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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이 상해 죽겠어요.”


할머니의 표정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속이 상하셨다는 것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손자 사랑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애틋하고 지극한 마음이 전달되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귀한 손자였다. 그런 아이의 얼굴이 손톱자국이 나 있으니, 어쩌란 말인가? 망연자실한 모습이 역력하게 들어나고 있었다.

 

할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할머니의 마음이 같을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손자이니, 얼마나 애지중지하실 것인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였다. 그런 아이의 얼굴에 상처가 났으니, 참을 수 없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할머니를 위로하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어제(11일) 일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교실에 들어서니, 지원이가 울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싸운 것이다. 재홍이와 다툰 것이다. 지원이가 놀리니, 그것을 참지 못하고 그냥 손톱으로 얼굴을 긁어버린 것이다. 아이의 모습을 보니, 애처로웠다. 부리나케 보건실로 데리고 가서 응급처치를 하였다. 연고를 발라주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였다.

 

재홍이에게 누가 잘못하였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로 하지 못한다. 아이가 충분히 반성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성하고 있었다. 지원이의 얼굴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아이의 얼굴을 보고 난 뒤의 할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툼이 일어난 전후 사정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편지를 썼다. 일은 이미 벌어져버렸으니, 이해시키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시간이 지난 뒤 지원이가 다시 뛰어노는 것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 잊어버리고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면 할머니를 걱정하였다.

 

예상한 대로 할머니는 쫓아오셨다. 생활 지도를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니 할 말이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은 할머니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말씀에는 아이 사랑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 좋았다.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통령 선거 일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많은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누가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뉴스를 보게 되면 걱정이 앞선다. 온통 부정적인 뉴스로 넘쳐나고 있다.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피해가 아주 심각하다. 그래도 세상은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도 의구심을 해결할 수 없다.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입으로 하는 공약이 그대로 실천된 적이 없기에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누구를 선택할지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비교가 잘 되지 않으니, 난감하다. 정책들을 들어보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부강해질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 아닌가.

 

지원이 할머니를 보면서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바로 할머니와 같은 서민들이란 생각을 해본다. 가족을 사랑하고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에 닿아 있는 할머니와 같은 분들의 힘이 모아져서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서민들이야 말로 세상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테의 수가 많다는 것은 연륜이 깊다는 의미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들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겠다. 가진 자들의 편이 아닌 서민들의 편에 서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겠다.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는 할머니와 같은 분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부강한 나라일 것이기 때문이다.<春城>


#할머니#서민#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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