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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함께 하고자 도심속 거리에서 2007년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밤 진행된 제야음악회는 매서운 칼바람과 추위에 연주자의 손가락은 물론 악기가 얼어붙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100여명 남짓한 시민들에게 관악의 향연을 들려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제야음악회는 2007년으로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안양윈드오케스트라가 공연장이 아닌 야외무대를 통해 다사다난했던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희망의 2008년을 맞이하는 자리로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마련했으며 안양에서 열린 첫 번째 제야음악회 기록을 남겼다.

 

젊음의 거리로 통칭되는 안양시 안양1번가는 이날 추운 날씨 탓인지 예년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사람들만이 거리로 나왔고 대부분 음식점과 술집 등 업소 안에 머물렀다. 또 경찰의 사전 예고 덕분인지 하늘로 폭죽을 터트리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

 

밤 11시 45분, 안양1번가 골목 한귀퉁이에는 한 대의 트럭이 비추는 헤드라이트 불빛을 조명삼아 무대도 없는 바닥에서 조출한 제야음악회가 시작됐다. 금관 악기들이 내뿜는 웅장한 소리들이 스피커를 타고 거리 골목길로 울려 퍼지자 행인들이 하나둘 자연스럽게 둘러섰다.

 

제야음악회에 함께한 관중들은 젊음이들과 일반시민 등 100여 명 남짓으로 추운 날씨에 서로 보듬어 안아주고 팔장을 끼면서도 이내 음악 속으로 빠졌다.

 

안양윈드오케스트라는 체감온도 영하 10도이하의 매서운 날씨탓에 당초 계획한 연주곡을 대폭 축소했다. 주페의 비엔나의 아침, 점심, 저녁 서곡을 시작으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피날레에 이어 자정 가까워  올드 랭 사인이 연주되자 행인들은 저무는 한해의 아쉬움을 털었다.

 

이어 라디오 중계를 통해 자정을 알리는 신호음이 스피커를 통해 전달되자 "이제 2008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는 사회자 멘트와 더불어 팡파레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새해맞이를 축하하며 '희망의 나라로', '노란리본' 등 서너곡을 연주하며 시민들과 함께 했다.

 

이날 제야음악회 현장에는 이주 노동자들도 있었고 안양에서 처음 열리는 제야음악회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완전무장(?)하고 아이들과 함께 왔다는 가족들도 있었다.

 

시민들은 윈드오케스트라 9명의 단원들이 강철호 감독 지휘 아래 꽁꽁 언 손가락을 입김으로 불고 트럼펫과 트럼본, 코넷, 튜바, 호른, 유포늄 등 악기들이 얼어붙어 소리가 안 나 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역동적이고 다이내믹한 연주를 들려주자 환호와 박수로 격려했다.

 

지휘자 강철호 감독은 "당초 저녁 11시30분부터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체감온도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접하고 거리 연주가 불가능할 것 같아 행사 취소까지 검토했다가 한번 해보자는 단원들의 결의에 예정대로 열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첫 제야음악회가 너무 힘든 것으로 보였는데 내년에도 계속 할 것인를 질문하자 "솔직히 이렇게 추울줄은 몰랐다. 사전에 취소할 것인가를 놓고 시 관계자와도 서너차례 논의를 하면서 강행했지만 내년 개최여부는 검토해 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제야연주회는 추운 날씨라는 악조건뿐 아니라 거리에 내걸었던 행사 플래카드가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고 해당 구청에서 상인회인 '안양일번가번영회'에 이틀전에야 행사 소식이 통보돼 난방기구와 조명은커녕 전기도 가까스로 연결하는 등 협조 부재를 낳았다.

 

이날 관객들에게 배포된 전단에는 제야음악회 후원처로 안양시가 명시돼 있으나 현장에는 시와 구청 관계자도, 시의원도 없었다. 단지 일번가번영회 권정걸 회장과 관계자 2명이 행사 후 음악을 연주한 단원들에게 따뜻한 국밥 한그릇을 대접한 것이 다행이라 할까.

 

창단 10주년을 자축하며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했던 안양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소박한 마음으로 안양 도심에서 처음으로 연 제야음악회. 비록 협조 부재와 여러 악조건이 있었지만 단원들은 호하고 박수를 쳐준 관객들에게 최선을 다해 연주를 했다.

 

창단 10주년 맞이한 관악전문 안양윈드오케스트라

안양윈드오케스트라(지휘 강철호, www.kowins.or.kr)는 청중과 하나 되는 감동의 연주를 목표로 1997년 7월 15일 음대 강사 및 교향악단에서 황동하고 있는 전문 관악인을 중심으로 창단된 관악전문 오케스트라로 지난 12월12일 안양평촌아트홀에서 창단10주년 기념 음악회를 개최했다.

 

1997년 창단 이후 역동적인 사운드와 클래식과 팝이라는 획일적인 경계선을 넘어 청중의 다양한 문화욕구에 부흥한 프로그램을 개발, 무대와 객석이 하나되는 독창적인 콘서트 중심의 음악회를 만들고 매년 정기연주회마다 시사성 있는 주제로 인기를 모아왔다.

 

지난 2004년에는 한국관악 100주년을 기념하여 '관악의 역사'(History of Winds)란 프로젝트를 국내 최초로 기획하여 예술의 전당, 영산아트홀, 안양문예회관에서 연주해 400년 세계 관악 역사와 한국 관악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26회의 정기연주회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100여 회가 넘는 기획공연을 했으며 지난 2006년에는 문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한 '전문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등 관악전문 오케스트라로서 높은 평가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서함양과 조화된 인격창조 및 건전한 청소년 문화육성을 위하여 '안양 청소년 윈드 오케스트라'와 각 교향악단의 독주자로 구성된 '솔로이스트 윈드앙상블'을 창단하는 등 앞으로의 공연활동에 커다란 기대를 갖게 한다.

 

강철호 단장(42)은 "국내 관악예술발전에 선도적 역할을 다하는 도전정신을 갖고 차세대 전문 관악 음악인 육성 및 관악보급으로 시민 삶의 질 개선과 소외된 이웃에게 음악을 통한 사회봉사를 실천하는 국내 관악예술발전에 선도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 #제야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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