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 화양면 백야도. 마을 돌담길에 받쳐진 지게, 멀리 보이는 교회당, 겨울바람에 꼬들꼬들 말라가는 오징어가 아름다운 갯마을입니다. 아주머니 한 분이 바구니를 챙겨 들고 나옵니다. 앞바다로 파래 뜯으러 가려는데 물이 얼른 안 난다고 합니다.
“요러트면(이를테면) 이번 주는 물이 많이 안 빠진 시여. 물때는 매일 한 시간씩 늦어져.”
지난 5일 정오가 다 되어서야 바닷가에는 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합니다. 백야도의 청정바다 갯바위에는 파래와 물김이 자라고 있습니다.
‘철썩, 처얼썩~!’
밀려가고 밀려오는 파도는 하얀 물거품이 일었다 사라지곤 합니다. 마을 어귀에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림 같은 바다, 아득한 수평선
방파제 바지선에 오르니 툭 트인 바다의 수평선이 아득합니다. 이따금씩 삐걱대는 바지선은 커다란 쇠사슬로 선착장에 묶여있습니다. 통발을 놓고 있는 어선과 고요히 떠있는 무인도가 그림 같습니다.
선착장에는 새까만 돌김과 파란 파래가 덕지덕지 붙어서 찰랑이는 물살에 흐느적댑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오는 해초 내음이 싱그럽습니다.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갯가에는 아낙네들이 파래를 뜯습니다. 4일부터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자 한 아주머니는 싼다구(얼굴)는 찍지 말라며 얼굴을 가립니다.
“쩌기는 해우 뜯는 갑다. 어디로 갈까?”
한 아주머니는 망설이다 백야대교가 있는 바다 쪽으로 갑니다. 이쪽 바다에서는 물김을 뜯고 있습니다. 잠방거리는 물속에서 김을 뜯던 아낙은 아직은 김이 너무 보드랍다고 말합니다. 파래는 두 종류가 있는데 마을 사람들은 잎이 가는 것은 가시파래고 잎이 넓은 것은 떡파래라고 부릅니다.
“포래, 젓국장을 찌크러 갖고 묵으면 정말 맛있어”
따사로운 햇살이 머무는 마을 구멍가게 앞 나무의자에 할머니 두 분이 앉아있습니다. 김일진(75) 할머니는 물 따라 맛이 다른데 이 바닥(백야도)에서 나오는 해초류와 해산물은 다 맛있다며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포래(파래)도 맛나고, 반지락(바지락)도 맛나고… 다 맛있어.”
“오늘은 4물이라 물이 안 빠져, 7~8물은 돼야 많이 빠진디.”
이쪽(백야도 초입) 바다에는 파래가 정말 많이 자라고 있습니다. 파래를 뜯던 아낙네들은 바닷물이 좀처럼 안 빠지자 물이 안 난다며 갈퀴를 가져와 깊은 곳에서 파래를 긁어냅니다.
“물이 날라면 버럭버럭 나 분디, 쬐끔만 더 가면 포래가 많이 있는디….”
“이거 그냥 먹어도 맛있어, 젓국장을 찌크러 갖고 묵으면 정말 맛있어.”
파래를 뜯다 아낙네들은 고둥을 줍기도 하고, 조새로 굴을 까기도 합니다. 아낙네들은 파래에 젓국장을 넣어 담가 먹으면 정말 맛있다고 합니다. 청정해역 백야도의 파래 맛을 아는 사람들은 해마다 파래를 채취하는 겨울철이 되면 직접 찾아와서 사가곤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