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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대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책과 공약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정책 가운데 대북정책을 비롯한 통일·외교·안보 정책은 국민들의 관심사에 맨 아래에 있습니다. 분단 이후 최대의 변화에 직면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좀 의아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정책검증을 포기할 순 없습니다. 이에 세 차례에 걸쳐, 주요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검증해보고자 합니다... 기자 주

대선 후보들의 대북정책 가운데, 가장 차별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후보는 역시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이다. 앞서 두 차례의 검증 기사와는 달리 권 후보의 정책을 따로 떼어내 기사를 작성한 이유이기도 하다.

 

권 후보의 정책은 '코리아연방공화국'으로 상징되는 '빠른' 통일론과 '한미동맹 해체론'으로 상징된다. 민주노동당 내 자주파의 조직적인 지지에 힘입어 경선에서 승리한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그동안 자주파 계열에서 주장해왔던 내용들이 고스란히 대북정책에도 담겨진 것이다.

 

'빠른 통일'이 좋은 통일인가?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 5대 평화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소풍을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한반도기를 나눠주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지난 9월 경기도 파주 임진각 자유의다리에서 '코리아연방공화국 5대 평화프로젝트'를 발표한 뒤 소풍을 나온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한반도기를 나눠주고 있다. ⓒ 권우성

당내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은 한 마디로 '빠른 통일'을 지향하고 있다. 권 후보 측에 따르면, 코리아연방공화국은 2009년까지 '통일국가 준비기'를 거쳐 2010년 '코리아연방공화국'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코리아연방은 2012년까지 '이행기'를 거쳐, 2013년 이후에는 '완료기'에 접어들게 된다.

 

권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임기 내에 사실상의 통일을 완성하겠다는, 대단히 야심에 찬 계획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국민들의 정서와도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을 추구하기로 그동안 남북한 정부 사이의 합의와도 차이가 난다.

 

코리아연방공화국의 현실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 타당성에 있다. 즉, '빠른 통일'이 '좋은 통일이냐'는 의문이 바로 그것이다. '급격한 통일'의 후유증은 남북한보다 경제력 격차가 훨씬 적었고 적대감도 덜했던 독일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경제력 격차가 30배 이상 나고, 독일과는 달리 '동족 상잔의 전쟁'까지 겪어 그 후유증이 여전히 남아 있는 남북한이 빠른 통일을 추구할 경우,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지지하면서도 점진적인 통일을 원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권 후보는 '빠른 통일이 좋은 통일이다'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대목이다.

 

권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군축과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등을 통해 2012년까지 총 100조원 이상의 '한반도 경제공동발전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한 남한의 군사비는 27조원, 북한의 군사비는 3조원 가량이다. 5년간 군축을 통해 100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의 신화, '한미동맹 해체 절대화'

 

권 후보의 공약 가운데 눈에 띠는 또 하나의 대목은 '한미동맹 해체론'이다. 권 후보는 대선 후보들이 '한미동맹 절대화'에 빠져, 오히려 한반도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면 일리 있는 지적이지만, 역으로 권 후보가 한미동맹 '해체' 절대론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가능하다.

 

권 후보는 주한미군 주둔을 비롯한 한미동맹이 있는 한, 진정한 의미의 평화체제 구축과 통일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다. 이러한 전제는 "한미동맹이 유지되고 주한미군이 주둔해 온 60여년 동안 오히려 안보불안은 심화되어 왔다"는 역사 인식에 기초하고 있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주한미군이 한반도 군비경쟁 심화와 군사적 긴장 조성 등 '역기능'을 한 측면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다시 한국에 주둔하고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한국전쟁 발발이 있었다는 것 역시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또한 극심한 남북한의 군사 대결에서 주한미군이 정전체제 관리 임무를 맡고 한국에 안보 공약을 제공함으로써, 한국이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던 환경을 만들어준 것 역시 전적으로 부인하긴 힘들다. 한 마디로 순기능도 있었다는 것이다.

 

권 후보가 비판한 '한미동맹 절대화'는 주한미군의 순기능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처럼, 권 후보 역시 역기능만 부각시키면서 또 다른 의미의 '한미동맹 해체 환원론'에 빠져든 것이라는 비판은 이러한 맥락에서 가능하다. 

 

권 후보가 대통령되면 미국이 개과천선할까

 

권 후보는 한미동맹 해체를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고 한미 정상회담 및 전략대화 등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동맹은 해체하되, 새로운 우호협력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해지기 위해서 권 후보는 '미국은 선의의 행위자'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권 후보의 대미 인식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훼방꾼'이었다. 그랬던 미국이, 권 후보가 집권하면 개과천선이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권 후보는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완료 시점으로 2015년경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권 후보는 미군기지 확장도 안 되고, 2008년부터 사실상 방위비분담금도 주지 않으며,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부합하는 '한미 지휘 구조'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주한미군은 2015년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어진다.

 

나는 한미동맹에 대한 권 후보의 문제의식에 동감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악이고 북한은 선이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역사 인식이나, 대단히 복잡하고 까다로운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미래를 자신의 희망적 사고에 기초해 한미동맹 해체론을 펼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측면에서 권 후보의 공약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한미동맹에 대한 본격적인 논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한 전제는 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냉정한 평가다.

 

21세기형 '친미'는 가능한가? 

 

다른 하나는 권 후보의 주장을 반드시 '반미'라고만 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작년까지 부시의 대북정책에 대해 '대북강경책 지지=친미', '부시의 대북정책 반대=반미'라는 구도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부시의 대북정책이 전격적으로 바뀌면서 이러한 구도는 뒤바뀌고 있다.

 

마찬가지로 주한미군 주둔을 비롯한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앞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라크 신드롬', 막대한 군비 부담에 대한 비판 여론, 군입대율 저하 등이 맞물리면서 미국 내에서는 신고립주의를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핵 문제가 풀리고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철수나 대규모의 감축을 들고나올 가능성도 있다. 닉슨과 카터, 아버지 부시 행정부 때, 미국이 세계 안보 환경 및 전략의 변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대규모 감축을 추진했던 것처럼 말이다.  

 

권 후보의 공약이 이러한 '미국의 변화'까지 염두에 두고 나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앞으로 '한미동맹을 우호협력관계로 대체하는 것이 양국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는 지적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 대선 후보들의 정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평화네트워크 홈페이지 www.peacekorea.org 를 참조해주세요. 


#권영길#대북정책#한미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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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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