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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에 가면, GOD·박지윤·비가 드나들었고 지금은 원더걸스가 보이는 JYP 빌딩이 있다.

 

사무실은 대로 뒤쪽 간선도로 변의 자그마한 건물인데 바로 앞건물 1층엔 온통 낙서투성이다. JYP를 찾으려면 JYP 간판 말고 앞건물의 낙서를 찾으면 될 것도 같다. 이전 청담동 공원 근처 HOT 숙소가 있었을 때 그 앞에서 텐트치고 자던 여중생이 있었는데, 그보단 덜 하지만 문닫은 점포 창엔 '예은이 까면 30대가 설사폭풍'이란 살벌한 낙서가 써 있다. 이 가겐 아직 저녁시간인데 왜 불이 꺼져있을까.

 

지난 11월말 JYP 사무실에서 박진영(35)을 만나 대뜸 "앞에 가게 (팬 극성 때문에) 문닫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 웬걸 박진영 말은 "그집 잘 돼서 대로변으로 나갔다"고 한다. 비·GOD 기다리던 여학생 팬들이 얼마나 빵 팔아줬으면 대로로 진출했다. 요즘엔 그자리를 원더걸스팬들이 대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빵집 인수할 것 그랬다(박진영)."

 

요즘 엄청 바쁘다. 6년만에 컴백해 제 일 챙기기도 바쁜데, 이름을 잘 지었는지 원더걸스가 사람 놀라게 했다. 그 경이로움에 지난 2일 <일밤>에 나와 박진영은 히트한 원더걸스를 놓고 "60%는 놀랍고, 40%는 걱정된다"고 했다. 기쁜 게 반을 넘지만, 그래도 좀 걱정이란 얘기다.

 

후보들의 '텔미' 사용, 노래는 안 되고 춤은 된다?

 

대선 캠프서 그토록 '로고송' 달라고 했는데, 왜 안 주었을까. 나중 어디 한 군데서 찍힐 것 같으면 다 주면 되지 않나.

 

사실 각 대선캠프에 이미 가있는 연예인 선배들로부터 '텔미' 내달라는 '압력'도 받았단다. 당시만 해도 후보가 12명이면 저작권료가 꽤 됐겠지만 박진영은 웃기만 한다.

 

"즐기던 팬들이 배신감 느낄 것 같아서요."

 

거기에 각자 경제가 어떻고 나라 살리는 게 어떻고 좋은 대통령, 서민 대통령이 어떻고 개사할 게 뻔한데 그게 걸려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 대신 "(텔미)춤은 맘대로 춰도 돼요."

 

'텔미'는 왜 성공했을까.

 

'뗏 떼떼떼떼'의 그 오묘한 가사를 발명했기 때문이라고 단정졌는데, 박진영은 씩 웃으며 "그거 샘플링"이라고 한다. 1980년대 미국 스테이시 큐의 '투 어브 허츠'란 노래에 '아아아아 아이 니쥬'란 가사가 나온단다. 어찌 됐건 대단한 발견이다.

 

'텔미'춤은? 1980년대 박진영이 건대부중 다닐 때 놀던 패션춤인데 그걸 20년만에 안무화했다. 지난 여름 아직 정리가 안된 상태로 미국에 있을 때 '텔미' 뮤비 독촉전화와 맨해튼 녹음스튜디오에서 졸린 눈 참아가며 반바지 런닝 차림에 이리저리 흔들어봤다.

 

원더우먼이 팔로 총막는 동작도 안무에 슬쩍 끼어넣었고, 손 찌르는 건 소시적 한창 해봤던 거다. 군인들이 연병장에서 국민체조 대신 텔미체조 추는 게 UCC로 올랐다고 하니 "어! 그래요?"라며 보내달라고 한다.

 

"춤을 엄청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 동부그룹에 다니던 아버지가 미국 발령나 뉴욕서 2년 살았다. 그 때부터 우상이 '오프 더 월'을 불렀던 마이클 잭슨. 쿨 앤 더 갱의 '셀러브레이션'도 인기였다. 영화에서 보던 흑인들 라디오 어깨 메고 길 가다가 춤추는 걸 꼬마가 그대로 따라했다. 이 때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단다.

