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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조작수사 범국민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와 선대위 관계자들이 지난 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조작수사 범국민 보고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전설에 곰의 몸, 코뿔소의 눈, 코끼리의 코, 소의 꼬리, 호랑이의 다리를 닮았다는 불가사리는 밥풀떼기로 빚었으나 쇠붙이를 먹고 산다 했다.

밥풀떼기 불가사리야
너는 너는 자라서
쇠를 먹고 자라서
죽지 말고 자라서
모든 쇠를 먹어라
다 먹어치워라


정동영 후보는 게걸스럽게 정치인들을 삼켜왔다. 수도권의 중도 성향을 대변하던 손학규 전 지사도 꿀꺽했고, 정통 '민주개혁세력'의 계승자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고 참여정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행정능력을 보여주었던 이해찬 전 총리도 꿀꺽, 경남의 개혁성향을 대변하던 김두관 전 장관도 꿀꺽, 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 원리주의자의 대표 유시민 의원도 꿀꺽, 여권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안정감 있는 행정능력을 보여주었던 한명숙 전 총리도 꿀꺽…. 그러나 먹성 좋게 먹어도, 먹어도 커지지 않는 정동영 후보.

정동영 후보는 이제 내친 김에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 권영길 후보  마저 삼키려들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야당이었던 이인제 후보와 권영길 후보에게, 그리고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문국현 후보에게 '좌파무능정권'의 후예라는 낙인을 찍어 왜 한 입에 털어 넣으려고 하는가?

'불가사리' 같은 정동영 후보

정동영 후보는 국민들에게 조롱과 체념의 대상을 넘어 정치적 탄핵을 당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의 최대 수혜자로서 참여정부를 이 지경으로 만든데 대하여 깊은 반성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적 신뢰를 얻는 올바른 순서였다. 뒤늦게 BBK 수사 문제로 노대통령과 '각'을 세워보려고 해도 그것은 속이 환히 들여다보이는 수법이다.

정동영 후보가 열린우리당과 그 후신인 민주신당 '실용파'의 대표였다면 이른바 '개혁파'에 대해 강력한 투쟁을 해왔어야 했다. 그러지 못하고 어정쩡하거나 타협적인 태도를 취해왔기 때문에 지도자적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실용이건, 개혁이건 분명한 정체성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개혁의 정체가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무엇이 다른지, 실용의 정체는 한나라당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전설에 불가사리를 견제하려던 것은 왕이었지만, 지금 정동영 후보를 견제하고 있는 왕은 '좌파 무능정권심판'이 이번 대선의 제1의 이슈라고 대답하고 있는 과반수에 육박하는 주권재민 시대의 유권자들이다.

정동영 vs. 이명박, 문국현 vs. 이명박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조작수사 범국민 보고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치검찰 조작수사 범국민 보고대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유성호
떡 줄 사람인 유권자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데 정권이라도 잡을 듯이 김칫국을 마시고 있는 정동영 후보는 민심을 모르는 참으로 딱한 사람이거나, 책사(策士)들의 잔재주를 사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정치가로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풍파'의 대표 주자로서 촉망받는 개혁정치인이었으며, 경선지킴이로 국민경선을 싱겁게 만들지 않았던 정치부흥사(Promoter)로서 자질을 보여주었고, 정치권에서 말 잘하기로 으뜸가는 사람이란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통일사업에도 열심이어서 '개성동영'이란 애칭마저 얻지 않았던가?

그 동안의 업적, 정치적 자질에도 불구하고 140여석에 달하는 매머드당인 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에 대하여 유권자들은 국가적 지도자로서 진정성을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번 민주신당의 경선은 참신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동이 지나쳤다. 정동영 후보는 승리를 한 대신 호남의 서자출신 소맹주로서의 성격이 덮씌워졌다. 민주신당의 불행이기도 하고 정동영 후보의 앞날에도 호남 의석 몇 개는 챙길 수 있을지 모르나 국가지도자로서 성장하는데 커다란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같은 '인생'을 산 것이 아니어서 총재로서의 카리스마가 있을 수 없으며, 그리고 지역주의자들의 입장에서도 호남의 적자가 아니라 서자라는 사실이다. 국가 지도자는 인기 이상의 불굴의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보여 주여야 한다는 사실을 정동영 후보는 깨달았어야만 했다.

'모두를 잡자(Catch All)'는 정치 전략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되돌릴 수 없는 특성을 가진 시간과 동원 가능한 수단이 제한 되어있는 정치인으로서 극히 어렵거나 때로는 불가능하다. 정동영 후보는 시기, 시기 마다 최선을 다했지만 누적되어 있는 이미지는 늘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유권자나 지지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2%가 부족하게 느껴졌는데 그 자리의, 바로 그 사람들과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과장된 '쇼'를 하고 있거나 무엇인가에 쫒기는 심정으로 건성 건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열린우리당 관계자들로부터 심심치 않게 들었다. 지도자란 그 시대의 과제와 온 몸으로 승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동영 후보가 게을렀던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다루고 있는 의제가 너무 많았다.

