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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야 !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온 몸에 전해지고 있는 강력한 힘을 주체하기 어렵다. 하늘로 향한 가지 끝마다 솟구치고 있었다. 내면에서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를 밖으로 분출하지 못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가 있다. 그 힘의 크기가 어찌나 큰지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힘은 겨울을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 힘이 없었다면 겨울은 분명 침잠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모든 것에 희망을 찾지 못하고 무기력해져 있는 내 모습을 닮아 있었을 것이 확실하다. 정적인 상태로 의지는 사라지고 세월에 밀리고 있는 나약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철쭉의 힘이 그것을 동적으로 전환시키고 있었다.

 

  시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흘러가고 있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수많은 하루를 보내고 또 보냈지만 바라던 일은 생기지 않았다. 물론 작은 기쁨은 수없이 많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얼굴에 미소가 약산 스밀 수 있는 일들은 있었어도 가슴에 품고 있던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래서 실망하고 또 실망하였다.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 또한 오늘 같을 것이란 생각이 단조롭게 만들었다. 사는 것에 대한 힘을 잃게 하였고 심드렁해져버린 것이다. 그러다가 철쭉 끝에 넘치는 힘을 바라보면서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게 된다. 위대한 얼굴은 먼 곳에 있지 않고 바로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고향 집의 마당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고향의 집 마당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이제는 도로가 되어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지만, 그 곳이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당시에는 마당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돌아다보니 그곳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된장은 묵을수록 맛이 깊다. 도덕 교과서에 나온 큰 바위 얼굴처럼 참으로 위대한 것은 가장 평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좀 더 좋은 것을 찾기 위하여 방황하였고 좀 더 나은 것을 구하기 위하여 몸부림쳤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어리석음인지를 깨닫게 된다. 파랑새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다.

 

  젓갈 중에서도 맛이 으뜸인 것은 곰삭은 것이다. 짜지만 고소한 맛을 가지게 하는 것이 세월이다. 아무리 재료가 뛰어나다 하여도 세월의 힘이 더해지지 않으면 맛있는 젓갈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월은 아무런 힘도 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것을 바꾼다. 모든 것을 만들어내고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다.

 

  세월의 힘이 바로 일상의 위대한 힘인 것이다. 우습게 여기고 아무런 의미도 두지 않는 시간이 시나브로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방황하고 헤매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내가 아무리 날뛰고 용트림을 한다 하여도 세월 앞에서는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되니, 삭아 있었다. 이미 세월의 힘이 배어들어 몸은 열정을 잃어 있다. 일상의 귀중함을 깨닫지 못함으로 인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은 매우 컸다. 그러나 어쩌란 말인가? 그것 모두가 자업자득인 것을. 진즉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오늘을 성실하게 채워갔다면 그런 아픔을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 아닌가.

 

  세월이 따사로운 햇살로 느껴질 수 있을 때 일상의 소중함을 실감할 수 있다. 철쭉의 가지에서 느끼는 힘이 바로 그것을 의미한다. 철쭉이 겨울임에도 힘이 넘쳐나고 있는 것은 일상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철쭉의 힘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열심히 살아가야 하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전주시에서


#철쭉#일상#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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