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율 15%를 사수하라.'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에게 이번 대선은 '큰 선거'다.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란 의미다. 이미 이 후보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당을 만들 의사를 밝혔다. 그래서 이 후보에겐 득표율이 중요하다. 지더라도 국민 중 몇%의 마음을 얻느냐. 이 후보가 안고 있는 중요한 숙제는 이것이다. 득표율은 곧 '이회창 신당'의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가 거절 당할 줄 알면서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삼고초려'하다시피 하고, 막판에 '공동정부 구성' 의사까지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장 박 전 대표의 지지선언을 바랐다기 보다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전략이다. 대선 후에도 박 전 대표와 함께 가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힘으로써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1. 창당이 가능한 기본 득표율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이회창 신당, 이른바 '창당'이 성공하려면 최소한 득표율이 10% 중반대는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당을 만들 수 있는 지역적 기반과도 연동된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이 후보가 15% 정도를 얻을 경우, 충청권에서는 대략 30%의 득표율이 나올 걸로 분석된다"며 "그러면 어느 정도 지역적 기반을 갖고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나 국민을 흡수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회창 신당의 경우 대선 후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 등의 정치적 상황도 중요 변수가 되겠지만, 일단은 최소치의 지지율은 확보해놔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에서 뛰쳐나온 의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으로서 가치가 생긴다. 한 실장은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인물보다 정당을 보고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 후보가 득표율 15% 정도를 기록한다면, 일부 한나라당 이탈 세력을 담는 구심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 당을 만들 종잣돈
득표율 15%는 창당의 종잣돈으로서 의미도 있다. 선거법에 따라 대선 후보의 득표율이 15%를 넘으면, 광고비를 포함한 선거운동 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10~15%에 그칠 경우엔 절반만, 10%도 넘지 못하면 한푼도 보전 받지 못한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금 여력이 없었던 이 후보로서는 선거비용 환급이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이회창 캠프의 한 관계자는 "15% 넘지 않으면 당을 만들 '실탄' 즉 자금 공급이 안되니 당장 실무적으로 사정이 어려워진다"며 "몇 백억원에 가까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날린다면 창당은 현실적으로 상당히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3. 심리적 저지선 득표율은 당을 만들 캠프 실무자들의 사기와도 직결된다. 그러나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자신이 BBK를 만들었다고 말하는 영상이 담긴 이른바 '이명박 강연 동영상'이 공개됐는데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다면 지지자를 비롯해 당장 당을 만들 실무자들에게는 커다란 열패감을 안겨줄 수 있다. 반면, 적어도 10% 중반대를 기록한다면, 심리적으로 국민들에게 어느 정도 지지를 받았다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2, 3위 후보가 각각 20%에 가까운 지지율을 올릴 경우엔 이명박 후보의 과반 득표율도 저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득표율 15%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도 볼 수 있다. 대선 이후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물론 대선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히려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권교체라는 명분에 매달려 후보가 아닌 당을 보고 표를 준 유권자들이 마음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한귀영 실장은 "대선 이후 '이명박 특검 정국'이 되면 정권교체를 위해 이명박 후보를 찍었던 지지층이 이제 인물로 눈을 돌려 '이회창 신당'으로 마음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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