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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터에서 바라본 눈덮인 지리산 능선 좌로부터 만복대(1433.4m), 가운데 고리봉(1248m), 우측 노고단(1507m)
노고단 좌측 뒷편으로 반야봉(1751m)이 보이나 사진에는 선명하지 않다.
집터에서 바라본 눈덮인 지리산 능선좌로부터 만복대(1433.4m), 가운데 고리봉(1248m), 우측 노고단(1507m) 노고단 좌측 뒷편으로 반야봉(1751m)이 보이나 사진에는 선명하지 않다. ⓒ 정부흥

“돌”이라는 글자의 받침 하나 바꾸면 “돈”이라는 글자가 되고 “남”이라는 글자의 점 하나를 지우면 “님”이라는 글자가 된다는 유행가 가사가 있다.

어제 고로새 물 집수장치 때문에 우리 산에 온 장씨는 오두막을 돼지우리라고 불렀고, 위문 차 방문한 동생은 애들 장난감으로 치부했다. 처가 부모님들과 건축사 동서와는 정반대의 상이한 평가이다.

“물 한 방울이 돌을 뚫는다”라고 하면 누구나 말도 안 된다고 하겠지만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라고 하면 선뜻 안 된다고 못 할 것이다. 세월이라는 조건만 충족된다면 가능한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외부 벽체 마감이 안 되어 합판으로 막아진 오두막이나, 편백나무 루바로 마감된 내부벽채가 있지만 작업공구들과 자재들이 널려져 분해해 놓은 자동차 같이 혼란스러운 방바닥에 앉아 돌쩌귀가 맞지 않아 삐거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사람이 살지 못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들이 다녀간 후 집사람은 “여보! 우리 오두막이 정말로 돼지우리 같은 것이 아닐까?” 심각하게 나에게 물어온다. 김 서방은 오두막을 2~3년 뒤 잘 어우러진 우리 농장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고, 장씨나 동생은 합판으로 막아 놓은 돼지우리 이상도 이하도 아닌 지금 순간의 오두막을 보는 것이니 둘 다 맞는 얘기 아닌가?

자네 눈에는 오두막이 돼지우리로 보이는가? 아니면 심신의 수련터로 보이는가? 편백나무 향과 녹차 잔에 깃든 솔바람 소리를 벗삼는 그런 수련터 말일세. 되묻는 나의 반문에 조금 안심하는 눈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만유인력의 법칙을 보고 싶으면 사과를 던져보면 될 것이고,  5년 뒤 오두막을 보고 싶으면 지금 이 혹한과 폭풍에도 불구하고 오두막을 짓고 있는 나와 자네의 지금 모습을 보면 될 것이네.” 

내 자신의 다짐을 집사람에게 들려줬다. 어제는 무척 추웠고 바람도 몹시 거셌다.

11월 3일 아침, 구 대덕호텔 앞에서 외국여행에서 돌아오는 집사람을 만나 바로 지리산 농장으로 향했다.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늦은 아침식사를 하다보니 12시경에야 지리산 농장에 도착하였다.

집사람은 새벽 4시 반에 필리핀에서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그 후 3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대전에 도착하였고, 다시 2시간 반 이상을 트럭을 타고 지리산에 도착하였으니 피곤하여 졸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오두막 이부자리를 따뜻하게 덥혀 집사람이 한숨 잘 수 있도록 하고 일오와 함께 주변 산책에 나섰다. 공사기간 막바지라 그런지 도로공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척되어 가고 있다. 전 도로보다 7~8m 높이 성토되어 있고 굽은 도로가 반듯하게 펴져있다. OO건설 설계도를 보고 도로의 대충 모양은 짐작하고 있었으나 막상 도로의 실체가 드러나니 매우 대견하고 흐뭇하다.

