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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태권도협회가 태권도 승품·단 자격시험을 보기 위해 대기 중이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태권도협회장 취임식에 동원해 말썽을 빚고 있다.

 

8일 오전 9시부터 대전시태권도협회는 실내체육관에서 수 천여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모인 가운데 '제 4차 국기원 태권도 승품 ·단 심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이날 오전 11시 경 진행하던 태권도 자격시험을 돌연 중단시켰다.

 

이어 갑자기 밴드부의 팡파레 음악반주가 울려퍼졌다. 행사 관계자가 급히 체육관 중앙에 설치된 '제 4차 승품·단 심사대회'라고 새긴 천글씨를 뜯어내자 '제6대 태권도협회장 취임식'이라고 새겨진 천글씨가 나타났다.  심사위원석도 모두 행사장 구석으로 옮겨졌다. 사전 예고없이 '승품·단 심사대회'가 '대전시태권도협회장 취임식장'으로 돌변한 것.

 

게다가 시험을 보기위해 대기 중이던 초등학생 300여명은 까닭없이 심사장에 도열해 취임식 축하 동원객이 돼야 했다. 나머지 학생들과 학부모 수천여명은 방청석에서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시험 보러온 어린이들은 체육관 바닥에서 '취임 축하' 들러리 

 

이렇게 시작된 대전시태권도협회장 취임식은 내빈소개와 협회기 전달, 추대패 전달, 취임사, 축사, 격려사, 협회장 취임축하태권도공연 등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축사와 격려사에는 선병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을 비롯 김신호 대전시교육감, 시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초등학생들은 맨바닥에 도열해 행사를 지켜봐야 했다. 이날 심사대회도 취임식 시간만큼 늦어졌다.

 

이날 자녀의 태권도 심사를 위해 행사장을 찾은 한 학부모는 "협회 측이 태권도 승품 ·단 심사 도중에 아무런 예고나 양해없이 협회장 취임식을 할 수 있느냐"며 "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취임식 들러리로 세운 것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학부모도 "태권도 자격시험을 위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이용해 태권도협회장 취임식장에 동원당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일방적이고 권위적으로 행사를 치르느냐"고 항의했다.

 

이어 "학생들의 행사 들러리를 막아야 할 대전시교육감이 오히려 축사를 하는 것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태권도학원 관장은 "태권도협회 측이 당초 심사대회만 하기로 했다가 뒤늦게 행사 도중 취임식이 있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며 "하지만 처음 있는 일이라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는 알리지 못했다"고 난감해 했다. 

 

일부 회원들 "협회장 선출도 기습적...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이날 대전시태권도협회의 '기습 취임식'은 취임에 반대하는 협회 내부회원들의 반발을 따돌리고, 많은 축하객이 몰렸음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획된 것으로 보여진다.

 

실제 이날 대전시태권도개혁위원회 소속 회원들은 행사장에 뛰어들어 '취임반대'가 새겨진 천글씨와 유인물을 배포하다 주최측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주최 측은 또 미리 사설경호요원을 배치해 반대 회원들의 행사장 입장을 가로막았다. 

 

일부 회원들은 이날 배포한 유인물을 통해 "협회 상근임원들이 지난 해 말 승단 심사비 및 체육관 개설 등록비를 횡령하다 발각돼 사퇴함에 따라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새협회장을 선출했다"며 "하지만 임시총회장에서 대의원이 아닌 사람이 참석한 반면 정작 대의원은 참석하지 못했고 이런 가운데 협회장 선출도 기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날 취임식을 한 오 아무개씨는 대전시공수도협회 회장을 겸하고 있어 '타종목 경기단체 임원 겸직금지'조항에 의거 회장으로 피선될 자격조차 없다"며 "최근 법원에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대전시태권도협회#취임식#태권도 심사 하다말고 협회장 취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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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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