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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유난히 눈에 띄는 책 한권이 있다. ‘조선’을 ‘블로그’와 연결시킨 <조선 블로그>가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 주요 인물들의 블로그를 가상으로 꾸며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블로그 주인장들의 면모를 보면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이순신 등 조선이라는 나라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태조의 블로그는 제목이 ‘사나이 한길’이며 별명은 ‘함흥장수’다. 함흥장수는 명나라와의 전쟁을 반대하던 때, 위화도 회군 당시, 조선 건국기 등을 거치면서 겪은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공개 글이나 비밀 글 등으로 남기고 있다.

 

글의 내용만 본다면 그 당시의 조선을 깊숙이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눈길이 머무는 이유는 뭘까? 활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보면서 그 시대를 상상할 수 있게 해주기에 그런 것일까?

 

<조선 블로그>는 진중한 역사책을 읽고 있는 성인이라면 볼 필요가 없는 책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말하는 내용이 수준 미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은 누굴 위한 것인가?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어렵다는 이유로 역사책을 만져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 그것이 청소년이라면 더욱 좋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익숙하게 여기는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를 뼈대로 그들의 블로그 문화를 실감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조선 블로그>가 ‘댓글’문화를 담아냈다는 것이다. 진지한 댓글이 아니다. 농담 같은 댓글도 많다. 악플러도 있다. 댓글토론도 있고 상대를 비꼬는 날카로운 댓글도 있다.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역사책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이 댓글에서 마음껏 표현되고 있다. 진지한 역사책이 본다면 ‘발칙’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역사를 웃음 지으며 다가갈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댓글문화까지 담은 발랄한 역사책

 

‘카페’가 있는 것은 어떨까? 의병 카페도 있고 풍속화 카페나 실학 카페도 있는데 카페에서 올라오는 글들이 재밌다. 실재 인물들이 가공의 글로 뭔가를 주장하기도 하고 반박을 하기도 한다. 한풀이 글을 남기기도 한다. 풍속화 카페에서는 김홍도와 신윤복을 둔 ‘본좌’논쟁도 벌어진다. 누가 최고냐를 두고 이야기를 하면서 ‘빠’에 대해서도 고찰하고 있는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 이런 글이 단지 재밌기만 한가? 아니다. 그 즐거움 속에는 시대 정신이 포함되어 있다. 게임 커뮤티니에서 레벨업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 문화에 적응해가듯, <조선 블로그>에 있는 카페를 구경하다보면 그만의 문화를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조선 블로그>의 백미는 이름 없는 주인장들의 블로그에서 나타난다. 농민, 상인들의 블로그가 있다. 그것들은 대부분 소소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데 보고 있으면 그 시절을 어렵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풍경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유명 인사들의 블로그와 다르게 조선의 밑바닥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인 셈이다.

 

<조선 블로그>는 파격적인 형식으로 조선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그것은 성공할 것인가? 구성이나 접근법으로 볼 때, 역사책이라면 질색하는 사람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을 알고 싶은데, 책들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면 <조선 블로그>에 접속해보자. 첫걸음하는 계기로 충분하다.


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외 지음, 노대환 감수, 생각과느낌(2008)


태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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