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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일. 굴착기 기사 박OO씨로부터 전화연락이 왔다. 날씨가 연일 좋아 10일 오후부터는 석축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을 해도 좋다는 허락을 하고 나니 걱정이 따른다. 석축작업은 여러 곳과 관련이 있어 전체적으로 문제없이 진행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산동~고달 간 도로공사가 우리 집터 진입로 개설과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인 OO건설과 밀접한 협조가 필요하다. 또 석산, 영운기, 한전, 지적공사 등과 언제 어떻게 상황 변화될 줄 모른다.

 

박OO씨가 해야 할 일은 약 60m 연장된 경사면에 적어도 높이 5m 이상 석축을 쌓는 대공사이다. 석축의 바로 아래로 차들이 지나다닐 도로이니 석축의 붕괴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불안하여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공식적으로 써야 하는 연월차 휴가를 모두 사용하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다. 공휴일을 합쳐 10일간 일할 수 있는 날을 얻었다. 그러나 20일과 21일은 집사람 생일잔치를 준비한 사위와 딸의 성의 때문에 단양 대명콘도에 가서 생일파티에 참석하여야 한다.

 

10월 12일 새벽 3시에 대전을 출발하여 오전 6시경에 현장에 도착하였다. 그동안 독사에 물린 집사람의 손은 완쾌되었다. 나와 집사람은 도중에 중단된 서까래 걸기를 마감하고 지붕 둘레에 페이샤라고 부르는 방수 송판을 둘렀다. 이제 추가적인 지붕작업을 해야 한다. 집사람이 지붕천장을 루바로 마감하여 방안에서 서까래를 볼 수 있도록 하자고 한다. 공정이 한 단계 늘어난다.

 

우선 서까래 위에 루바를 치고 그 위에 다시 보조 서까래를 걸어야 한다. 보조 서까래 사이사이는 스티로폼으로 지붕단열을 위해 충진해야 하고 그 위를 합판으로 덮는다. 각 단계마다 타정기로 못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기본이 되는 더글러스 서까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합판 작업까지 끝나면 1차 지붕작업이 완료되는 편이다.

 

다음 단계는 지붕의 방수를 위한 작업이다. 목조주택 방식으로 시공하고자 했으나 건축자재를 구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루핑을 깔고 동판으로 루핑을 포함한 지붕의 목재를 보호하기 위하여 지붕가장자리를 돌려댄다. 다음 공정은 아스팔트싱글 작업이다. 한 번도 시공해본 일도 없고 누구에게 설명을 들은 바도 없다.

 

포장에 영어로 적힌 시공방법 읽고서 시공을 시작한다. 지붕 위에서 일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다리가 더욱 많이 떨린다. 너무 힘들 땐 저 아래 양지 바른 곳의 본 집터를 내려다보며 훗날 나와 집사람을 위한 살기 좋은 집을 짓기 위한 실습 중이다, 라고 중얼거리며 스스로 만족한다.

 

돌을 실어 나르는 영운기는 잘 다져지지 않은 임시 진입로에 자꾸 빠진다. 진입로를 내주기로 약속한 OO건설 측이 새삼스럽게 얄밉다. 만일 신경을 건들면 한판 할 생각으로 쌓아놓은 골재를 덤프트럭에 가득 실어와 우리 진입로에 뿌렸다.

 

3번째 골재를 싣고 있노라니 아니나 다를까 현장 기사가 숨 가쁘게 달려온다. 골재를 뿌려놓은 곳으로 올라와 사진을 찍고 항의한다. 나는 당장 약속한 진입로를 내라고 하면서 만일 어물쩍거리면 공사 중인 도로 중 내 땅을 지나는 부분을 봉쇄해 버리고 컨테이너로 바리케이드를 쳐버리겠다고 오히려 강하게 나갔다.

 

기사는 현장사무실로 연락을 하는 듯했고 김 과장이 달려왔다. 김 과장은 “박사님! 사전에 연락을 주시고 사용하시지 그랬느냐”고 하면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골재는 알골재로 비싸다고 하면서 안쪽 골재를 사용하라고 한다. 추가로 서너 차량 분을 진입로에 뿌렸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골리앗 바위를 실어나르는 영운기의 무게가 워낙 무거운 탓이다.