 

건대부중 배명고를 다니면서 거칠게 컸다. 100 바늘 넘게 꿰맨 적도 있다. 서울 살곶이다리 건너 화양리에서 아는 놈은 다 안다. 그럼 뭘 하나, 엄마가 가장 많이 드나든 곳이 파출소 아니면 응급실이다. 그런데도 연세대 갔으면 천재다.

 

'니가 사는 그 집'이 표절?

 

"나도 놀랐다.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1990년대 베이비페이스가 부른 '왓 이프(What If)'의 노랫말 상황과 똑같아 구설수에 올랐다. "그 노래 먼저 알았다면 좀 바꿨겠죠. 내가 바보도 아니고…." 베이비페이스 노래에도 옛 연인의 차와 집과 꼬마아이와 음식이 나온다.

 

박진영은 누구나 상상할수 있는 상황이란다. 딴 남자와 결혼한 '첫사랑'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차마 얼굴 볼 순 없고 그를 따라가보니 언덕위에서 보이는 건 그녀의 집과 차와 창문과 아이지 않느냐 말이다.

 

이런 점에서 박진영은 양준혁을 TV서 보고 무릎 팍을 쳤다고 한다. 양준혁도 첫사랑을 야구장 스탠드에서 보고 또 그녀 옆에 있는 아이를 보고 "내 아이여야 됐는데"하며 쓸쓸히 사인해줬다지 않나.

 

섹스보다 키스가 더 야하다

 

이번 앨범엔 서로 팬이기도 한 한국가수들이 도와줬다. 피처링해준 다이내믹 듀오·'티' 윤미래·바비킴. 이 정도면 대한민국 힙합 R&B계의 크레딧이다.

 

'케이아이에스에스, 키~스'. 여자의 읊조리는 허스키에 리드미컬한 '키스' 노래를 들으면 야릇한 연상을 하게 된다. 박진영은 "우리나라는 정말 끈적끈적한 노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때문에 여자하고 있거나 연애할 때 적당한 배경음악은 대충 외국노래란다.

 

하지만 '키스' 뮤직비디오에선 박진영이 맨 몸에 여자를 안고 있으면서도 키스는 없다. 그러고보니 이번 7집이 예전보단 덜 야해졌다.

 

"나이 먹으니까 섹스가 오히려 안 야해요. 손짓·키스, 그런게 오히려 더 야한 것 있죠. 손끝만 누그려뜨려도 감정을 전하게 되고."

 

하긴 뮤직비디오에 젤리를 물고있는 여자의 입술도 어느 정도 야했다. 박진영이 유리방에서 안대하고 수갑차고 있는 모습은 뭘 하고 싶은데 못하는 절규란다.

 

원더걸스의 삑사리는?

 

노래 얘기 나온김에 얘기를 돌려 '원더걸스 가창력 논란'을 물었다.

 

"거 이상하대요. 리허설 할 때면 안 내는데, 꼭 생방이나 공연 나가면 삑사리예요."

 

아직 신인이라 경직됐을 테고, '가창력 논란' 하도 운운하니까 점점 더 몸도 나빠지고 목소리도 갈라진 것 같다는 제작자의 설명이다. "이 노랜 또 간드러지게 불러야 되는데, 많이 삑사리 날 만한 노래"라고 한다. 잘 생각해보니 노래방에서도 이 노래 맛있게 부르는 사람은 아직 못봤다.

 

박진영은 생각난 김에 얘기를 더 보탠다. "저는 엄정화가 노래를 가장 잘 부르는 것 같아요." 빅마마나 인순이도 아니고 의외의 답이다. 박진영은 "엄정화처럼 감정에 제스처에 눈빛에 표정에 춤에, 얼마나 전달력이 있는 가수냐"는 것이다.

 

노래 기준으로 봐서 최고가수는 또 유재하란다. 국내가수중 그의 인생을 바꾸게 한 우상이기도 한데, "언제 유재하가 고음 내지르는 것 봤냐"고 한다. 절절한 정서, 쉽게 말해 '필'을 가장 잘 전달한 게 그 유재하라는 지론이다.

 

"비는 수익성이 안 좋다"

 

비는 아쉽지 않을까. 한창 돈 더 벌 때이고, '타임지 선정 100인' 중 한 명이고 브랜드가치 1위인데.

