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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 용의자 조모(35)씨를 태운 경찰차는 12일 오후 4시 30분 서울 용산경찰서에 도착했다. 검정색 정장 위에 코트를 걸쳐 입은 조씨는 검정색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용산경찰서에 모인 150여명의 기자들은 "왜 무기를 탈취했냐"며 질문을 쏟아냈지만 조씨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장광 용산경찰서장은 "조씨가 처음에는 묵비권을 행사했으나 머리 정수리에 난 상처 등을 근거로 추궁하니까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고 밝혔다. 또 "조씨는 바로 군·경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된 인천지방경찰청으로 인계될 것"이라며 "범행 동기 등 자세한 내용은 수사본부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제보를 받고 단성사 근처에서 탐문수사 중 조씨를 발견하고 약간의 몸싸움 끝에 검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씨가 타고다닌 코란도 차량에 대해서는 서울지방경찰서 과학수사팀과 용산경찰서 과학수사팀, 그리고 국방부 조사본부 감식팀이 합동으로 정밀 감식 중이다. 

 

기자들은 조씨 친구의 전화 제보로 검거한 것이 사실인지, 제보한 사람이 누구며 제보내용이 무엇인지 질문했지만 장 경찰서장은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 본부에서 조사한 후 발표할 것"이라며 "지금은 조씨가 자백한 내용만 말씀드릴 수 있다"며 브리핑을 마쳤다.

 

조씨는 브리핑 직후 오후 5시 20분께에 인천경찰서로 향했다.

 

 

조씨는 지난 6일 강화도 초소 인근에서 검문 중이던 해병 병사 2명을 코란도 승용차로 덮치고 한명을 흉기로 살해한 뒤  K-2 소총 1정, 수류탄 1개, 실탄 75발, 유탄 6발을 빼앗아 도주 중이었다.

 

군·경합동수사본부는 범행 당일 저녁 8시 30분 전국 지방경찰청과 고속도로 순찰대에 검문검색 강화를 지시했지만 탈취한 군용 무기들의 유기 장소를 명시한 조씨의 편지가 부산에서 발견됐다는 점, 조씨가 직접 우체통에 이 편지를 넣은 점을 미루어볼 때 그는 군·경의 검문 검색을 뚫고 전국을 누비고 있었다.

 

비록 탈취된 군용 무기를 유기했지만 당시 2차 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졌던 조씨가 다시 서울 한복판에서 검거됐다는 사실은 군·경의 대응이 무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모자 혈흔 일부러 방치한 것"... 왜 조씨는 총기를 탈취했을까?

 

한편, 조씨가 지난 11일 부산경찰서에 보낸 편지가 이번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합동수사본부장인 김철주 인천지방경찰청장은 이날 조씨의 검거 소식을 알리면서 "편지에 나온 지문으로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조씨는 편지를 통해 자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자신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고 수사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라"고 말하는 등 이후 수사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또 "차로 쳐 저항을 차단하려고 했는데 장병이 쓰러지지 않고 총구를 겨눈 채 있어 본능적으로 (흉기로) 공격했다"며 "죽일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화장지에 싼 초에 불을 붙여 초가 녹으면서 화장지를 통해 차량이 불타게 했다", "민간인으로부터 구입한 모자와 혈액을 방치해 수사망을 따돌렸다" 등 범행 후 도주 및 증거인멸과정을 설명한 문구들은 조씨가 이번 범행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조씨는 편지에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다. 결국 조씨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후 군용 무기를 유기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은 수사본부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풀릴 것으로 보인다.


#강화도 총기탈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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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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