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거대한 불도저 삽날아래 처참하게 무너져갈 이 땅의 생명들과 우리 자신의 미래를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매서운 찬바람이 부는 14일 오후 대전 대덕구 송강동 신구교 아래 금강 둔치에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 및 한국사회당 당원 등 2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두꺼운 옷과 등산화, 배낭 등으로 무장한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공약 한반도대운하의 일환으로 추진될 '금강운하건설 저지 금강순례'에 나서는 '금강지킴이'들이다. 이들은 이날 이 곳에서 출발, 충남 연기군을 거쳐 충북 청원군 부용가교까지 약 10여km를 걸을 예정이다. 이러한 도보행진은 오는 20일까지 7일 동안 계속되며, 연기와 공주, 부여, 논산, 서천 등을 거쳐 금강 하굿둑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게 된다. 금강을 순례하는 동안에는 각 지점마다 생태조사를 병행하면서 운하건설의 부당성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등 홍보활동에 나설 예정이며 도보행진을 마친 21일에는 이 같은 결과를 총 결산하는 보고회도 열 예정이다.
도보순례 출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국민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통해 "강은 그냥 물길이 아니라 하류지역에 살고 있는 수십만 주민들의 식수원이요, 강의 수초와 모래톱, 자갈에 의지해 사는 무수한 야생생물의 서식처이며, 집과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원을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필터"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앞으로 이 나라를 5년간 이끌어갈 이 나라의 최고지도자는 대전, 연기, 공주, 부여, 강경, 서천, 군산에 이르기까지 수만의 생물 종을 살게 하고,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일거리를 주고, 문화를 꽃피웠던 비단 길 금강을 깨끗이 긁어내고 군데군데 댐을 만들어 소수의 사람들을 위한 뱃놀이터, 물건을 실어 나르는 구시대의 물길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오늘 우리가 시작하는 이 작은 걸음은 이 후 금강을 비롯한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등의 물길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며 "생명을 말살하는 시대착오적 불도저가 우리 자신을 향하는 한이 있어도 우리는 이 자리를 비키지 않을 것이다, 그 삽날아래 사라져갈 생명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금강도보순례에는 이들 뿐만 아니라, 순례단이 도착하는 각 지역의 환경·시민단체 회원들이 동참하게 될 예정이며, 또한 매일 매일 오후 1시 대전평송청소년 수련원에서 출발하는 교통편을 통해서도 일반시민들이 순례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한편, 대전과 충남, 충북, 전북 등 금강줄기 인근에 위치한 42개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금강유역환경회의'는 금강권 시민·사회단체가 총망라 된 '금강운하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기구'를 2월초께 발족시켜 본격적인 대응활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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