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름 유출로 고통 받고 있는 태안 피해주민들은 지난 31일, 국회와 인수위를 방문해 피해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주민요구사항을 전달했고, 국회와 인수위로부터 특별법(안) 무사통과 여부와 정책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듣고 귀가했다.

 

31일 새벽, 태안읍에 위치한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위원장 김진권)에 모인 피해주민들은 당일 일정을 체크하며 국회와 인수위에 제출할 서류 및 시위 도구 등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단체로 타고 갈 버스는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았고, 예상외로 피해주민들의 참여율도 저조했다. 결국 40여명의 주민만이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9시경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은 피해주민들은 애써 몸과 마음을 추스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지 버스안에서도 미리 준비한 시위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다스렸다.

 

국회 높은 벽 실감한 피해주민 "민심 살핀다는 사람들이..."

 

피해주민들은 국회의장실 조현우 정무수석과 약속한 시각보다 늦게 국회 앞에 도착했다. 하지만, 국회 정문 통과부터 쉽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가 피해주민 중 8명의 대표인단을 구성하라고 한 것. 대표단만 국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피해주민들은 항의했고 피해주민과 국회사무처 직원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일정은 더울 꼬이기 시작했다.

 

양측은 결국 상당시간을 소요한 뒤 8명의 대표단만 국회를 방문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대표단 8명은 국회 본관으로 향하며 얼굴을 붉혔다. 남아 있는 피해주민들은 국회 출입구 근처에 차를 주차하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국회 본관 출입까지 30여분의 시간이 소요되자 이에 분개한 피해주민들은 "국회의 벽이 이렇게 높구만!"하며 "민심을 살핀다는 사람들이 이렇게 벽을 쌓고 살아서야"라고 분노했다.

 

국회 안으로 들어간 대표단은 국회의장실 정무수석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대표인단은 임채정 국회의장실 정무수석과 만나 피해주민요구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접견을 끝냈으며,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만남에서도 역시 안 의원이 최고위원회에 참석해야 한다며 사무실을 떠나, 요구서만 제출했다.

 

오전 일정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자 어렵사리 국회를 방문한 피해주민들은 더욱 분개하기 시작했다.

 

이충희 여성분과 위원장은 "피해요구서를 받은 정무수석은 '아무런 권한이 없다'며 나 몰라라식으로 일관했다"며 "안상수 원내대표도 우리(대표인단)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수위, 국회, 해수부 방문 등 '맨투맨 작전' 펼쳐

 

 

오전 일정이 성과 없이 끝나자 피해주민들은 '맨투맨' 작전으로 일정을 조정했다. 일부는 기자회견 및 인수위를 방문하고 또 일부는 각 당 의원들을, 그 외 나머지 인원은 해수부 앞 집단 시위현장에 참여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린 '삼성중공업 기름 유출사고 피해주민 선 보상 등 특별법에 대한 의견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을회, 정온영, 이주석 투쟁위원 등은 남현우(민변 대전충남지부 부지부장), 우경선(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소장), 조성오(민변환경위원회 위원), 정남순(환경련 환경벌률센터) 변호사 등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을회 위원은 기름유출 사고 이후 현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지적하며 "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내 발생한 이번 사고를 마무리하고 정권을 물려줘야 한다"며 "이명박 당선인도 국민의 아버지로서 고통받고 있는 자식들(피해주민)을 보살펴야하는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제17대 국회에서도 반드시 특별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 힘을 기울여야 한다"며 "특별법(안)의 내용이 피해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은 "전·현직 대통령 모두 태안을 방문하여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사고의 가해자 회사의 이건희 회장은 아직까지 태안을 방문하지 않고 있다"며 "초일류 그룹의 총수 이건희 회장은 이름값을 할 수 있길 바라며, 아울러 이제라도 대국민 사과를 통해 태안의 아픔을 나누고 희망을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정온영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 부회장은 검찰수사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며 "멀쩡히 서 있는 차량에 달려오는 차량이 부딪힌 이번 사고가 '쌍방과실'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수사를 발표한 검찰은 각성하라"며 "검찰은 특검을 통해서라도 이번 사고의 진실을 규명하여 일한만큼 벌어 살아가던 피해주민을 위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남현우 변호사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라는 명칭에서 '태안'이란 말을 삭제해야 한다는 점과 더불어 "유류오염배상에 대한 선례를 보면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배상이 이뤄졌다"며 "이 기간동안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없는 피해주민을 위해 정부는 선 보상 후정산의 원칙을 의무화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변호사 선임, 증거보전 비용 등 수십 억에 달하는 비용도 정부가 지원해 줘야 한다"며 "장기화될 소지가 다분한 이번 사고 해결까지 정부는 피해주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아직까지 특별법(안)의 내용 중 환경복원에 대한 내용을 감안한 당은 한 군데도 없다"며 "환경복원에도 관심을 갖고 선례가 없던 '환경복원 청구사례'를 만들어 가해자의 무한 책임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인수위 찾은 피해주민 '특별법 통과, 정책지원 등' 긍정적 대답 얻어

