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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폼을 잡았다!  
▲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우리 반 학생들이 폼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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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내가 근무하는 중학교의 3학년 학생들과 함께 현장체험 활동으로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읍성과 순천만을 다녀왔다. 오전 8시 50분께 마산에서 출발하여 순천만의 자연생태관(순천시 대대동)에 도착한 시간은 11시 15분께였다.

고요한 순천만 갈대밭에서 고달픈 마음을 달래다

고요한 순천만 갈대밭.  
▲ 고요한 순천만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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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갈대, 철새의 낙원이라는 순천만. 지난해 1월, 연안습지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람사협약에 등록되었다.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국제보호조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갈매기, 혹부리오리, 민물도요 등이 그곳에서 겨울을 나거나 서식하고 있다.

우리는 순천만을 깨끗하고 건강하게 지켜 주는 갈대밭의 자연정화 역할에 대해 자연생태관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갈대밭 탐방로를 향했다. 순천만 갈대 군락은 40만 평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한다. 갈대밭 사이사이로 기다란 나무다리를 놓아 생태학습 체험장으로서 순천만을 가슴으로 느껴볼 수 있게 해 두었다.

나는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밭 속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알 수 없는 포근함을 느꼈다. 처음으로 걸어 보는 고요한 갈대밭. 겨울철이라 그런지 갈대들의 때깔이 화려하지 않고 수더분하다. 저 멀리서 새들이 무리를 지으며 날아오더니 한순간 우리들 머리 위로 지나갔다.

그 새들의 이름은 무엇일까. 마치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듯한 새들을 올려다보며 '조화(調和)'를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절로 감탄이 나왔다. 삶의 기본마저 점점 흐트러져 가는 것 같은 우리 사회의 슬픈 얼굴과는 퍽 대조적이라 새들이 지나간 빈 하늘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순천만 갈대밭에는 평화가 스며든, 따뜻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 순천만 갈대밭에는 평화가 스며든, 따뜻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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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밭에는 평화가 스며든, 따뜻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도 멈추었는지 갈대들의 사각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되레 사람들의 둔탁한 발소리에 놀란 새들이 푸다닥 소리를 내며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신경림 시인의 '갈대'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예전부터 나는 저녁놀로 붉게 물든 갈대밭에 서서 그 시를 한 번 읊고 싶었다. 그리고 걸어온 내 삶을 스스로 위로하고 싶었다. 비록 그날은 한낮이라 감동은 덜했지만 그 시에 잠시 취해 고달픈 마음을 달래 보았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신경림의 '갈대'

나무다리 아래에 내려가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나무라고 돌아섰다. 갈대를 꺾어 들고 온 얼굴에 웃음을 띠고 걸어 오는 몇몇 학생들의 철없는 행동에 마음이 또 언짢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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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급장 정혜윤(마산제일여중 3) 학생이 "마산에서 보기 힘든 갈대밭에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고 말해 주어서 힘을 얻었다. 그러나 학생들과 같이 움직이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S자형 수로 등 순천만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용산전망대까지 가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아쉽다.

우리 반 아이들과 낙안읍성에서 추억을 만들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 낙안읍성 민속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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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2시 20분께 낙안읍성 민속마을(사적 제302호, 순천시 낙안면)을 향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산이나 해안에 축조되는 대부분의 성곽과 다르게 낙안읍성은 너른 들에 쌓은 읍성(邑城)이다.

왜구의 잦은 침입으로 조선 태조 6년(1397)에 이 고장 출신의 김빈길이 의병을 일으켜 토성을 처음 쌓았고 후에 석성(石城)으로 개축했다고 한다. 성곽의 길이가 1410m로 성내에는 100여채의 초가가 있고 현재 85세대가 그곳에 살고 있다. 돌담과 싸리문 등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정겨운 돌담 사이로 난 길을 한가로이 거니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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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점심을 먹고 우리 반 아이들 몇몇과 만났다. 하하, 호호 웃으면서 한창 그네를 타고 있었다. 죄인을 가두어 두는 옥사(獄舍) 구경이 너무 재미있었다며 내게 같이 가 보자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옥사 체험을 하러 학생들을 따라갔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옥사로 들어가서 재미 삼아 머리를 풀고 한 줄로 서기도 하고, 자청해서 곤장을 맞기도 했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을까. 요즘 학생들은 우리 때와 달리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과 삶의 진지함이 많이 부족하다. 그 대신 틀에 박히지 않은 사고의 융통성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어 좋다.

 낙안읍성에서 옥사 체험을 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 낙안읍성에서 옥사 체험을 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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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동문 낙풍루까지 성벽을 따라 걸어갔다.  
▲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동문 낙풍루까지 성벽을 따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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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함께 동문 낙풍루까지 성벽을 따라 걸어가면서 옛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을 내 마음에 하나하나 담았다. 마산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은 피곤했는지 어느새 달콤한 잠에 곯아떨어졌다.

"낙안읍성의 초가집들을 구경하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돌담 길과 성벽을 따라 걸으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김형주 학생의 말이 문득 떠올라 내 마음이 흐뭇했다.


#순천만갈대밭#낙안읍성옥사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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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3.1~ 1979.2.27 경남매일신문사 근무 1979.4.16~ 2014. 8.31 중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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