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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의 박수애씨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의 박수애씨 ⓒ 임현철

 

"어느 매체예요?"

 

14일 차량 동행 인터뷰를 위해 어설픈 몸짓으로 차량에 올라타 외투를 벗자, 박수애씨가 나지막이 뱉은 말입니다.

 

"오마이뉴스 기자는 느낌이 거의 비슷비슷하네요."

 

낮은 저음의 목소리에서 친숙함을 느낍니다.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도 긴장했는지 옷매무새를 만집니다.

 

7인승 차량 내부. 앞에는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중간에는 그와 나, 뒤에는 특보와 그의 동서가 앉았습니다. 빈 공간에는 가방과 귤 박스, 어지럽지 않을 정도의 옷이 걸려 있습니다.

 

무슨 질문부터 꺼내야 할지, 잠시 망설입니다. 공격적인 질문부터? 부드러운 질문부터? 머리가 복잡합니다. 일단 가볍게 시작합니다.

 

"후보 부인 되고나서, 저 180도 달라졌어요"

 

- 대통령 후보 부인으로 방송 출연한 후 에피소드는?
"(잔잔한 말투로) 제가 만나는 부류는 두 부류에요. 한 부류는 학교 친구, 한 부류는 사회에서 만난 벗이에요. TV 나간 후 전화해서' 왜 그렇게 잘 하느냐, 떨지도 않고 재밌게 잘 하더라, 많이 울었다' 그래요. 저는 지금까지 그들과 만나면 말 안하고 조용히 이야기만 들었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듣기만 해서 내공이 쌓인 덕분이에요."

 

- 남편의 대통령 후보 출마 후 생활 변화는?
"후보가요, 제가요? 아~, 저요. 180도 달라졌어요! 시간 있으면 혼자 산책하고, 친구 만나고 했는데 만나지도 못해요. 집 근처의 도곡시장과 백화점에도 가곤 했는데 얼굴이 노출돼 이곳도 쉽게 가지도 못해요. 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집밖으로) 나가도 되었지만 이제는 거울 한 번 보고 나가요. 멀리서 저를 보는 시선 관리를 해야 되거든요. 호호. 자유가 없어진 거죠."

 

양해를 구하며 문자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통화도 합니다. 환한 표정이더니 신중함을 보입니다. 일정 변경 등에 대해 특보와 상의한 후 다시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이동 중에도 바쁩니다.
이동 중에도 바쁩니다. ⓒ 임현철

 

- 어쩌면 대통령 후보 부인이 될까? 부러움을 가진 여성에게 한 마디 한다면?
"기대받고 사는 생활은 싫어요. 기대를 원하는 여성들도 있겠으나 저는 아니에요. 남편이 정치에 나선 이후, 각자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부러운지, 너무 부러워요. 현재 자리에서 만족하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 자녀 명의의 주식으로 낭패를 당했는데?
"아이들에게 주는 게 아니니까 잠시 미루다가 실수한 것이에요. 증여나 상속의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에 두지 않았어요. 2006년 12월, 아이들 앞으로 만든 구좌를 2007년에 남편 이름으로 이전했어요. 그만큼 신경을 안 쓴 것이죠."

 

- 오전 일정이었던 대전의 반응은?
"(생각하며) 할머니 되시는 분이 가까이 오셔서 우리 아들이 지지하는 후보다, 반겨주셨어요. 또 다른 분은 아들이 찍으라 그랬다고 손을 꼭 잡아 주시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문 후보 대선에 나오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도 했어요. 지지자들이 다가와 힘을 주시고. 감사해요. 기자님, 귤 좀 드시죠?"

 

"남편 출마, 아직까지 찬성한 적 없지만"

 

- 12월 3일, 선거운동을 멈추고 다음 날 중대한 제안을 했는데 당시 남편의 모습은?
"절에 갔어요. 스님을 만났는데 글을 써 주셨어요. 주지스님도 만나 대화하고…. 그리고 집에서 글을 쓰며 생각했어요. 남편은 혼자 있지 않았어요. 캠프 사람과 상의하고 회의하고 그랬어요. 저는 부담주지 않으려 방에 들어가 있었구요."

 

- 처음에 대선 나가는 걸 반대하셨다는데, 이유는?
"지금 때가 아니다, 그랬어요. 당신 생각은 아주 좋지만 당신을 알아 줄 시대가 되는가? 아니다, 그랬어요. 김대중, 노무현 10년 정권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명박씨는 비리가 많아도 반사이익을 많이 보잖아요.

 

이성보다 감성적인 시기에 남편은 정책과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학연·지연·종교도 이용 안하고 지금까지 말도 안하는 사람이에요. 저도 그렇구요. 이게 맞나요? 제발 지역 구분도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실력자를 뽑아야 하는데 종교·학연·지연을 위해 모이는 건 (모습이) 아니잖아요. 이 정서가 있는 한 당신은 나가면 안 된다 그랬어요.”

 

- 찬성하신 계기는?
"찬성하지 않았어요.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바늘가는 데 실 따라가는 것이라고 협력하는 거죠."

 

 박수애씨와 동서 한경희씨.
박수애씨와 동서 한경희씨. ⓒ 임현철

 

남편은 과거 독립군?

 

- 문함대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나라에 바친다고 하셨던데 찬성하지 않은 것인가?
"남편은 스스로 자기 길을 가게 되어 있었어요. 제가 포기하는 심정이었죠. 제겐 선택권이 없었어요. 남편을 좋아하고 지지하기 때문에 남편을 나눠야겠다, 싶었어요. 옛날에 독립군 팔자가 있었어요. 남편은 과거 독립군이었는지도 몰라요."

 

- 선거 비용이 꽤 든 걸로 아는데?
"다 쓴 거 같아요. 제 생각요? (웃으며) 뭐 좋겠어요. 괘씸하지. 저는 여성운동가는 아니지만 재산 절반은 내 재산이다 생각해요. 본인은 나라를 위해 썼다고 좋다 하지만 가족의 돈인데 내 재산까지 다 탕진한 거 같아요. 돈 벌어서 갚아라 할 거에요. 호호."

 

- 흔쾌히 갚을까요?
"(활짝 웃으며) 남편이 이번에 큰일을 저질렀으니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죠. 국민의 숲으로 걸어갔으니 국민의 숲으로 내쫓아야죠."

 

뒷좌석에 앉아 있는 그의 동서 한경희씨에게 한 마디 묻습니다. 덕분에 그와 동서의 말이 뒤죽박죽 섞입니다.

 

"선거비용으로 탕진한 내 재산, 갚아라 할 거에요"

 

- 옆에서 지켜본 형님은?
동서 "형님은 후보와 같이 따뜻해요. 부창부수지요. 은근히 애교가 있어요. 바가지도 있으시고. 형님은 할 말은 다 하는데 후보님은 가만히 들으셔요. 그래 부부 싸움이 안 돼요.”

 

박수애씨 "남편은 아무 말 없이 듣다가 수긍하고서도 다음 날이면 '언제 그랬냐'에요. 말할 때는 제가 이긴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제가 졌어요. 일도 벌려 놓은 다음 저는 알아요."

 

동서: “형님은 알고 속는 거 같아요. 다른 이는 모르고 속는데….”

 

- 하고 싶은 말?
"제가 묻고 싶어요.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남편이 국민의 숲으로 걸어갔으니까 책임지라고 하고 싶어요. 다른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주세요."


 

 문국현 후보 보인 박수애씨
문국현 후보 보인 박수애씨 ⓒ 임현철
 

#박수애#문국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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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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