공사중인 도로 2008년 4월 준공목표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산동 ~고달 간 지방도로공사 현장
공사중인 도로2008년 4월 준공목표로 마지막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산동 ~고달 간 지방도로공사 현장 ⓒ 정부흥

집사람이 일어나서 우리를 찾는 기척에 집터로 올라갔으나 일을 시작하기도 어중간한 시간이다. 새삼스럽게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지리산 온천에서 목욕하고 우리가 묶었던 민박집에 들러 미처 지불하지 못한 숙박료를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와 쉬는 것이 명일의 작업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20여일이 넘게 신세를 진 민박집이었으나 우리가 떠나올 때 주인 내외가 출타 중이라 숙박료를 완불하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에는 일찍부터 서둘러 내부 석고보드 작업을 시작하여 지붕과 서까래 연결부분을 제외한 석고보드 작업을 끝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석고보드 작업이라 어떻게 다룰 줄 몰라 처음에 원형톱으로 자르니 너무 먼지가 많이 나고 석고보드가 부스러지면서 제대로 잘라지질 않는다. 나중에 커터로 금을 내고 무릎으로 쳐올렸더니 앞쪽 금을 낸 부분이 시원하게 갈라진다. 다음 석고보드의 뒤쪽종이로 발라놓은 부분만 잘라내면 석고보드가 쉽게 잘라진다.

처음에 벽면과 크기가 너무 달라 조각조각 잘라대는 누더기가 됐지만 진도가 나아가면서 맞춘 것 같이 제 위치로 착착 들어간다. 석고보드 작업이 진행되면서 얼굴과 콧구멍에 하얗게 분칠한 상대의 모습을 보고 서로 웃어 댔지만 석고보드 먼지가 건강에 좋을 리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미국이나 캐나다 집의 90%가 경량 목조주택이고 이들 주택의 단열재로 유리섬유와 석고보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다소 위안이 되었지만 그래도 석고보드와 유리섬유 단열작업은 하기 싫은 공정이었다.

박OO씨가 시골 시장에서 튀긴 통닭을 사들고 우리를 위문 방문하였다. 마침 시장하던 차라 혈당이고 콜레스테롤이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소주 한 잔 곁들여 요즈음 도시에서는 보기조차 힘든 기름 통닭을 너무 맛있게 먹었다. 오두막 짓기 위해 지리산에 내려왔지만 노는 시간이 더 많다. 이제는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느긋해지다보니 진도가 너무 지지부진 늦어진다.

앞으로 우리가 오두막을 완성하기 위해 해야 할 공정은 내부 벽채 마감인 편백나무루바 작업, 외부벽체 시다 사이딩, 바닥 난방시공, 급배수 시설, 가재도구를 보관할 선반, 포치 및 덱 설치, 화장실 등 오두막에 해당되는 일들을 우선해야하고 다음은 우리 산 정상부근에서 솟아나는 옹달샘 물을 급수원으로 만드는 대 공사가 남아있다. 오두막 터 주변을 서둘러 쌓은 축대를 보완하고 그 위에 돌담을 쌓는 작업 또한 만만한 공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일도 많고 경비도 적잖이 들어갔다. 그러나 앞으로 들어가야 할 일과 이에따른 예상 추가 경비에 비하면 약소한 편이다. 추석 휴가 이후 지금까지 지리산 집터 닦기와 오두막 짓기 경비 내역 중 교통비, 식사비, 간식비, 인사비 등 간접비를 제외한 개략적인 경비내역은 다음과 같다.

굴착기 480 + 620 + 43 = 1,143, 영운기 120, 석공 136 + 15 = 151,석축돌130 (천만원은 후불), 동아목재 135 + 24 = 159, 산림조합 9 + 28 + 36 = 73, 현대제재 18, H우드 98, 전기판넬 외 15, 목수 64, 배수관 외 45, 측량 84, 굴착기 수리비 71, 굴착기 운반 20, 건축사 건축허가 비용 30 등이다. 합산해보니 약 2200만원 정도 소요됐으나 순수 오두막을 짓기위한 경비는 600만원 정도 사용하였다. 나와 집사람 인건비는 물론 포함되지 않았다.

목조주택 교육 때 지나간 얘기로 듣은 내용이다. 총 건축비의 1/3은 자재값이고, 1/3은 인건비, 1/3은 건축업자 이윤, 나머지 10%는 기타 경비라고 했다. 타당한 배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주택의 면적 계산에는 동의하지 못할 부분이 있다.

목조주택 시공회사에 이동식 주택의 가격을 알아보고자 방문한 적이있다. 분명히 요즈음 나와 집사람이 지리산에 짓고 있는 2평 반 짜리 오두막보다 적거나 그 정도 크기인데 8평 건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평당 건축비는 240만원이다. 자세히 듣고보니 데크와 포치 면적이 건축면적에 포함된단다.

덧붙이는 글 | 자신의 경험담입니다.



#목수#오두막#목조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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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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