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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 노조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랜드 노조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명절 분위기로 시끌벅적한 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는 경찰 버스가 들어섰다. 이랜드 노조의 집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풍경은 이랜드 노조의 투쟁이 가열했던 지난해 여름과는 많이 달랐다.

 

우선 시민들의 관심이 예전만 못했다. 이랜드 노조원들이 '이랜드 불매'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돌렸지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얼마 없었다. 지난 여름 많은 이들이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팔을 흔들었던 매장 앞엔 50여 명의 노조원들만이 나왔다.

 

이랜드·뉴코아 노조의 파업 228일째. 이들은 현재 살을 에는 추위, 가족의 만류, 시민들의 무관심, 생계 문제, 회사의 노조 지도부 해고 등 '5중고'에 빠져있다. 설을 앞두고 '뒤숭숭한 마음'이라는 또 하나의 어려움과 맞닥뜨렸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그래도 흔적은 남는다"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서 이랜드 노조원들이 '이랜드 불매'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5일 오후,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점 앞에서 이랜드 노조원들이 '이랜드 불매'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돌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이날 오후 4시 반, 매장을 가로막은 경찰 버스 앞에선 난장이 펼쳐졌다. 비록 기온이 많이 떨어졌지만, 차가운 길거리에 선 이랜드 노조원들은 명절 분위기를 냈다.

 

이랜드 노조원들은 모여서 제기를 차고 윷을 던졌다. 심상정 의원이 보내온 쌀 등이 경품으로 내걸렸다.

 

한 쪽에선 '이랜드 불매' 전단지를 돌렸다. 이들은 시민들에게 "이랜드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의 투쟁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비정규직 문제는 88만원 세대, 모든 젊은이의 문제"라고 외쳤다.

 

현재 선전전·집회 등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랜드 노조원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 파업은 1000명이 넘는 노조원으로 시작했지만, 긴 싸움에서 버티는 건 쉽지 않았다. 이랜드 노조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교섭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홈에버 면목점에 다니는 한명희(36)씨는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다"며 "너무 춥고, 또 다들 생계 문제 때문에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끝까지 하라고 격려하는데, 시부모님이 '언제까지 하느냐'고 많은 걱정을 한다"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한씨는 "지난해 12월 말 많은 동료들이 복귀해 마음을 다쳤다"면서도 "생계 때문에 알바를 하면서도 현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동료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설에 입사 후 7년 만에 친정에 가게 되는데, 마음만 무겁다"고 덧붙였다.

 

역시 이랜드 노조원인 정미진(가명·46)씨는 "앞이 안 보인다"면서도 "생존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투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며 그만두라고 한다"면서 "그래도 계란을 던지면 흔적은 남는다"며 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랜드 노조에 이어 뉴코아 노조도 투쟁 돌입

 

 4일 오전 뉴코아 노조가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이랜드 그룹의 교섭 기만, 노조 탄압 중단 촉구 및 무기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4일 오전 뉴코아 노조가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이랜드 그룹의 교섭 기만, 노조 탄압 중단 촉구 및 무기한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뉴코아 노조는 지난 4일 이랜드에 대한 무기한 투쟁을 선포했다. 뉴코아 노조는 이랜드 노조와 달리 회사 쪽과 계속해서 교섭을 해왔다. 두 달간 서울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던 박양수 위원장까지 지난달 26일 교섭장으로 나섰다.

 

하지만 교섭은 바로 깨졌다. 회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보장을 끝내 거부했다. 노조의 투쟁으로 인한 민형사상의 손해배상·가압류 역시 모두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해 말 노조 지도부에 대한 해고와 관련, 부당해고 이의신청도 하지 말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양수 위원장은 "교섭 타결을 위해 나섰지만 그 결과는 어처구니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회사는 사태가 해결돼도 노조 간부와 같이 일하기 싫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의 굴복만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는 "더 이상 교섭은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위원장은 "부당해고 이의신청을 하고,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질기게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최호섭 사무국장은 "앞으로 이랜드가 대한민국에서 영업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랜드 사태'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현재 노사의 균형추는 회사 쪽으로 쏠린 건 사실이다. 오랜 파업에 생계 문제에 부딪친 이랜드 노조원들이 복귀하고 있다. 또한 '이랜드 사태'가 노조 탓이라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라는 든든한 '백'도 있다.

 

하지만 현재 이랜드 그룹의 자금 사정이 어렵다. 홈에버는 지난해에만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영상황 악화로 지난해 11월 알짜배기 매장인 뉴코아 강남점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랜드 노조의 투쟁이 계속되면, 이랜드 그룹의 상황은 더 나빠진다.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일까? 홍윤경 이랜드 노조 사무국장은 "언제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회사 쪽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이랜드#이랜드 사태#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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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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