 

기자회견을 마친 참석자들은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을 찾아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 정동기 인수위 법무행정분과위 간사 및 행자부, 해수부 관계자 등과 간담회를 했다.

 

이주석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간담회 이후 "특별법 무사통과와 정책지원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인수위로부터 듣고 나왔다"며 "간담회 내내 참석자 전원이 노트를 피고 모든 사항에 대해 필기를 하는 등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도 4~5번 정도 태안의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는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국장은 "삼성중공업에 대한 무한 책임과 정부의 선보상에 대해서도 인수위의 긍정적 답변을 들었다"며 "피해주민들의 요구사항도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도 들었다"고 말했다.

 

약 1시간가량 인수위와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간담회를 하는 동안 국회와 해수부 앞에서 시위를 하던 투쟁위원들이 인수위 앞에 도착,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피해주민들은 "특별법 제정만이 피해주민 살길이다", "가해자 삼성은 무한 책임 보장하라", "쌍방과실 웬말이냐! 수사결과 조작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국회 재방문, 오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

 

 

같은 시각 기자회견과 인수위를 방문한 인원을 제외한 6명의 피해주민들은 국회 본관에서 민주노동당·대통합신당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다.

 

심상정 민주노동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2월 국회에서 태안 특별법을 최우선으로 처리하는데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2월 3일 당 대회에서 특별 결의문을 채택해 삼성에 무한 책임을 묻겠다"고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 대표는 피해주민들을 위한 서포터 기능도 약속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이어 피해주민들은 김효석 대통합신당 원내대표와 정세균, 문석호 의원 등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세균 의원은 2월 국회에서 특별법(안)이 무사히 통과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문석호 의원은 당일 오후에 예정돼 있는 본회의 정치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태안재해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질문을 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1일 오전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만나 태안사태 특위 구성에 대해 논의하고 긍정적 확답을 얻어내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고 전해졌다.

 

오후 4시경 인수위 방문단과 만난 국회 방문단은 임병규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전문위원를 방문, 주민요구서를 전달했고 법사위 소위원회 논의에서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를 바랐다.

 

이에 임 전문위원은 조사관을 대동하여 "오는 13일 소위원회에서 되도록 많은 요구사항이 검토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며 "요구사항에 정부가 해줘야 하는 일 국회가 할 일이 나눠져 있는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피해주민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측에 재면담을 요청했다. 안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 참석으로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며 "대통합신당 김효석 대표와 전화통화를 해 1일 오전 만남을 통해 특위구성에 대해 논의 하기로 구두 합의를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주민들 "오늘 국회와 인수위 방문, 성과 있는 만남"

 

모든 일정을 소화한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원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 태안으로 향했다. 태안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날 방문에 대한 총평이 이뤄졌다. 이들은 "바쁜 일정에 많은 것을 얻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좋은 결실이 맺어져 다행"이라며 "오늘 국회와 인수위 방문은 많은 것을 얻은 성과 있는 만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가 국회와 인수위에 제출한 주민요구 사항은 ▲삼성 유류 특검 발의 ▲국가기관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 구성 후 피해조사 ▲생태 및 환경 조사 후 피해지역에 대한 오염해역 선포 ▲선 보상 후 정산 ▲태안 특별자치군 제정 ▲태안살리기 정부지원 대책 마련 ▲국립공원법률 완화 및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지 ▲신제생네너지 소득원 연금형태로 태안주민 지원 ▲생계지원차원의 각종 금융권 대출금 지원 확대 등 총 33가지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기름유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