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국노동자의 출근 모습. 열악한 근로조건에서 혹사당해 온 중국노동자들이 과연 '신노동법' 시행으로 노동조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될까?
중국노동자의 출근 모습.열악한 근로조건에서 혹사당해 온 중국노동자들이 과연 '신노동법' 시행으로 노동조건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될까? ⓒ 김대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2위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는 독일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이밖에도 외환 보유액(1조4000억달러), 항구 컨테이너 물동량(1억TEU), 기업공개IPO 실적(405억달러), 페트로차이나 시가총액(1조797억달러) 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2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제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중국 위상을 표현하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라는 용어들도 등장하고 있다.

더 이상 외국기업과 외자 유치에 아쉬울 것이 없어진 중국은 이제 우량 외국기업만을 선별적으로 받겠다며 배짱까지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외국투자기업에 3년간 15%의 세율로 기업소득세를 우대하던 것을 올해부터 18%, 2009년 20%, 2010년 22%, 2011년 24%, 2012년 25%로 단계적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국내기업의 중국진출이 더 한층 어려워지는 대목인데 설상가상으로 중국 노동시장의 조건도 올해부터 대폭 까다롭게 변화한다.

'베이징올림픽'이라는 또 하나의 성장엔진이 본격 가동되는 2008년, 중국은 거대한 양적 성장에 부합하는 질적 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보완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다. 사실 중국의 고도성장이 중국노동자들의 가혹한 노동력 희생 위에서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크게 환영할 일이지만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이나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노동법' 발효, 노동자 권익과 복지 향상 기대

2008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신노동법(勞動合同法)'에 따르면 우선 파견근로자에 대해서 현지근로자와 똑같은 임금을 받도록 규정하였으며 임금 계약 시 수습기간을 계약기간이 1년 이하면 1개월, 3년 이하면 2개월 등으로 명시함으로써 수습기간을 길게 해 임금을 갈취하는 행위를 차단하였다.

또 '신노동법'에는 1년에서 10년 근속은 유급휴가 5일, 10년에서 20년 근속은 10일, 20년 근속부터는 15일의 유급휴가를 낼 수 있도록 명문화하였다. 근속연수와 상관없이 단 하루도 편히 쉬지 못하고 기계처럼 일만 하던 많은 민공(民工)들에게 유급휴가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입사 시 B형간염 등의 신체검사도 불허하여 신체적 장애에 따른 취직 제한을 철폐하고 비전염성 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한 구직의 문도 넓혔다. '임금정찰제'를 확대하여 기업이 직접 구직자를 만나 임금을 협상하는 것을 금지하였다.

아울러 농촌노동자가 도시에 와 직장을 구하는 것도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데 농촌노동자의 과도한 도시유입을 막기 위해 후커우(戶口)조사를 통해 불법체류자로 그들을 단속하던 것에서 크게 달라진 처우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신도시 개발 시 농촌의 노동력을 활용하고 의료, 체육, 문화 시설 등 사회적 기초 부대시설을 확충하여 농촌주민들도 공동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또한 도시와 농촌을 분리시켜 발전시키겠다는 기존의 정책과는 크게 달라진 점이다.

노인인구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기업의 양로의무를 법으로 규정한 것도 눈에 띄는데 기업이 납부하는 양로보험금을 입사 후 1년은 10%, 5년 후부터는 전액 개인이 환급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 노인 부양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기업에게는 반대급부로 이렇게 지급된 양로보험금이나 기타 근로자의 복지를 위해 사용된 금액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세금을 공제해주는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쟁의조정중재법이 시행되는 오는 5월 1일부터는 노동조합의 활동과 영향력도 대폭 증대될 전망이어서 기업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욱 부담이 가중될 것이며 '신노동법'이 시행되면 인건비가 20% 이상 상승해 물가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추석은 물론 청명, 단오도 공휴일

단오절에 쫑즈를 팔고 있는 모습 단오절이 공휴일로 지정이 되긴 했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그날 뭘 해야 하나 정도이다. 쫑즈를 먹는 것 외에 별다른 풍습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단오절에 쫑즈를 팔고 있는 모습단오절이 공휴일로 지정이 되긴 했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그날 뭘 해야 하나 정도이다. 쫑즈를 먹는 것 외에 별다른 풍습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 김대오

2008년 올해 또 크게 달라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법정 공휴일인데 기존에 3일을 쉬던 노동절(5월 1일)은 1일로 줄어든 반면 추석은 물론 청명과 단오도 각각 1일씩 공휴일로 지정되었다.

지난해 추석까지만 해도 모든 관공소와 대부분의 기업들이 정상출근을 했던 것에 비교하면 얼마나 획기적인 변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강릉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가 사회적 통합력을 잃어 가는 상황에서 유교적 전통문화를 통해 중화민족주의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다가올 21세기, 문화의 세기에서 경제와 과학기술의 경쟁뿐만 아니라 문화 경쟁에서도 전통적 문화강국의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기존의 설, 국경절이 여전히 큰 황금연휴를 구축하고 추석, 청명, 단오는 작은 황금연휴를 이뤄 중국인의 휴일이 다소나마 분산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밖에 애완동물에 대한 예방접종 미 실시 시 1000위안의 벌금이 부과되고 신도시 개발 시 환경과 문화유적 보호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 등이 마련되어 올해부터 시행된다.

중국은 이와 같이 개인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중화민족주의의 발양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들을 앞으로도 계속 내놓을 전망이다. 그러나 인건비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신노동법'이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 확대라는 그 본연의 순기능을 제대로 수행해 갈 수 있을 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신노동법#중국 법정공휴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