 

아스팔트싱글 작업을 끝냈다는 것은 이제 비가 와도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바로 마감된 천장을 바라보는 맛이 아주 특별하다. 그 많은 비 때문에 그렇게도 고생을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아스팔트싱글 가장자리를 매끄럽게 잘라 내려고 하나 도무지 마땅한 공구가 없다. 거칠게 마감했다. 나중에 좋은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이제 벽에 합판을 치고 마루만 깔면 집터를 만들 동안 임시거주를 위한 정자는 완성된다. 그러나 집터는 내가 아니고 박OO가 만들고 있다. 그래서 임시 거주용 정자는 당연히 본 집을 지을 때 거주할 오두막으로 지어져야 한다. 단열벽채를 만들고 바닥에 난방 시설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집사람은 다시 제재소로 가서 샛기둥으로 사용할 각재와 바닥용 합판 그리고 바닥 단열을 위한 스티로폼을 추가로 구입하여 가져왔다. 이제 날짜가 지남에 따라 바닥에 각목을 설치하고 그 위에 바닥합판과 치고, 스티로폼을 끼우고 다시 그 위를 합판으로 막는 일련의 작업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

 

10월 18일, 날자가 매우 빠르게 지나간다. 이제 내일이면 알토란같은 휴가가 모두 끝나고 집사람 생일 축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한 준비 때문에 일단 대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이제 기껏 샛기둥이 설치된 상황이다. 안쪽 벽채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바깥에 합판을 대고 단열재를 채운 다음 석고보드로 막고 그 위를 편백나무 루바로 마감해야 한다.

 

바깥 벽채는 우선 합판 위에 외부습기는 차단하면서 내부 열을 발산하여 공기를 순환시키는 타이백을 설치한다. 그 위에 천연방부목인 사이딩 작업을 하고 사이딩 목재를 오일스테인으로 몇 차례 봄∙가을로 도포해야 한다. 이것은 벽채에 관한 얘기이고 바닥 난방은 별개 문제이다. 지금까지 추진되어오는 정황으로 봐서 도저히 내일 19일까지, 난방은 뒤로 미루더라도 벽채만이라도 끝날 것 같지 않다. 

 

중요한 공구 및 필요한 가재도구라도 오두막 안에 넣고 철수하려면 최소한 기본 벽채까지는 설치되어야 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집사람이 설계한 대형 통창유리가 배달되어야 한다. 남원으로 전화를 해서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구례에서 유리점 사장이 왔지만 완만한 도로가 나기 전에는 커다란 유리를 집터까지 운반할 방법이 없다면서 도로가 나고 연락하면 설치해 주겠단다.

 

최후로 박OO씨에게 하소연했더니 30분 정도 지나자 젊은 유리점 사장이 나타난다. 어떻게든 내일(19일) 오후까지 설치하라는 박OO씨의 부탁을 들어줘야 한다면서 통창들의 크기를 재 갔다. 이제 우리는 내일까지 외부 합판 작업까지 끝내는 일만 남았다.

 

박OO씨에게 우리가 금요일까지 현장에 머물 계획이며 다음은 OO건설에서 진입로를 개설한 후 이에 맞춰 나머지 토목공사를 마감하겠다는 나의 계획을 통보하였다. 그러므로 금요일까지 토목공사를 일단락 지으라고 주문하였다.

 

박OO씨는 내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혼자서 공사를 마감할 수 있다고 하였으나 이번만은 박OO씨에게 밀어줄 사안이 아니다 싶어 박O씨의 말을 일축하였다. 박OO씨는 그동안 3m 이상 높이의 멋진 석축을 쌓았다. 집사람이 이렇게 멋진 석축은 아랫부분으로 걸어다녀야 제 맛이 난다고 하여 석축 하단부에 걸어다닐 도로를 만들고 우측에 돌계단을 만들었다. 다음에 잘 다듬어진 석축의 모양을 상상해본다.
 
10월 19일 오후가 되자 통창을 막을 유리가 배달되어 박OO씨의 굴착기 운전실력으로 무사히 집터까지 올리고 설치시공까지 마쳤다. 박OO씨도 다음 토목공사 때까지 석축을 방치할 수 있도록 주변을 밤늦도록 정리해줬다.

 

우리도 마지막 합판작업을 끝내고 짐들을 정리하고 덤프트럭에 올랐다. 새벽 3시가 지나고 있다. 이제 대전에 도착하여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으면 곧바로 단양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어른 노릇하기도 힘들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실감난다.

덧붙이는 글 | 본격적인 목조주택을 지기 위한 실습으로 오두막을 짓는 자신의 경험담입니다.


#목수#오두막#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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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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