이명박은 강한 후보이다

이명박 후보가 강한 것은 국민들이 경제를 잘 풀어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파악하는 건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다. 유권자들은 지도력의 한 요소인 추진력을 도덕적 흠결보다 높게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노무현 정부와 여당이 보여주었던 무능보다는 청계천으로 상징되는 것처럼 큰일을 해낼 수 있는 결단력과 추진력이 있지 않겠느냐고 막연하게 믿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가 보여준 리더십 보다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을 국민들은 높게 보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비주류를 이끌고 당의 주류를 이겨버린 '신보수 혁명'의 리더이기도 한 것이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단기필마로 30대 참모들을 이끌고 옛 민주당의 주류를 이겨버렸던 것처럼.

정동영 후보는 '실용파'로서 '개혁파'와 처절한 혈투를 보여주고, 노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나 정책실패에 대하여 정치적 결별이나 죽음을 각오한 투쟁을 벌여왔는가?

이명박 후보의 리더십에 대한 대척점에 있는 정치인은 투신한 지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초보 정치인 문국현 후보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이명박 후보의 최대 약점인 도덕성문제에서 자유롭다. 이명박 후보는 대운하를 이야기하는 국내파인데  문국현 후보는 세계화를 능동적으로 개척해줄 국제파로 보이며, 대기업 사장출신 대 중견기업 사장, 이명박 후보가 청계천이라는 '실적주'라면 문국현 후보는 중소기업과 고용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단서를 주고 있는 '실적주'이다.

정동영 후보의 무기는 말이다

 지난 7일 대전을 방문한 문국현 후보가 중앙시장 입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 7일 대전을 방문한 문국현 후보가 중앙시장 입구에서 후보단일화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장재완

이명박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장광설이 필요 없는 실적이나 인생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가 팔고 있는 것은 그가 살아온 인생의 진성성이다. 그의 최대 약점은 수권능력에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문국현 후보가 정권을 잡으면 누가 이 나라를 어떻게 통치할 것인지를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부족했으며, 포용력보다 목적의식성이 앞서다 보니 범여의 오피니언 리더들인 유력 정치인들과 시민활동가들에게 배타적으로 보여졌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주신당 '개혁파'들의 카르텔(Cartel)과 농성체제를 뚫어내지 못한 것이다.

문국현의 정치력에 대한 의문은 왜 '후단협' 의원들마저 창조한국당으로 끌어 오지 못하는가에도 있지만, 자당 후보의 패전을 예감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권을 잡으려는 세력의 담합(카르텔)이 갖는 정당성도 함께 물어져야 할 것이다. 자신의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가시들만 타박해야 직성이 풀리는가?

턱도 없는 선거자금, 급조된 창조한국당, 선거 경험이 없는 참모들과 실무들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구체제인 '박정희 체제'와 '87년 체제'를 동시에 뒤엎어버리고 2008체제를 수립하겠다는 문국현이란 중견기업의 성공한 사업가와 40대 초중반의 집행력, 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의병을 자임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야전을 벌리고 있는 것이며, 공룡집단들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 공동정부 제안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현재 한국의 정당으로서 지속가능성이 있는 정당은 둘 밖에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이다. 한나라당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자칭 한국 사회의 주류들과 기득권 세력이다. 민주노동당은 집권가능성과 상관없이 노조라는 배경이 있으며, 당비를 내는 실질적인 당원들이 있다.

민주신당은 당원이 아니라 지역기반을 가진 당이다.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만들었다는 열린우리당 마저도 호남 출신 당원들이 60% 이상이었던 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좌파와 우파의 중간영역에는 정치적으로 생존가능한 땅, 정치적 지반이 없으며 그렇기 때문에 '민주개혁세력', '진보세력'의 모든 정치공학은 호남에 무엇을 붙일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여기에 이념적 이니셔티브와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것이 중도적 좌파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들의 논리로 하자면 항상 호남 플러스 알파인데, 알파는 바람이다. 신물 나는 집토끼와 산토끼 논쟁에서 산토끼 찾는 놀이가 선거 전략의 알파이고 오메가이다. 그러나 그 바람은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을 때만 일어난다. 민주신당은 그 많은 의원과 그 많은 당원에도 불구하고 캠페인다운 캠페인을 왜 해낼 수 없는가? 수백만을 동원하고자 했던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좋은 형식에도 불구하고 박스떼기를 비롯한 '떼기' 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과 성찰이 필요하다.

정동영 후보가 주장하는 공동정권에 왜 문국현이 참가해야 하는가? 문국현 후보가 제기하고 있는 진검승부를 해서 정동영 후보가 '단일화'에 승리하여 집권하는 것을 시나리오에 0.000000....1%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하더라도 문국현 후보와 창조한국당은 야당을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시대정신에 입각한 국민감동과 이것에 기초한 국민적 에네르기에 의한 동력, 이것을 '바람'이라 하고 큰 바람인 폭풍을 만들어 내려면 정동영 후보는 문국현 후보에게 기회를 주고 정치적 권토중래를 노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지금의 박근혜 의원이 하는 것처럼.

이 땅의 과반 이상의 유권자는 정동영 후보와 민주신당은 '좌파무능정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야당을 하는 것이 마땅하며 그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 세력, 저 세력 모아서 집권을 하겠다고 하니 이것을 정치 공세 이외에 무엇으로 느낄 수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조혁 기자는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 창조한국당 김영춘 선거대책본부장 특보로 할동하고 있습니다.



#문국현#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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