 

딱 잘라 '수익성'이 안 좋단다. 이럴 땐 완전히 계산기 두드리는 사업가다.

 

"스타가 됐고 또 재계약하려면 그만큼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솔직히 수익성이 안 좋다. 그 대신 신인 키우면 순전히 '땀과 노력'으로 부가가치도 좋고 보람도 생긴다. 스타는 돈만 있고 신인 키울 능력이 없는 회사나, 이름 이용해 주식 벌려는 회사가 데려가면 된다."

 

말은 야박하게 했지만, 박진영은 기다리고 있는 연습생이 너무 많다고 한다.

 

비는 내후년 군대가기 전까지 일 배우고 싶다고 해서 좋게 헤어졌단다. 이전 비도 그렇고 김태우도 그렇고 "형처럼 되는 게 꿈이었다"고 말해왔다. 올해 초 월드투어 파문은 비에겐 잘 안된 일이지만, 그만큼 단련도 됐을 거란다.

 

"차기 위정자에게 바란다"

 

11월 박진영은 정동영·명박 후보 등 나라 어르신도 나온 문화정책간담회에 갔다왔다. 앞으로 위정자 될지도 모를 사람이 나왔는데, 이럴 때 한 마디 안 했냐니까 말을 안 시키더란다. 시켰다면?

 

"해외진출하는 가수나 작곡가에게 지원 좀 했으면 좋겠다". 뭐 큰 것 아니고 뉴욕이나 LA에 녹음실에 사무실 하나 지어주면 고맙겠다고 했다. 또 잘 짜여진 해외 프로젝트에 저리융자를 해준다든지.

 

또! 비자문제 좀 완화시켜주면 좋겠다. 즉 O1비자, 즉 '아웃스탠딩 아티스트'에게 주는 건데 출입국이 자유로운 이걸 자신은 갖고 있다고 했다.

 

해외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 아시아 출신 가수로 세번째 박진영이 시도하는데, 앞서 대만의 코코리, 일본의 우타다 히카루는 대충 망했다. 박진영은 내년 초 민·지소울·임정희 등 세 명을 한꺼번에 미국 진출시킨다. 2001년 자신이 처음 미국 첫발 디뎠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그 때 회사돈 10원도 못 가지고 갔다". 맨 땅에 헤딩하겠다는 박진영에 공금 그냥 내줄 순 없고 JYP 이사회는 '1년 안에 빌보드 톱 10안에 들면 돈 주겠다'고 했다.

 

1년에 한 달 채 안 남기고 그해 11월 박진영은 메이스·윌 스미스·캐시 등 한꺼번에 세 명을 차트에 올려놨다. 느긋하게 송금받고 미국에 계속 있을 수 있었고, 월세 너무 비싸 맨해탄에 조그만 빌딩까지 샀다.

 

"난 게스트 없이 한다"

 

박진영도 오는 31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을 연다. 부르면 군대 간 사람 빼고 다 나올 텐데 게스트 없이 한다고 한다. 잘 짜여진 조명과 영상 특효만 갖고 한다는데, "환갑 넘은 흑인 노가수 찰리 윌슨이 특효없이 맨 몸으로 맨무대에 노래하고 춤춘 2시간 공연은 제일 재미있었던 공연"이라고 했다.

 

이번에 박진영은 미국서 6주 짬을 내 왔다. 6년만에 새 앨범 내고 방송하고 또 콘서트 열고, 원더걸스 게스트도 나가주고 또 단독콘서트까지 한다.

 

6주를 한국서 실하게 보내고 그는 연초에 다시 미국으로 간다. 이미 10월초 그의 우상인 R. 켈리와 계약까지 했다. R. 켈리는 예전 박진영이 표절했다고 혐의까지 받은 저명 작곡가인데, 이젠 박진영에게 작곡 의뢰까지 했다.

 

이번에 가서 민과 지소울·캐시만 잘 키우면 된다. 순탄치 않겠지만, 모 CF 카피처럼 박진영은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다'. 한 달 남짓이면 그 CF처럼 팔 긴 박진영이 '아시안 소울'로, 또 한국에서 온 뮤직디자이너로 맨해튼을 멋지게 거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마이데일리>(http://www.mydaily.co.kr)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박진영#원더걸스#텔미#비#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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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전혜연입니다. 공용아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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