 추워질 텐데 저 사람은 또 이 겨울을 어떻게 견딜까요. 많고 많은 집 중에 자기 한 몸 쉴 수 있는 집이 없는 사람들은 이 겨울을 어떻게 날까요…. 차마 사진에 담을 수 없습니다. 한낮 허공에 매달려 있던 11월 말의 짧은 해는 서둘러 서산을 넘기 시작합니다. 제 발걸음도 빨라집니다.


#양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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