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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8일 오후 2시쯤 동료직원이 전화를 바꿔준다. 수화기로 흘러나온 걸걸한 노인목소리.
 

"아! 나 ! 잠실1단지 있던 한영신 입니다."

언뜻 생각이 나지않아 주춤거리자 "아! 거 !~ 철거된 잠실1단지 관리사무소 관리과장 한영신입니다"라고 한다. 이제야 생각이 난다.

 

2005년 잠실 1단지가 재건축으로 철거되기 시작할 때 끝 마무리를 하고 있는 70세가 넘은 아파트 관리과장이 아파트 입주부터 철거까지 35년을 넘게 성실히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해 취재를 해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올렸다. 

 

그동안 <오마이뉴스> 기사를 보고 모 방송에서 취재를 하겠다고 해 연결을 시켜주려고 했으나, 연락이 안 돼 매우 궁금해 하던 차였다. 잠실 1단지 철거가 끝나고 한 6개월 쉬다가 도저히 안 되어 수중모터 만드는 공장 사무실에 새로 취직하여 관리부 차장으로 근무한 지 1년 반이 넘었다며 저녁식사나 하자고 하신다. 다음 날로 약속을 정하고 삼겹살집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건강하시냐?"는 등 상투적인 인사말이 끝나고 "어르신 지금 연세가 얼마나 되셨죠?" 했더니 "아! 나!~ 올해 일흔 일곱이여... 설쇠면 일흔 여덟이고..."라며 받은 소주잔을 단숨에 비운다 "약주는 더러 하세요?"했더니 "이제 소주 한병 먹으면 좀 힘들어~"라고 답한다.

 

갑자기 전화를 하게 된 것은 잠실 1단지 철거 당시 부녀회장 하던 이를 남한산성 등산가서 만났기 때문이라고. 어르신은 5남매 다 출가시키고 아직도 직장나가 돈을 벌고 있으니 음식값은 당신이 내셔야 한다며 식사 전부터 못을 박는다.

 

"이제 쉬시지 무슨 직장을 또 다니세요?"라고 했더니 쌍문동 집에서 지하철 1시간 30분을 타고 안양에 있는 회사까지 매일 출근을 하신다고. 가방 속에서 명함을 내주어 보았더니 협선공업 주식회사 관리부 차장이라고 찍혀 있다.

 

협선 공업주식회사는 수중 모터 제작하는 회사로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회사라고 한다. 1년 6개월 정도 근무 했는데 "기억력이 나빠져 견적하나도 뽑지 못하고, 답답해! 다른 직원들한테 미안해 죽겠어"라고 한다. "아! 원 연세를 생각하셔야지"하면서 웃고만다. 77세의 연세에 수중모터 제작에 따른 견적을 뽑지 못함을 걱정하시다니...

 

 

아마도 이런 열정과 근면 성실함을 아는 분이 나이와는 상관없이 특별채용한 듯하다. 잠실 1단지 관리과장시절 근면성실함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공장을 관리하는 관리부 차장을 맡고 있다니 얼마나 꼼꼼하게 공장 구석구석을 잘 살피실까 싶다. 보지 않아도 공장안이 번질 번질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식사 후 지하철을 타러 간다며 가방속에서 조그만 선물을 내어 주기에 극구 사양을 햇더니 회사에서 홍보물로 만든 손톱깍기 선물 세트라며 기어이 건네준다.

 

"날씨가 많이 차거워 졌는데 감기 조심하셔야 합니다. 한 차장님"하면서 "과장이 윕니까? 차장이 윕니까?"라고 말하니, 웃는다.

 

오늘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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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역할에 공감하는 바 있어 오랜 공직 생활 동안의 경험으로 고착화 된 생각에서 탈피한 시민의 시각으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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