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가수 겸 프로듀서인 박진영씨가 만났다. 18일 서울 하월곡동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신(新)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다.
박진영씨와 반갑게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은 이명박 당선인은 "미래에 우리가 먹고 살 게 무엇인지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신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진영 "3가지 규제만 풀어주시면 더 잘 할 것"특히 이 당선인은 박진영씨를 향해 웃으면서 "시간당 돈(출연료)이 얼마인지 모르겠지만 (직접) 보상해 줄 수는 없고, 앞으로 그 분야가 발전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보답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석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JYP 엔터테인먼트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 박진영씨도 작심한 듯 이 당선인에게 "규제 3가지만 말씀드리겠다, 일하는 데 (장애로) 걸리는 3가지 (규제를) 풀어주시면 더 잘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박씨는 우선 "'대장금'이든 '비'든 우리나라 것 잘 만들어서 팔았다, 한두 번 재미있지만 계속 볼 수 없다"며 "외국 가수도 키우고 외국 드라마도 만들어서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들 볼 때는 외국 드라마인데 사실 우리가 만든 것이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그런데 외국 파트너가 (우리와) 손을 안 잡으려고 한다"며 한국광고공사가 일방적으로 광고액을 정하는 시스템의 개선을 요청했다.
"투자액은 한정되어 있다. 방송컨텐츠를 만들면 광고수익으로 투자액을 보전하게 되어 있는데, 한국광고공사가 광고액을 정한다. 그런데 광고액이 1억원 이상 붙을 수 없다.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광고공사가 있어서 세계적 방송 컨텐츠를 만들려고 해도 (투자액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 10억원, 100억원, 1000억원 들여서 만드나 똑같다. 회수할 방법이 없다."박씨는 또 'E6 visa(연예인 활동비자)'와 관련 외국 연예인의 출연제한 완화도 요구했다.
"중국·미국 배우를 키우는데, 한국에서 연예 활동하려면 3군데 이상에서 (활동을) 못하게 되어 있다. 과거 동남아 가수가 한국에 들어와서 업소에서 노래하는 경우에 업소를 제한했던 것인데, 그것이 연예인에게까지 적용된다."그는 이어 "불법파일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시장이 없어지니까, (외국 연예인들이) 한국 시장이 작다고 일을 안 하려고 한다"며 "P2P(개인대 개인) 실명제만 도입해도 (불법파일)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해결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이 당선인에게 "(한국이) 해외에서 구미가 당기는 투자처가 되어야 할 텐데, 이 3가지만 풀어주시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명박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지에 관심"금동화 KIST 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간담회에는 박진영씨 외에도 박상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단장, 백우석 동양제철화학 사장, 윤창번 KAIST 교수,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단장, 배은희 리젠바이오텍 사장, 박한오 바이오니아 사장, 정성섭 KAI 개발본부장, 신경철 유진로봇 사장, 안윤정 여성경제인협회장, 박찬모 전 포항공대 총장, 강태진 서울대 공대 학장 등 12명의 첨단기술 및 문화·예술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박상도 단장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해 선진국과 차별화된 기술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첨단부품소재 분야의 백우석 사장은 매년 40%씩 성장하는 태양광산업의 성장전략 마련을 요구했다.
김흥남 단장은 "현재 소프트웨어 산업 자체가 왜곡돼 있다"며 "외국의 경우 지적재산권이 보호되는데 우리나라는 대부분 용역형태로 이뤄지고 있어 돈도 안 되고 소프트웨어를 만들더라도 1회성으로 끝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배은희 사장은 "신약개발에는 장기투자가 필요한데 창투사 혼자 담당하기는 힘들며,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제품 뿐만 아니라 기술을 사주는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상장기업의 경우 2~3년 내 퇴출요건에 걸려 퇴출당하는 현상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명박 당선인은 "지금은 과학·기술·문화·예술 등 모든 것을 융합해 창조시키는 사회"라며 "(이러한 융합을 바탕으로) 미래에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 지에 대해 국민들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수위도 '미래 성장동력이 무엇일까'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특히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지금은 모든 것이 융합돼 창조되는 사회"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정부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것이 우리 사회를 효율적이고 선진사회로 나아가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