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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태안 청정지역과 피해주민들을 위해 엄동설한에도 초등학생을 비롯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이곳에 와서 죽음의 검은 띠 기름을 걷어내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데 어찌 가해자 삼성 이건희 회장의 모습은 그림자도 안보인단 말인가!!!"

 

지난 17일 지방일간지인 <충청신문> 1면 하단에 실린 광고 내용의 일부다. 이 광고는 태안 만리포 특별재난 주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 이름으로 실렸으며, 이 단체는 요식업·숙박업·펜션업·민박업·지주·슈퍼 등 유류유출사고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사람들을 아우르고 있다.

 

대책위는 광고문에서 삼성 측을 향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임직원들은 즉시 이곳 만리포의 기름띠 제거 활동에 동참하라 ▲삼성은 즉각 피해어민, 피해상인, 피해주민에 대한 배상 대책을 약속하라 ▲삼성은 만리포를 비롯한 피해지역의 항구적 복구계획과 향후 대처방안을 즉시 제시하라는 3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광고문 말미에 "우리의 이러한 주장이 즉각 관철되지 않을 경우 서해 만리포 앞바다에서 거둔 기름을 삼성본관과 이건희 회장 삼성중공업 사장 등 대문 앞에 매일 수송하는 릴레이 시위를 전개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정낙중 대책위원장은 18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어민들과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는 주민들이 모두 죽게 생겼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쉬쉬하고 있어 참다못해 광고를 실은 것"이라고 분노를 토해냈다.

 

이어 정위원장은 "피해 지역민들은 생존하느냐 못하느냐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물불 가릴 처리가 아니다"라며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해지역 주민들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실천할 것"이라고 밝혀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경우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희열 대책위상임부위원장은 "완전히 전폐다"라며 잘라 말하고 "지난해만 해도 이 시기가 되면 연말 송년 모임으로 북적였는데 지금은 검은 기름이 뒤덮다보니 음식점을 찾는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며 한숨을 쏟아냈다.

 

이 상임부위원장은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바닷물을 퍼 올려 수족관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기름 범벅인 물은 쓸 수가 없기 때문에 식당 운영 자체가 안 된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가해회사 대표는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고 목청을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아래 환경련)은 18일 성명을 통해 "삼성(물산)은 사고에 대한 일말의 책임과 반성도 보이지 않고 있고 현대오일뱅크도 안전과 환경을 도외 시 해오다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며 "삼성과 현대는 안전 불감증을 넘어 도덕불감증 마저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환경련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삼성중공업 소속의 초대형 크레인을 운반한 선박은 삼성물산 소속으로 인천대교 건설에 동원된 후 회항 길에 사고를 냈다"며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사고의 위험성을 항상 안고 있는 낡은 단일선체 유조선으로 원유를 운반하다 사고를 만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련은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엄청난 사고를 일으킨 삼성과 현대는 마땅히 국민에 사과하고 책임지는 자세로 나왔어야 한다"며 "사고선박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 순간에도 삼성과 현대를 이번 사고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환경련은 "의도하지 않은 사고라 할지라도 물의를 일으킨 경우 즉각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기본"이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그룹이 최악의 환경참사를 일으키고도 대국민사과문 한 장 내지 않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과 해상 크레인 충돌 사고로 유출된 원유는 모두 1만2547㎘인 것으로 19일 최종 확인됐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사고현장이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지만 원상복구는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절망의 땅에서 희망이 자라고, 검게 타들어가는 어민들과 피해주민들의 마음에 희망을 빛이 반짝이도록 자원봉사 손길이 끊이지 않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충청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안반도 기름유츌#이건희#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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